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이재명 정부 들어서 세 번째 내놓은 10.15부동산대책은 초강력 수요억제책으로서 서울 25개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시·구 등 총 37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재산권 행사가 완전히 차단됐다.

이들 지역에는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한꺼번에 3중 장벽을 쳤는데,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집 사는 갭투자는 불가능해졌고,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6억원 최소 2억원으로 사실상 빚 내서 집사는 것 역시 차단됐다.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이후 8년만인데, 이번 규제조치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데 이어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역대 최초·최고 수준의 규제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온 수도권 집값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조치지만 국민 재산권 침해 측면에서 지나치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시장에 유동성을 넘치게 만들어놓고는 이제 와서 그 책임을 국민들에게 부담 지우는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 정책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에 적용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시킨 것인데, 당초 성동구, 광진구, 강동구, 마포구 등 근래 집값 상승을 이끈 지역 중심으로 규제를 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경기도 12개 지역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경기도 역시 당초 시장에서는 과천, 성남 분당구, 광명, 하남 등이 규제지역에 묶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성남 전체, 안양 동안구, 의왕시, 용인 수지, 수원 영통·장안·팔달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수원시, 안양시, 용인시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것은 2022년 11월 이후 2년 11개월만이다. 특히 안양시 동안구와 용인시 수지구는 2006년 버블7지역으로 강력 규제가 적용 된 이후 19년 만에 강력 규제지역에 들어갔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 나타났던 풍선효과를 사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도가 보인다. 문 정부 시절에는 규제지역 지정 때마다 다른 지역으로 집값 상승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규제책이 따라가는 ‘두더지 잡기 정책’이란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미리 차단한 것이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재건축 규제를 받으며, LTV 무주택자 40%·유주택자 0%, 1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은 6억원이지만 15억원 초과 25억원까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사실상 대출을 막았다.

주택 구매 시 6개월 이내 입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전세대출도 사실상 막혔다. 앞으로 전세대출이 있는 사람은 규제지역 내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취득할 수 없고 규제지역 내에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전세대출이 금지된다.

■ 정부가 돈 풀어놓고 책임은 국민이 져라?

정부의 이와 같은 초강력 수요억제책에 대해 현재 부동산시장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필요한 조치라는 견해도 있지만, 우선 오를 대로 오른 지역과 서울 강북의 저가 주택 지역이나 경기도 중저가 지역을 같은 수준으로 묶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평균가는 20억원을 훌쩍 넘는데 반해 서울 노원, 도봉, 강북구는 7억원 수준이고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와 의왕시는 9~10억원 수준인데 이들을 한데 묶어 동일한 잣대로 규제한 것은 정책의 공정성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을 묶어도 결국 풍선효과는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 지역을 피해 인천, 경기도 부천, 안양 만안, 오산에 이어 평택으로까지 두더지들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택에 이어 세종, 천안, 청주까지 규제지역으로 묶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수도권 집값을 올린 주범으로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을 꼽으면서 그동안 정부가 엄청난 돈을 풀어 집값을 올려놓고는 이제 와서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2025년 8월 말 기준 광의의 통화인 M2는 440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7월 대비 한달 만에 55조 8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5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400조원 돌파는 2022년 7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인 8.1% 늘어난 것으로 시중에 자금이 지나치게 넘쳐나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에 집값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퍼주기 식 재정정책에 더해 내년 예산도 8% 이상 늘리는 등 확장재정으로 인해 시중 유동성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화폐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증권시장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돈이 부동산시장으로도 흘러 들어간 것인데 정부가 이를 강제로 막겠다는 것이다.

넘치는 유동성은 자연스럽게 투자상품으로 이동하게 돼있는데, 이를 억지로 막을 경우 부작용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그 결과는 심각한 사태를 빗는 것이 수없이 확인됐었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오히려 올려야 하는데, 올해 1%도 안 되는 경제성장률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보니, 금리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이 우려가 되면서 서울 외곽지역과 애먼 수도권 약세지역까지 토지거래를 허가 받아야 하고, 실거주 아니면 집을 살수도 없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재정적으로 유동성이 넘쳐 나타나는 현상은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실물경제 억제책으로 억지로 막을 경우 당분간은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음성적인 자금이동 흐름이 나타날 수 있고, 결국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