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


#1 2022년 2월 중순경 간부회의의 풍경이다. 당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발표하기 위해 간부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하여 개최된 자리였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었고 이에 대한 토론을 하자고 하자 甲이 부임한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

그런데 A는 겁도 없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분양주택이지만 토지에 임대료가 붙는 또다른 형태의 임대주택이고, 분양주택이라 취득세, 재산세 등 부동산에 붙는 온갖 세금은 수분양자가 부담하게 되니 20년동안 제세공과금을 부담하지 않는 장기전세주택보다 장점을 발견할 수 없다. 또한 시간이 경과한 후 건물이 노후화되어 재건축이라도 하려면 쉽지 않다. 그리고 주변 자산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벼락거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좀 더 심사 숙고하고 난 다음에 정책 발표를 하자는 것이 요지였다.

회의장 분위기는 싸해졌고 건너편에서 사회를 보던 간부가 부랴부랴 A의 발언을 중단시켰고, 홍보담당부서장이었던 A는 1개월후 경력증명서를 떼면 나오지도 않는 보직인 ㅇㅇ구의 지역센터로 좌천되었다.

#2 2023년 10월경 또 다른 확대간부회의가 진행되었다. 당시는 분양원가 공개를 매월 1개지구씩 하던 때였다. 甲은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 80여명이 되는 간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A와 마찬가지로 한직에 있던 B가 호기롭게 대답을 하였다. "코로나 등으로 한동안 0%에 머물던 실질금리가 미국발로 인상되면서 한국도 금리가 인상되자 주택담보대출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그에 따라 주택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집값이 하향 안정되고 있다"라고 대답을 했다.

순간 다시 또 회의장 분위기가 싸해졌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냐고 甲이 되묻자 잠시후 C가 甲이 원하는 대답을 내놨다. 甲이 분양원가 공개를 하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등 혁신적인 정책을 펴면서 그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안정되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자 甲은 비로소 만족스러운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면서 주택시장이 안정되었다고 반복하여 이야기를 이어갔다.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이고, 甲에게는 신앙이나 마찬가지인 신념이었다.

간부회의가 아니고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을 듣는 시간이었다.

참고로 2021년 0.5%였던 기준금리가 2022년 1월 1.25%, 2022년 10월에는 3.0%, 2023년 내내 3.5%로 상승하고 있었다.

사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법도 꼼수를 동원하여 주택청약이 아닌 "사전예약"이라는 편법으로 한국부동산원 청약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예약을 받은 것이다.

사전예약이기 때문에 청약통장은 당첨돼도 효력이 상실되지 않고 계속 유지가 된다. 사전예약 홍보시 이 점을 집중 부각시켰으며 계약하지 않아도 되니 사전예약을 하라고 부추겼다.

즉, 밑져야 본전이니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해보라는 식이었다. 이런 꿀같은 편법을 동원하여 청약을 받았음에도 경쟁률이 고작 고덕강일 3단지는 40:1, 마곡10-2는 69:1이었다.

사실 이정도 되면 수백대 1은 됐어야 했다.

고덕강일 3단지를 두 번에 걸쳐 예약을 받았는데 토지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 중간에 변경(조성원가→감정가격)되는 바람에 나중에 예약하는 주택의 토지임대료가 올라가게 되자 선행 토지임대료를 기준으로 역으로 꿰어 맞추는 촌극을 벌였고, 이의 부담은 내년 하반기 본청약시에 남아있는 직원들이 지게 될 것이다.

甲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현재 사장 공모 중인 우리나라 대표 부동산 공기업에 도전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당시의 임명권자와 지금의 임명권자가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