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LA 다운타운에 있는 로욜라 로스쿨 강의동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박물관 건물의 설계자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96세로 타계했다.

LA에 근거를 두고 활동한 프랭크 게리는 구겐하임 박물관 외에도 LA 디즈니 콘서트 홀, 샌타 모니카 쇼핑 몰 등 유명한 건물을 많이 남겼다.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박물관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을 여행한 사람은 누구나 들러 봤을 것이다. 일본에도 게리의 건축물이 있고 우리도 한때 삼성가에서 건물을 짓기 위해 설계를 했으나 1997년 경제위기로 무산되고 말았다.

프랭크 게리는 LA 다운타운에 있는 로욜라 로스쿨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개축해서 아주 아름다운 자그마한 도심 캠퍼스를 만들었다. 나는 1996년 가을학기에 이 대학에 교환교수로 한과목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매우 파격적인 노란색 건물에 작은 연구실을 배정 받았은데, 창문에서 내려보는 안마당이 아름다웠다. 대강의실은 독립건물이고 통상적인 강의가 이루어지는 빌딩은 그 입구가 게리의 설계답게 포스트 모던하다. 또 하나 놀라운 발상은 자그마한 채플이다. 로욜라 로스쿨은 LA의 태평양 연안 쪽에 있는 로욜라 매리마운트 대학의 로스쿨인데, ‘로욜라’라는 명칭이 보여주듯이 가톨릭 제수이트 교단(예수회)이 운영하는 대학이다. 그래서 프랭크 게리는 아이들의 동화에 나올 만한 작은 채플을 로스쿨 한쪽 구석에 세웠다. 물론 거기서 기도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카펫이 푹신하고 조용하니까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낮잠을 자곤 한다. 게리가 설계한 건물에서 보낸 4개월은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로욜라 로스쿨 졸업생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인물은 2011~14년간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성김(Sung Y. Kim)이다. 그의 부친이 외교관으로 LA에서 근무해서 그는 LA에서 자랐고 학부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나왔고 1985년에 로욜라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국무부에 들어가기 전에는 LA 카운티 검찰청에서 잠시 일했다. 로욜라 로스쿨을 나온 가장 유명한 변호사는 O.J. 심슨 살인사건 재판에서 심슨을 변호한 ‘드림팀’을 이끌었던 자니 코크란(Johnny Cochran 1937~2005)이라고 하겠다. 자니 코크란의 법정 연기는 그야말로 스타급이었다. 심슨은 무죄평결을 받고 석방됐으며 환멸을 느낀 담당 검사는 사표를 내어 버렸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