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시 비즈니스석을 탄 것으로 서류를 조작해 수백만원을 착복한 혐의로 지난 22일 수사를 받고 있는 안산시의회
여전히 감사 사각지대인 지방의회가 예산 운영의 기준을 자의적 판단으로 정하다 보니 출장비 등의 편법 운영 사례가 속출하면서 지방의회 감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경기도 안산시 안산단원경찰서는 안산시의회 사무국을 압수수색 해 해외출장 경비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지방의회 국외 출장 실태를 점검하며 항공료 조작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의뢰하면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었다.
안산시의회 소속 시의원 20명과 공무원 12명 등은 지난해 5월 일본 출장 당시 국외 출장 업무를 담당하는 여행사 측에 항공운임을 부풀려 청구할 것을 요청했고, 해당 여행사는 실제로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면서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것처럼 항공운임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예산 수백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출장비 부풀리기 사례는 지난 5월 대구시의회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5월 20일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시의회를 압수수색 했는데, 이곳 역시 시의원들이 출장비와 경비 등을 과다계상한 것과 관련 권익위의 수사의뢰에 따른 것이었다.
전라북도에서는 11개 지방의회가 무더기로 출장비 부풀리기 혐의로 무더기 경찰조사를 받았다.
지난 8월 13일 권익위 수사 의뢰로 전국도의회를 비롯해, 전주, 익산, 군산, 정읍, 김제, 남원, 임실, 순창, 진안, 고창 등 시군의회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졌다.
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지방의회 243곳을 대상으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의 지방의원 국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한 결과, 44.2%(405건)가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 출장비 역시 예산 운영지침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황제출장 등으로 시민들의 비난을 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11월 3일부터 4일간 일정으로 의왕시의 시의회 감사가 예정된 의왕시의회도 시의원의 황제교육 출장이란 논란에 빠졌다.
의왕시의회 박 모 시의원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여섯차례 제주도 등에서 열린 교육 출장을 다녀오면서 이 중 세 번은 왕복 30만원이 넘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올해 3월에는 1박 2일간 출장에서 하루 40만원이 넘는 특급호텔인 제주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의원이 이틀 간 해당 호텔에서 숙식에 들어간 돈은 총 89만700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에서는 이에 대해 실비 정산인 규정만 있고 딱히 비행기 좌석등급이나 호텔 등급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이 총액 예산가이드라인만 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시간 거리인 제주도를 가면서 비즈니스석을 끊고 특급호텔에서도 높은 등급의 객실을 잡는 것은 국민 혈세를 아껴야 하는 공직자로서의 자세와는 동떨어졌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243개 지방의회 중 반 이상이 감사를 받지 않다 보니, 시의회 예산을 쌈지 돈 쓰듯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가 지방의회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비리를 막기 위해 2018년 3월 각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지방자치단체 감사규칙에 감사대상에서 ‘의회사무기구’를 포함시킨 바 있다.
그러나 7년여가 지난 지금에도 지방의회 반 이상이 여전히 감사를 받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그 와중에 시민과 국민의 혈세가 엉뚱하게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지방의회의 예산 역시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와 감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국내 상당수 지방의회가 감사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출장비 부풀리기, 업무추진비 오용 사례들이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방의회가 지방정부의 감사 및 예산 심의 권한이 있다보니 눈치를 보느라 감사 집행을 미루면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어, 지방의회 감사를 강제규정으로 규제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