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을 공모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재명 정부 국정 초부터 공공주택 공급 과제를 해결해야 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후임 사장 찾기에 나서면서 이 정부 주택정책 기조를 담당할 적임자가 누구인 지에 부동산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국토교통부 수장으로 선임된 김윤덕 장관이 건설이나 부동산 비전문가인 만큼, 공공주택 공급 전반을 책임 질 LH 사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땅장사가 아닌 실용적 공공주택 공급 과제를 해결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토부장관이 부동산 비전문가인 정치인인 마당에 LH 사장마저 정치적인 배경을 가진 인물이 될 경우 자칫 정권 초기의 공급기조가 흔들릴 수 있고, 문재인 정부 시절과 같은 부동산 불안정 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거론되는 후보군 중에는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사장에 이어 GH(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까지 거친 김세용 고려대학교 교수와, GH 사장을 지낸 이헌욱 변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H 사장을 지낸 김헌동 전 사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지원했다고 스스로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세용 전 GH 사장은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SH와 GH 등에서 공공주택 공급 정책을 실행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방식으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선택한 만큼, 이 방식을 처음 개발해 적용까지 한 김 전 사장이 유리한 입장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전체 분양가격 중 10~25%만 초기에 지분을 취득하고 이후 20~30년 간 적금을 붓듯이 지분을 취득해 소유해가는 방식이다. 지분 100% 취득까지 주택을 공공과 공동으로 소유하는 대신 공공이 소유한 지분에 대해 주변시세의 80% 가격으로 임대료를 내는데, 지분을 소유하는 만큼씩 임대료도 줄어드는 식이어서 벌써부터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신임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대해 언급하면서 “주거 안정과 자립기반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를 밝혔고, 지난달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주거정책 방향 중 하나로 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 주택이 명시된 만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개발자인 김 전 사장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GH 사장을 지낸 이헌욱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리틀 이재명’으로 불리는 이 변호사는 2020년 8월 GH 사장 재임 당시 판교사업단에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A 아파트 200.6㎡ 1채를 9억5000만원에 2년간 임차하도록 지시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아파트를 직원 기숙사로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이 집의 옆집이 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집이어서 선거대책본부용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 건으로 이 변호사를 포함해 4명의 GH 관계자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업무상배임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GH 사장 이력은 있지만, 그동안 주된 행보는 정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총선 때 분당갑에 출마했지만 김병관 영입인재가 전략공천 받는 바람에 밀렸고, 2018년에는 성남시장에 출사표를 냈지만, 은수미가 단수공천돼 또 불발됐다. 2024년 총선에서는 용인정에 출마를 선언했지만 국민투표 경선으로 국민의힘에서 이적한 이언주에게 밀려 또 낙마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변호사가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할 만한 인물로서, 지난 대선 캠프에서도 금융주택본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이 변호사의 부인인 성희승 화가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이 변호사와 이 대통령 간의 사이가 예전만 못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 이 변호사가 경기 용인정에 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자 이 변호사 부인인 조 화가가 SNS에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에 대해 “이재명은 한국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 다 하다 보니 꼬투리가 많이 잡히고 수사의 빌미를 준다"면서 "저급한 인격형성을 바탕으로 승부욕은 매우 강해 이기기 위해서라면 주변의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무리하게 희생시키고 모르쇠로 일관하다 보니 한때 만났던 여배우도 모르는 사람 취급하고 부하직원도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고 썼다.
이어서 "이재명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개혁이 아닌 자기 생존을 가장 우선시하고 자신의 권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개혁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정치꾼"이라며 "실제로는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을 개혁할 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고, 기껏해야 돈 거둬서 나눠주겠다는 정도"라고 지적했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의 응모자가 있지만, 스스로 추천한 케이스로 경실련 경력을 가진 김헌동 전 SH 사장이 있다. SH사장 시절 토지임대부주택 상품을 내놨지만,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한다는 논리가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정책의 한계를 드러냈었다. 특히 토지에 대해서는 영원히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어서 토지가격 상승에 따라 임대료가 계속 올라가는 불안정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특히 김헌동 전 사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탁해 SH 사장에 임명된 이후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로 바뀐 상황에서 중책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LH 사장 공모에 신청했다고 밝히면서, LH 사장에 선임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2021년 3기신도시 시흥광명지구 땅투기 비리를 비롯해서 2023년 전관예우를 바탕으로 한 철근 누락사태 등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LH가 내부 개혁의 과제를 해결하는 한편, 이재명 정부 주택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서민주거복지를 이끌 수장을 뽑는 만큼 무엇보다 경험과 실적이 검증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는 건설업계의 甲중의 甲인 위치에 있다 보니 비리의 온상이 돼있고, 임직원들이 LH의 건전성이나 국가 주거복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만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정부 첫 수장인 만큼 부동산 관련 전문성을 가지고 조직을 혁신시키고, 공공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검증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