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공급론자들이 주로 인용하는 내용이 노태우정부(1988.2-1993.2) 시절 200만호 공급과 이명박 정부(2008.2-2013.2) 시절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과 '반값아파트'라고 우겨대는 '토지임대부주택'의 공급을 그 원인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전자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후자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노태우 정부 초기(1988년~1990년)에는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 맞물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정책 시행으로 1991년 이후 가격이 안정세로, 특히 수도권은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노태우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심화된 부동산 투기와 집값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 확대와 강력한 수요 억제 및 세제 강화를 동시에 추진했다. 특히, 토지 공개념에 기초한 획기적인 법률을 도입하여 규제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금으로 보면 진보정부에서도 시행이 쉽지 않은 강력한 규제정책들이다.
우선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하여 ①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대도시기준 개인 200평이상 대지 소유시 초과소유부담금 부과, 1999년 위헌결정), ② 「토지초과이득세법」(토지가격이 정상적인 지가 상승률 초과시 미실현 이득에 대한 세금부과, 1999년 위헌결정), ③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토지소유자가 얻는 개발이익의 일정부분 국가가 환수, 현행유지)로 소유권에 공적인 제한을 가하였다.
다음으로는 세제 및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① 종합토지세 실시(재산세와 토지세를 통합한 종합토지세의 시행으로 토지보유세 강화) ② 양도소득세 강화(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을 '3년이상 거주, 5년이상 보유' 및 투기지역내 2주택이상 소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 ③ 금융규제(주택구입 관련 대출 억제) ④ 부동산 가격의 과세표준 현실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였다.
마지막으로 분양권 전매금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주택임대차보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계약서에 확정일자 제도 도입, 부동산 거래 검인계약서 및 등기의무화를 도입하여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성 거래를 막고 주택 공급 질서를 확립하는 데 집중했다.
노태우 정부는 당시 주택총량(1990년 737만호)의 20%에 가까운 200만호 계획을 1988년에 발표하고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입주를 1991년경부터 시작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였고, 토지 공개념 3법은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투기 이익을 환수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가장 상징적인 규제 조치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0년에 전체주택수는 737만호이고 가구수는 1135만3천가구로 주택보급률(현실성이 떨어지는 지표라 좋아하진 않는다)이 71.3%로 절대적인 주택부족상태였고, 200만호가 공급된다고 하니 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추가적인 규제정책이 결정적이라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부동산 가격 하락(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주로 대외적인 경제 충격과 정부의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정책이 결합하여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9월, 미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국.내외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는 주택 시장을 급격히 냉각시켰다.
금융위기로 실물 경기가 침체하고 가계의 소득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었다.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와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해 전반적인 대출 환경이 악화되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특히 보금자리주택의 대규모 공급 계획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향후 주택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주면서 민간 주택 시장의 수요를 흡수하고 가격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강남 세곡, 서초 내곡 등 핵심 지역에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주변 시세보다 30~50% 저렴한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로 불리는저가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민간 건설 시장의 사업성을 떨어뜨려 민간 공급을 위축시켰고, 기존 주택에 대한 매수 수요를 청약 시장으로 대거 흡수했다.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된 수도권 외곽 지역뿐만 아니라, 강남권의 주택 가격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 시절 급등한 주택 가격을 무리하게 대출받아 매수한 가구들이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을 겪으며 금융적 어려움에 처하는 '하우스 푸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었고, 이는 추가적인 주택 매수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양도세 감면, 투기지역 해제, 대출 규제(DTI/LTV) 완화 등 역대급의 규제 완화 및 부양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 경제 위기와 공공주택 공급 정책이라는 두 요인으로 인해 수도권 주택 시장은 장기 침체를 겪었다.
즉 이명박정부의 주택가격 하락은 부양책을 썼음에도 대내외적 경기침체로 인한 요인이 컸고, '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했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졌다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시장상황과 맞물려 집값이 하락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택공급론자들의 주장처럼 주택공급이 주택시장 안정의 주된 원인이라기 보다는 노태우 정부 시기는 강력한 수요억제와 세제, 이명박 정부 시기는 대내외적 경기불확실성이 주택시장을 침체로 몰고 갔다고 할 것이다.
<Google Gemini 도움을 받아 작성한 1988년이후 주택가격변동율과 정책금리 변화>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