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엘지엔솔 배터리공장 불법체류 근로자 관련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토리 브래넘 공화당 하원의원 출마 예정자. 사진=페이스북 캡쳐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475명이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 구금된 사건은 간단히 넘어갈 상황이 아니고, 한미간의 근본적인 관계를 재정립 해야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현재 억류된 300여 명의 한국 근로자들을 자진출국 형식으로 본국으로 귀환시키는 데 힘을 쓰고 있는데, 지금 당장의 보여주기 식 처신으로 향후 한미 관계를 잘 못 설정할 수도 있어서 문제를 잘못 건드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자칫 미국 내의 한국 투자 기업이나 생산공장 더 나아가서 미국 거주 한인과 유학생들의 안위까지 위협받을 수도 있다.
강제추방이냐 자진출국이냐의 차이는 분명 어느 정도 있지만, 두가지 경우 모두 불법은 인정하는 경우이고 이러한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즉 미국으로의 재입국 시 반드시 제재를 받게 된다는 것 역시 비슷하다.
미국 이민법상 자진출국(voluntary departure)은 강제추방(deportation)과는 달리 재입국에 대한 불이익이 적거나 없을 수 있는 것으로 돼있지만, 이 경우 미국 이민국이 잘못 체포한 사실을 인정하고, 불법 사실을 기록에서 삭제해줬을 경우에 한한다.
미국 이민국이 잘못을 인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법적인 이의를 제기해 미국 이민국이 잘못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미국을 떠난 이후에는 이 과정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민법 상 강제추방을 당하면 최소 5년 이상 10년 까지 재 입국을 할 수 없게 된다. 입국 금지기간 동안 불법으로 재입국해서 다시 추방을 당할 경우에는 재 입국 금지기간이 20년 추가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록이 영원히 남기 때문에 자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만든 행정명령에 따르면, 현재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시민권자라고 하더라도 그의 부모가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온 경우에는 언제든 추방을 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근래 트럼프가 자신에게 각을 세우고 있는 테슬라 CEO인 머스크에 대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올 때 공부를 하겠다는 이유로 들어와서는 공부는 안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이민법 위반을 이유로 추방할 수 있다고 협박을 한 적이 있었다. 이에 머스크는 트펌프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의 어머니가 슬로베니아 출신인데 미국 이민 과정이 불법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명령에 따라 멜라니아 여사부터 추방시키라고 맞선 바 있었다.
이들이야 미국이 거물들이기 때문에 이민법이나 행정명령을 들이대기 어려워서 그렇지, 이번 억류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그 자식들의 미국 입국까지 제한 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가 자진출국 형식으로 국내 귀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 책임자의 생각이 완전히 다른 점도 사태가 쉽사리 정리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인 크리스티 놈은 현재까지도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강제추방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강경한 태도로 볼 때 체류 기간이 매우 짧은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자진출국 처분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강제출국 조치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불법체류 사실을 제보한 사람이 조지아주 하원의원에 출마를 준비중인 공화당원으로서 극우 성향의 MAGA 신봉자라는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30대의 전직 여성 해병대원인 토리 브래넘(Tori Branum)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한국 배터리 공장의 불법체류자들을 제보하면서, 그의 페이스북에 한국의 근로자들이 불법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민국에 제보를 수차례 했고, 담당자와 직접 통화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MAGA 지지세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기반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을 무시하기 매우 어려운 처지이고, 그만큼 우리 정부가 얻어낼 수 있는 것의 한계가 뚜렷해진다.
상황이 정치적으로도 풀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나라도 정공법으로 갈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이민법에 따르면 분명 우리 근로자들이 불법체류로 근로 활동한 것은 맞지만 미국이 투자를 원하고, 그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자여행허가(ESTA)나 B-1 또는 B-2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게는 미국 내에서 자유로운 근로가 보장된 H-1B, H-2B비자에 대한 쿼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우선 비즈니스 비자인 B-1 비자라도 받아 입국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과적으로 미국 이민법을 위반하게 됐지만, 이번 기회에 마스가를 포함해 최대 50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앞두고 한국의 입지를 세울 필요가 있다. 억류된 근로자들의 석방이나 귀국이 늦어지더라도 엄청난 투자를 하는 마당에 처음부터 무릎을 꿇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투자 과정에서 엄청나게 약탈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투자 철회를 주장할 필요도 있다. 사실 이런 불평등이 심한 관계라면, 인도나 브라질처럼 관세 50%를 맞고 수출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른다. 한번 호구를 잡히면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근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 한수원 간의 영구 노예계약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이번 근로자 억류 사태는 단순히 불법 체류 근로에 따른 이민법 위반 차원이 아닌 앞으로 5000억달러를 투자하고 그 외 한미 비즈니스를 어떤 구도로 가져가느냐의 중요한 분기점이란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국민이 어떤 경우에도 미국의 편을 들겠는가? 정부가 미국에 당당하게 맞서고 그 과정에서 현재 억류된 근로자들의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주권국으로서의 당당하게 맞서는 국민 대표자의 모습을 지지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충분히 미국의 의견을 따른 것은 국내 기업의 생존과, 국민의 경제적 안위 때문이었지만, 상대가 이런 정도라면 더 이상은 우리 자치권을 뺏겨서는 안될 것이다.
주권은 스스로 찾는 것이다.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없이 뺏어갈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