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병점역 환승주차장. 경기도가 환승주차장 확대를 위해 현행 150㎡당 1대로 정해진 규정을 60㎡당 1대로 대폭 올려 주차대수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특별법까지 제정하고 있다. 자동차 유발효과에 따른 교통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철도이용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철도역 환승주차장의 수를 늘리는 안이 검토중에 있고, 특별법으로까지 추진해 역사 주변 주차장 규모를 늘리려고 하는데, 자칫 넘치는 자동차로 인해 도심 교통마비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철도역 환승주차장 수를 늘리고 스마트 주차시스템을 추진하는 등 환승주차장 개선방안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추진 이유로 경기도 내 철도역은 환승주차장 부족으로 승용차 이용자, 연계교통 및 환승주차장 이용자의 접근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을 강화하고 경기도 및 시군 조례 개정과 스마트 주차시스템 확대를 도입한다고도 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방안은 현행 ‘주차장법 시행령’상 철도역사 건립 시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을 현행 시설면적 150㎡당 1대로 정해진 규정을 60㎡당 1대로 대폭 올려 주차대수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환승주차장의 주차면적 확대 근거로 경기연구원 조사결과를 내놨다. 경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도민들은 철도이용 조건으로 ‘역인근 주차장 확보(55.8%)’를 역 신설․노선 확충(60%)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았다. 또한 환승주차장 개선점으로 ‘요금감면 확대(53.1%)’, ‘주차공간 확대(51.3%)’를 꼽아 주차면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 환승주차장 확대가 도심 교통혼잡을 유발시키고, 오히려 대중교통의 발달과 이용률을 막는 역효과로 이어질 것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여 자칫 교통대란과 경제적 비용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대중교통이 가장 발달된 나라 중 하나다. 시내버스가 몇백미터 간격으로 정류장이 설치돼있고, 웬만한 곳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승용차 없이도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나라다.

그러나 자동차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고 나오면서 출퇴근 러시아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도로는 주차장이 되기 일쑤다. 전 세계 도로 보급률이 톱3에 들어가는 나라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고 나오는 바람에 도로를 아무리 많이 건설해도 자동차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편의를 위해 자동차를 몰고 나오는 비용을 사회가 부담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기회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땅값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공사비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너도나도 몰고 나오는 승용차의 주차장을 정부나 공공이 제공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이미 일본에서는 승용차를 몰고 도심에 들어가는 것은 웬만한 부자 아니면 상상을 하지 못한다. 승용차를 몰고 도시에 진입할 경우 물어야 하는 주차비와 통행료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런 정책을 오래전부터 쓴 것은 교통혼잡에 따른 경제적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고 이제는 정착이 돼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출퇴근은 물론 평상시 이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일단 일본은 철도역사 자체에 대한 주차장 설치 기준이 별도로 없다. 철도 역사는 대중교통 중심이라는 기본 정책 방향 속에 꼭 필요한 주차장은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다. 그래서 역사에 딸린 주차장은 없고 주변에 코인주차장 등 사설 주차장이 있을 뿐이다. 주차료가 만만치 않다.

다만 역사 바로 인접해서 역전광장이 조성되는데 잠시 타고 내리는 공간(Kiss & Ride)이고 주정차는 금지된다. 다만 예외가 있는데, 상업시설이 있는 역사의 경우에는 상업시설 300㎡~400㎡ 당 1대의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규정으로 돼있다.

일본에는 심지어 차고지 증명제까지 있다. 자동차를 살 때 반드시 주차할 곳을 증명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골목 아무데나 자동차를 주차한다든지 시내 어디든 갓길에 주차를 하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도심지 교통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런데, 경기도가 반대로 시내 역사에 주차장을 더 넓히겠다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관철시키려는 것은 반시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심 주차단속이나 주자장 확대 정책에 대해 한때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해 정부에 로비를 해서 주차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었다. 일본처럼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국내 매출은 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남의 사정을 봐줄 상황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도시와 인근의 도로는 출퇴근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나 주말 언제든 주차장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가 철도역까지 자동차를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법까지 바꿔서 주차장을 넓혀주겠다니, 아무리 표가 중요해도 지나친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도시공학 전문가는 “우리나라나 일본은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이어서 자동차를 각자 몰고 다닐 수 있는 도시환경이 아닌데, 과거 자동차 회사들의 정치권 로비가 오늘날처럼 자동차 보유와 이용과 관련 비용이 저렴한 나라를 만들었고, 그 바람에 아무 때나 부담 없이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나라가 됐다”면서 “이제는 자동차 보유와 운행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수익자인 자동차 보유자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 사회구조로 변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