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문지석 부장검사가 쿠팡 수사 당시 상부의 수사중단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들 관련 2025년 국정감사의 관심사항 중 하나는 산업재해 발생 관련 처벌에 대한 여야 공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도 안 돼 SPC삼림 시흥공장을 방문해 지난해 윤활유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한 근로자 사건을 질타했고,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는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6월 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공장인 ‘아리셀’에서 발생한 배터리 폭발 화재로 23명이 노동자가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다뤄졌다.
이 사고에 대한 재판 결과 지난 8월 1심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15년의 징역형을 받았고, 박 대표의 아들 인 박중언 총괄본부장도 15년 징역형을 받았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들 경영자들의 형량에 대한 적정성 여부에 대한 여야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15년 징역형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동법 위반 관련 최고 형량이다.
이날 열린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는 ‘아리셀 배터리 공장 참사’에 대한 형량이 간첩사건에 대한 형량보다 높다는 국민의힘 비판과 근로자 생명의 소중함을 색깔론으로 몰아붙인다고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측 의원들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아리셀 배터리 공장 그분(대표이사)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15년형을 받았다”며 “간첩 혐의보다도 높게 받았다”고 발언했다. 우 의원의 발언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책임은 과도하지만, 노동자의 안전조치 이행의무는 강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이용우 의원은 “32명의 사상사건이고 전대미문의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참사를 간첩사건과 비교해 가면서 말씀하시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정감사가 시작하기 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받은 민주노총 전 간부를 증인으로 추가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김위상 의원이 “이번 사건은 민주노총의 간첩 활동 사건이다. 지도부 내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부분이 있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 자리에 증인으로 나와야 된다”고 주장하며 여야 간 고성이 오가다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어서 진행된 정책 질의에서는 주 4.5일제 추진과 노란봉투법이 거론됐는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연차 활성화 등 기업 지원방식으로 4.5일제를 추진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서는 원·하청 창구 단일화 관련 보완입법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 “쿠팡 수사 중 상급자로부터 수사중단 부당 업무지시 받았다” 폭로
같은 상임위인 환노위의 고용노동부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문지석 부장검사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수사 관련 ‘부당한 업무지시’를 폭로해 관심을 끌었다.
문 검사는 올해 2월 CFS의 일용직 퇴직금 체불사건을 담당하던 중 “상관의 부당한 업무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위법행위를 한 공무원들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 검사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은 불법이므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을 김동희 차장검사에게 보고했는데 김 차장검사가 “무혐의니까 힘 빼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대검 보고용 보고서에 압수수색 결과를 빼라’는 압박도 있었다고 증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문 검사는 대검찰청에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과 김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5월 쿠팡CFS는 취업 규칙을 개정해 일용직 퇴직금 지급 기준을 변경했다. 이른바 ‘리셋 규정’으로 1년 이상 근무하더라도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 일한 기간이 한 주라도 발생하면 근속 기간을 초기화하도록 한 것이다. 올해 2월 노동부 부천지청은 이런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4월 불기소 처분했다.
문 검사는 “(쿠팡의 정책이) 원복이 돼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으면 좋겠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이 잘못이 있다면 저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눈물을 흘리자 의원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 함께 출석한 정종철 쿠팡CFS 대표는 “많은 오해와 혼선이 발생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그 부분(퇴직금 지급 기준 변경)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고 피해가 없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쿠팡이 많은 문제점을 검찰 등 수사기관과 정치권에 로비를 통해 해결해왔다는 것이 밝혀지는 자리였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