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발 버블 붕괴 논란 속에 빠져있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거품론이 미국 뉴욕 증권시장을 흔들면서 미국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2000년 발생한 닷컴버블 붕괴와 비교하기도 한다. 과연 현재 AI 기반이 이끌고 있는 뉴욕 증권시장과 글로벌 경제가 거품인지를 두고 상당기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I버블에 대한 경고메시지는 수차례 나왔지만, 결정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준 경고는 팔란티어 주식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팔란티어는 비교적 양호하면서도 시장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11월 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발표한 팔란티어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 11억8000만달러로 금융정보업체 LSEG 예상치인 10억9000만달러를 크게 앞질렀고, 주당 순이익도 예상치인 0.17달러보다 높은 0.21달러를 기록해 시장의 환호를 받았다. 주가는 시간외에서 3% 가량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핑크빛 분위기도 잠시, 11월 4일(현지시간) ‘빅쇼트(공매도)’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투자자들에게 시장 과열을 경고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언자산운용이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고 공시하면서 AI 중심의 뉴욕 나스닥 시장을 급냉시켰다. 버리는 팔란티어와 함께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숏을 쳤다고 밝혔다.

전날 공개된 공시서류에 따르면 해지펀드 매니저 버리는 9월말 기준으로 팔란티어 약 9억1200만달러, 엔비디아 약 1억8700만달러 대규모의 풋옵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베팅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베스트셀러 소설 ‘빅쇼트’와 이를 각색한 동명의 영화의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버리의 공매도 공시 사실이 알려진 후 팔란티어 주가는 3일째 곤두박질치고 있다. 팔란티어 주가는 11월 3일 207.18달러에서 지난밤인 6일(현지시간) 175.05달러로 3일 간 15.5% 빠졌다.

여기에 AI거품론에 본격적으로 기름을 붓는 징후가 나와 글로벌 시장이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지난밤 뉴욕 증권시장은 백스탑(back stop) 공포 모드에 들어갔다. 오픈AI의 CFO(최고 재무책임자)인 세라 프라이어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방정부의 최후보증(back stop)을 경합한 새로운 금융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발언하면서, 오픈AI 발 AI 거품론에 무게가 실리게 된 것이다.

시장은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에 힘을 쏟았던 오픈AI가 자금조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발언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실제 오픈AI의 CEO인 샘 올트먼은 얼마 전 투자유치 목적으로 한국에까지 방문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 총수들과 회동을 하고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도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오픈AI의 CFO 입에서 ‘백스탑’이란 용어가 나온 것으로 봐 현재 AI 시장이 기대와 소문과는 달리 돈이 되지 않으면서 AI를 기반으로 형성된 주가가 버블일 가능성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게 된 것이다.

백스탑은 야구 경기에서 투수의 악송구나 타자가 친 공이 포수의 뒤로 가서 포수 뒤의 관중석을 덮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쳐놓은 그물을 말한다. 파울볼로 인해 관중들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쳐놓은 그물 역시 백스탑이다. 즉 불의의 사고로부터 관중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수단인 것인데, 금융시장에서는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울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마지막 보증을 서줌으로써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과거 1929년 대공황이나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연방정부가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쓴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오픈AI의 CFO가 백스탑을 입에 올린 것이다. 당장 백악관에서는 반대입장을 내놨다.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AI차르)는 “오픈AI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은 없다”면서 “하나가 실패하더라도 나머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구제금융이 없다는 것은 백스탑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오픈AI가 망하더라도 비슷한 기술력의 기업들이 여럿 있으니 그 자리는 누구라도 대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유력 매체들은 AI거품론을 거론하고 있고, 2000년 발생한 닷컴버블 재판까지 경고하는 분위기다. WSJ는 최근 “엔비디아와 오픈AI의 1000억달러 순환절 거래가 과거 닷컴 버블처럼 시장 붕괴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오픈AI 투자 과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1조달러 이상 투자에도 불구하고 2030년 예상매출이 1630억달러”라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엔비디아는 AI반도체 시장의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금조달에 허덕이는 오픈AI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이면에 향후 1000억원어치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오픈AI가 구매해가는 방식의 순환적 출자구조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서 돌려막기 방식을 쓴 것인데 과거 닷컴버블 붕괴 과정도 이와 똑같이 돌려막기 식 투자에서 한 곳이 막히면서 전체가 무너졌던 것이다.

2000년 3월 시작된 닷컴 버블 붕괴는 2년 사이에 나스닥은 78% 하락했고,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파산한 가운데 IT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95% 이상 폭락했다.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지난 APEC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해 깐부치킨에서 우리나라 순위 1, 2위 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을 하면서 AI용 반도체 블랙웰을 2030년까지 26만장을 공급해주겠다고 한 약속에 대한 속내 역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본지는 젠슨 황의 블랙웰 공급에 대해 우정 뒤에 숨은 장삿속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젠슨 황은 이미 AI거품론 확산을 우려하면서 이미 클라우드 기업들의 AI반도체 구매량이 줄어들고, 챗GPT 등 AI가입자 및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요처인 한국에 노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오픈AI 발 거품 논란 속에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따라 국내 증권시장 특히 반도체 종목들의 흔들림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의 약 32%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는 불균형으로 인해 만일 AI버블 붕괴 조짐이 일 경우 국내 증시는 걷잡을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