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을 중심으로 늘어선 고급 아파트 단지들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DB

이재명정부도 문재인정부처럼 부동산시장에 무릎을 꿇은 것이냐를 두고 말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딱 6개월 만에 부동산 대책 3개를 내놓고는 벌써 항복한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충격효과를 준비해 시장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갈 것이냐에 대한 해석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일단 현 상황에서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시장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데, 대책이 없다”면서 “땅은 한정돼 있고 사람은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아파트값 상승세는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상 일반적으로 한주 상승폭을 키우면 다음주는 상승폭이 둔화되는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번주는 전주 이어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서울0.35->0.36%, 경기인천 0.18->0.25%, 전국도 0.23->0.27%였다.

말 내용만 놓고 보면 분명 시장에 항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3일 대통령 취임 30일 기념으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수요 억제책은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 이건 맛보기 정도다‘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던 것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반전된 모습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6.27수요억제책을 내놓은 지 3일 후인 시점에 시장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자 보인 자신감이었다.

이 정부 두 번째 부동산대책인 9.7공급대책 바로 다음인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취임 한달 때의 모습보다는 다소 신중해지고 말이 길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시장 문제가 매우 복잡한 문제인데 대한민국 경제구조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 중심인 측면이 있다”면서 “수요관리, 공급관리 양 측면이 있는데 사실은 수요관리를 잘해야 되겠다.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적 투자유인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단 한번 두번의 대책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의 이러한 다수의 수요억제정책을 예고한 지 한 달여 만인 10월 15일 10.15수요억제책을 시장에 던졌다.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더 강화하고,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었다.

핵심은 실수요가 아닌 갭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현금이 없는 사람은 집을 장만할 수 없는 시장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10.15대책으로 수도권 거래량은 급감하고 잠시 집값도 주춤했지만, 딱 한달여만에 집값 상승세는 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거래량에서 규제의 핵심 대상인 강남과 마용성 등 부자동네에서는 오히려 늘고, 그 나머지 서민아파트는 말 그대로 거래절벽에 들어갔다.

특히 강남과 마용성을 비롯해서 경기도 과천과 성남시 분당은 신고가 행진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한편 경기도 구리, 남양주, 화성 등으로의 풍선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3중규제를 하는 과정에서 위법적인 모습까지 보여 시장의 신뢰를 잃고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분노를 사게 됐다.

국토부와 지식경제부가 10.15부동산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근거자료를 6월부터 8월까지의 3개월치 통계수치를 활용했는데, 실제로는 대책을 발표하기 이틀 전인 10월 13일 한국부동산원이 국토부에 9월 주택통계자료를 넘겼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위법성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의 풍선효과 예상지역까지 묶어서 규제를 하는데 9월 통계자료가 포함될 경우 상당수 지역이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9월 수치를 배제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게 됐다.

즉 월간 통계 기준을 6~8월 대신 7~9월로 할 경우 서울에서는 도봉구, 은평구, 중랑구, 강북구, 금천구 등 5개 구가 제외된다. 그리고 경기도에서는 의왕시, 수원 장안구, 수원 팔달구, 성남 수정구, 성남 중원구 등 5개 시·구가 제외된다. 당연히 편법으로 시장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서 주택정책을 보좌하고 코치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고, 얼마 전 말실수로 사퇴한 이상경 차관 역시 이론만 알고 실물을 모르는 인물이었고, LH 사장 자리는 아직도 공석이고, 국회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부동산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구의 의견을 참고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내년 초 네 번째 부동산대책을 예상하고 있다. 서울과 서울 인근 그린벨트 해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보유세를 강화 등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필요한 정책일 수 있지만 유기적인 검토 없이 내놓을 경우 더 꼬일 수 있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의 경우 개발 붐으로 시장을 더 뜨겁게 만들 수 있다.

만약 이 대통령 취임 후 부동산대책을 아예 내놓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섣부른 대책이 시장을 왜곡시켜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갔을 수 있다.

시장은 시장 나름의 원리가 있어서 지나치게 뜨거워지면 스스로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고 냉각이 되면 스스로 군불을 지피는 기능이 있다. 그것이 시장원칙이다. 아담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시장을 그냥 뒀을 경우나 규제를 했을 경우나 강남 아파트값은 평당 1억원을 훌쩍 넘게 돼있는데 그걸 억지로 막다보니 이제 2억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이 요지부동인 이유 중 하나는 굳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는 고령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깔고 사는 것인데, 이들이 집을 내놓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0억원짜리 아파트 보유하는데 1년에 5000만원 보유세를 문다면 그들은 집을 내놓고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고 나머지 돈은 노후자금으로 쓸 것이다.

자연스럽게 집을 내놓고 필요한 사람은 집을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물을 가둬두면 당연히 시장은 왜곡될 수 밖에 없다.

거래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고 보유에 따른 댓가는 치르는 것이 시장의 흐름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

’거래는 자유롭게 수익에 대한 셈은 확실히 치르게‘ 이것이 자유시장원칙 아닐까?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