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김건희 씨는 특검으로부터 15년 구형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세 도적이 있었다. 이들은 함께 무덤을 도굴하고 서로 말하기를 ‘오늘 피로하고 많은 황금이 생겼으니 술을 마시자’고 하였다.
한 놈이 기꺼이 술을 사러 갔다. 그는 길을 가며 스스로 기뻐하면서, '하늘이 내려준 기회로다. 셋이 나누는 것보다 홀로 독차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하며, 음식에 독을 넣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오자 두 놈이 다짜고짜 일어나 그를 죽여 버렸다. 그새 둘이서 황금을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남은 두 놈은 축배를 든다며 술을 나눠 먹었고, 이내 함께 죽고 말았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황도기략(黃圖紀略)편 황금대기(黃金臺記) 중에 나오는 재미있는 예화다.
열하일기는 연암이 청나라 건륭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의 일원으로 중국 연경과 열하를 여행하며 기록한 여행기이다.
세 도적들이 황금 욕심 때문에 서로 죽고죽인 결말에 이른 것을 두고 연암은 이렇게 탄식한다.
“슬픈 일이다. 그 금은 길가를 굴러다니다가, 필시 누군가가 주워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을 습득한 사람도 말없이 하늘에 감사하겠지만, 그 금이 무덤 속에서 나온 것으로서, 독약을 먹은 자가 남긴 것이며, 앞뒤 사람들을 거치면서 몇 천, 몇 백 명을 독으로 죽일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황금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서로 죽이고 죽은 도둑들의 의리를 비꼬며 이렇게 말한다.
“주역에서 말하기를,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필시 도적들에게서 나온 말인 듯하다. 자른다는 것은 나누는 것이다. 그 나누는 것이 금(金)이라면, '한 마음'이란 것은 이로움(利)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암의 위트가 잘 드러난 말이다.
주역의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은 원래, '두 사람이 한 마음이면 그 예리함(利)이 쇠도 끊을 수 있다’는 뜻이니,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서로 합치기만 하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연암의 말처럼 우리가 이미 가졌거나 갖고자 애쓰는 황금 즉 부(富)는 모두 과거에 무덤에 들어간 어느 죽은 사람의 소유였다. 그것은 친구나 동료 사이에서도 서로 죽고 죽이는 이유가 되기도 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연암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금을 가졌다고 해서 기뻐하지 말고, 없다고 하여 슬퍼하지 말라.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눈앞에 재물이 나타나면, 천둥을 맞은 것처럼 두려워하고, 귀신을 만난 것처럼 조심하고, 풀숲에서 나온 뱀을 만난 것처럼 하여 머리털이 곤두선 듯 뒤로 물러설 일이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과 비유할만 한게 권력이다.
권력(權力)을 잡으면 대개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된다. 모든 사람이 아래로 보이며, 내 생각만이 옳고 남이 하는 것은 모두 적폐(積弊)로 보일뿐이다.
또한 욕심의 탑을 쌓아가며 마음 맞는자들이 작당을 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함이라면 도둑이 술병에 독이 든 것을 모르고 마시듯,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면서 패가망신(敗家亡身)의 길을 자초하는 게 아니겠는가? 역대 정부의 권력자들이 어떤 말로를 겪었는지 보라.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제 명대로 살고 순탄하게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 이승만(망명)-박정희(비명횡사)-전두환(감옥)-노태우(감옥)-김영삼(아들 감옥)-김대중(아들들 감옥)-이명박(감옥)-박근혜(감옥)-문재인(재판 및 딸 재판)-윤석열(부부가 감옥)-이재명(5개나 재판중) 그 옆에 있던 권력의 부나방들은 또 어떤가?
까닭 없이 갑작스레 큰돈이 생기면 의례히 경계를 해야 하고 갑자기 권세의 자리가 주어지면 나에게 합당한 것인가? 다시 한번 자신을 뒤돌아 보아야 망신(亡身)은 물론, 죽음도 면할수 있을 것이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