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중앙정부 부채 + 지방정부 부채)가 2025년 기준 1277조원으로 GDP 대비 48.3%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 정부예산을 올해 대비 8.1% 늘리는 슈퍼예산을 편성해 부채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처음 편성한 2026년 정부 예산안은 총 728조원으로 2025년 대비 55조원 늘어나게 됐다. 그에 따라 국가부채는 약 138조원 늘어난 1415조원으로 GDP 대비 부채비율은 51.6%로 50%대 부채비율 시대가 열리게 됐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도 연간 30조원을 훌쩍 넘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우리나라 같은 비 기축통화국의 경우에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국가 신용도에 치명적인 강등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미국의 3대 신용평가기관의 경우 정부 부채비율이 50% 이상이 되면서 주시를 하고, 60%를 넘기면 강등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어, 늘어나는 시중 유동자금에 정부 확장재정까지 합쳐질 경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져 자칫 물가불안으로 인한 서민경제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트럼프 정부 역시 정권을 잡은 첫 예산안을 확장예산으로 편성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를 통해서 5조달러의 국채발행 한도까지 늘려놓으면서 9월 말까지 예산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을 경우 10월부터 국채를 본격적으로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누적 국가부채가 36조2000억달러(5경원)로 이미 미국 GDP의 124%에 달하고 있다. 1년 이자만 1조달러(약 14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트럼프는 확장예산을 위해 5조달러의 국채를 더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아무리 글로벌 기축통과국이지만 국채에 대해서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미국의 재정적 부담이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부채와 그에 따른 과다한 이자비용을 이유로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지난해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1단계 강등시킨 바 있다.
이러한 확장재정 기조에 따라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국채로 인한 부담은 유럽 핵심 국가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공공부채가 3조3000억유로(약 5200조원)로 GDP의 113%에 달한다. 유럽은행이 가이드로 정한 60%의 거의 2배에 달해 국가부도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늘어나는 부채를 국채발행으로 메워야 하다 보니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30년물 국채금리는 0.05p 상승한 5.00%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규모 재정적자와 세입부족에 시달리는 영국도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2일(현지시간) 영국의 3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0.08p 올라 5.72%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파운드화는 하루 만에 1% 넘게 하락했다.
역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의 30년물 국채금리도 하루 만에 0.05p 상승해 3.42%로 장중 한때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발행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국채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국채로 인한 조달비용이 올라가는 것이고, 그만큼 재정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추경 30조원 대부분을 국채발행으로 해결한 데 이어 내년에는 올해 예산보다 8.1%나 늘리는 슈퍼예산을 책정했는데, 역시 재정적자 대부분을 국채발행으로 채워야 한다.
글로벌 국채 이슈에 편승해 우리나라 국채 금리도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3일 현재 30년물 국채 금리는 2.8310%로 전일 대비 0.056p 상승해 3%대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 2.5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은 아직 50% 안팎이라 본격적으로 위험수위에 들어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위험스럽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19년 35.4%를 기록한 이후 2022년 45.9%, 올해 48.3%가 전망되고, 내년 51.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GDP 규모와 맞먹는 규모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까지 더하면 내년 총 부채는 6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둔화를 완화시키고 미국과의 협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지나친 소비적 에산집행은 자제할 필요가 있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와 SOC 사업 확대에 자원을 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계 한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선심성 소비 촉진 예산은 자제하고, 기업들이 생산활동을 늘려 성장률을 올리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산업 유발효과가 높은 SOC 확충 사업을 통해 사회 전반의 선순환 흐름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