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대책이 발표되었다. 주요내용은 공공택지의 LH 직접시행, 비주택용지의 주택용지로 전환, 도심 유휴부지 · 노후청사 등 활용한 주택건설, 노후공공임대 재건축, 공공도심복합개발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대책이 나오자 일부 경제지와 보수언론에서는 LH공사의 부채가 170조 원인데 사업비를 감당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적 보도를 하고 있다. 얘기인 즉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와 내년 '영업적자'를 낼 전망이고, 2027년엔 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하고 부채비율도 향후 5년간 치솟을 것이라고 한다.
이어서 LH는 토지를 판매한 대금으로 임대주택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적자를 메우는 교차보전 회계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공공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직접 개발과 임대주택 운영에 힘을 쏟으란 현 정부의 정책이 반영되면 적자와 부채는 더욱 폭증할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공공택지를 벌떼 입찰 등을 통해 낙찰받은 후 고분양가로 주택 분양사업을 하던 시행사와 건설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아무튼 그러면서 LH공사의 향후 부채전망을 도식화해서 보도 했다. 그러나 이는 LH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부동산 개발공기업의 공통된 문제이다.
컵에 물이 반 정도 들어있다. 이를 두고 누구는 아직도 반 컵이나 남았다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물이 반 컵밖에 남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반 컵의 물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부동산 개발공기업의 부채도 역시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넷 등을 통해 검색이 가능한 데이터만 놓고 부동산 개발공기업 네 곳의 부채비율을 비교했을 때 LH공사의 부채가 과연 언론에서 그렇게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살펴보았다.
다음 표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공기업들의 연도별 부채비율이다. 유감스럽게도 한 번도 재무상태가 건전한 적이 없었다.
개발공기업의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숙명이다. 그나마 LH공사는 부채비율을 500%까지 유지할 수 있지만, 동일한 개발업무를 하는 광역지자체 투자 지방공기업은 400%까지 지이나 그나마 행안부에 의해 대부분 300%이하로 규제를 받고 있고, 3기 신도시에 한해서는 350%까지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LH공사는 아직도 투자여력이 충분하지만 GH공사 같은 지방공기업은 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부동산개발공기업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채가 생기게 된다.
개발 초기 토지를 취득하는 보상단계에서부터 조성, 건설까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대부분의 개발공기업은 공사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한다. 사업기간이 길다 보니 이 기간동안 발생하는 금융비용이 누적되어 부채가 증가하게 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분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완공된 주택이나 토지 등이 재고자산으로 쌓이게 되고, 이는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고,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초래하여 추가적인 부채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즉, 부동산 개발공기업 부채의 특징은 대부분 '정책적 부채'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다.
개발공기업의 부채 문제는 단순히 경영 효율성 차원의 이슈가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성이라는 공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을 부동산 개발공기업이 대신 감당하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개발공기업의 재무 상태를 평가할 때는 일반 기업의 잣대가 아닌, 공공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24년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총부채는 160.1조 원이고 이중 '비이자 부채' 규모는 97.3조 원으로 전체 부채의 약 60%로 이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회계상 부채로만 분류된다(alio.go.kr). 주요 항목으로는 임대보증금, 분양 선수금, 원가충당부채 등이 포함된다.
SH공사의 경우 2024년 기준 총부채 20조 236억 원 중 '비이자 부채'가 12조 9,485억 원으로, 전체의 64.7%에 달한다.
만약 LH공사와 SH공사의 부채중 '비이자부채'를 빼고 이자부담 부채비율을 계산한다면 LH는 약 127%(자본금 49.3조, 2024년 기준)이고, SH의 경우에는 91%(자본금 7.6조, 2024년 기준)가 된다. 오히려 '비이자부채'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개발공기업이 영업외 수익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즉, 경영에 부담이 되는 이자부담 부채비율이 크지 않아 아직도 투자할 충분한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개발공기업의 부채는 일반 회사의 부채와 질적으로 구분된다. 그렇다고 부채관리를 방만하게 운영하면 문제가 되지만 현재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부채비율이 너무 커서 민간에게 공공택지를 매각해서 임대사업 적자(연간 LH 2.5조, SH 4,700억)를 교차 보전해야만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는 뜻이다.
LH의 경우 '이자부담 부채' 역시 63조 원이라는 막대한 규모로, 특히 3기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정책사업을 위한 차입금 비중이 커 실질적인 재무 부담이 존재한다. LH의 자산 또한 대부분 토지 및 임대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동성이 낮아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유동성 악화가 가속화되는 취약성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부채비율 계산 방법으로만 놓고 볼때도 LH는 아직도 부채비율이 500%가 되려면 여유가 있으니 공사채를 발행해서 사업을 추진한 후 3년정도 뒤에 주택을 분양할 때부터 분양수익을 거두게 되니 공공택지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도 전혀 문제가 없게 된다.
이와같이 LH의 부채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 한 쪽에서는 LH의 총 부채 규모가 한국전력공사보다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LH를 '부채 공룡'으로 인식하고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다. 이 시각은 공공기관의 부채를 시장의 잣대로 평가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다른 쪽에서는 '비이자부채'의 특성 및 '이자부담부채'의 상당 부분이 저리 장기 차입금이라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부담이 적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LH가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고, 법적·제도적 보호 아래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는 LH가 일반 기업과 달리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는 특수성을 고려한 시각이다.
개발공기업의 부채는 취득한 토지를 상품화하여 팔리지 않는 토지 또는 미분양 주택이 재고자산으로 남겨지는 경우는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공공택지를 매각해야만 될 정도의 악성부채는 아니다.
개발공기업은 공공택지를 직접 개발해서 적금주택(지분적립형주택), 기본임대주택, 기본분양주택(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과 기존의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 등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택을 시장에 내놓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택지의 직접개발은 LH뿐만 아니라 모든 부동산 개발공기업의 개혁을 위한 시발점이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