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서울 한강 주변 아파트 단지들. 사진=서울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안정적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겨울이 끝나갈 무렵인 올 2월 갑자기 들불처럼 뜨거워진 것에 대한 원인제공자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꼽힌다.

오 시장은 올해 1월 서울 아파트값이 하향안정화 됐다면서 집값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엄밀히 말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기가 됐는데, 이를 연장하지 않고 재지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한 달 전 서울 부동산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더니 결국 집값 신호탄을 쏘는 오판을 한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강남 일대 아파트는 거래 폭증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규제 완화 후 39일간 이들 지역의 거래량이 257% 늘어났다. 거래량 증가보다 아파트값 상승폭은 더 컸다. 39일 간 강남 지역의 신고가 거래 건수는 546.2% 늘어나 서울 전체 신고가 증가 131.8%의 4배 이상을 기록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을 패러디 해 오쏘공(오세훈이 쏘아올린 아파트 고공행진)이란 말이 나왔고, 실제 아파트값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오 시장은 서둘러 규제 완화 45일 만에 용산까지 포함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었다.

그러나 한번 불이 붙은 서울 아파트값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난 6.3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급해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1호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열기를 이어갔다. 이 정부 첫 부동산대책인 6.27수요억제책은 바로 수도권 아파트값 대출억제에 모아졌다. 그러나 그정도 대책으로 진정될 시장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이번에는 공급 중심의 부동산대책 2호인 9.7대책을 내놨다. 그래도 서울 수도권 아파트값은 상승폭을 더 크게 늘려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수도권 집값 상승의 모멘텀은 오세훈이 쏘아올린 집값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는데, 어쨌든 오 시장이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유동성 회수를 위해 올릴대로 올린 금리를 내릴 차례만 남은 상황에서 이자율과 반대로 가는 집값은 당연히 어느 순간부터 오르게 돼있었고, 그동안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원가 상승에 이은 분양가 상승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는데 결국 오 시장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오 시장은 시장 내부적으로 용암이 끓고 있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섣불리 규제를 완화해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고, 한번 불이 붙으면 최소 2~3년은 가는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최근 신통기획 2.0을 통해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면서, 정비사업 사업기간을 총 6.5년 단축해(기존 18.5년에서 12년으로)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그리고 2035년까지 37만 7000가구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한강벨트에 19만 8000가구를 공급해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의 원하는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10월 첫날인 오늘은 민간임대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주택임대사업자를 투기꾼 대하듯 하는 이재명 정부의 지난 6.27부동산대책에 정면 반기를 들고,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제한(LTV 0%)를 완화하고, 종부세와 양도세 등 각종 세제 조정을 추진해 임대사업자들을 참여시켜 공급절벽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임대사업자의 주요 보유 대상인 오피스텔, 다가구·다세대, 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래서 지난해 2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한 비아파트 착공물량을 활황기인 2015년의 3만6000가구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제도개선 건의를 위해 조만간 국토부장관을 만나겠다”고 슬쩍 정부에 공을 넘기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 부동산시장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할 경우에 핑계를 댈 수 있는 좋은 빌미를 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문제는 정권의 신임과 직결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정책만 25차례 이상 발표했고, 그럼에도 집값은 임기 내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래서 지지난 대선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심판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재명 정부 역시도 지금 분위기로 봐서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글로벌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고, 원자재가는 오를 대로 올랐고, 그동안 인허가와 착공이 부족해 시장은 벌써부터 공급부족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오 시장이 올해 2월 서울 집값 폭등의 원죄가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한강버스마저 문제를 일으키자 내년 서울시장 재출마를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부동산문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이해되는데, 오히려 혹을 붙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정치·경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대안이 없는데 앞장 서는 것은 총알받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하고 확실한 대안이 없으면 시장의 흐름에 맡기고 섣불리 들썩거려서는 안된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는 전세사기, 인허가 부실, 집값 상승의 책임을 오 시장의 책임으로 돌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온 힘을 모아서 해도 될까 말까 하는 부동산 문제를 서울시장이 주도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에 지나치게 나서지 말고, 서울시민과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는 ‘한강버스’ 문제 해소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