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건희 집사게이트와 계열사 불법경영 등 수사를 받고 있지만 해외 출장 이유로 2025년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빠져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13일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인사들 역시 과거와 다르지 않게 만만한 기업인들이 2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의원들의 갑질행태 반복이 예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년 간 수많은 횡령과 부당대출 등으로 얼룩진 5대 시중은행 회장들은 증인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새롭게 들어선 이재명 정부에서도 마피아 수준의 금융계 파워를 의미하는 ‘모피아’의 힘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인으로 출석하는 주요 기업인은 대표적으로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IT 계열사인 SK AX(옛 SK C&C)에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가 수백억원 대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따른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와 관련 증인으로 10월 28일 출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오는 16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의 이혼 위자료 소송 관련 대법원 판결이 예정돼있어서 그 결과에 따라 입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거래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김범석 쿠팡 의장도 증인 명단에 올라있다. 과거와 같이 미국 국적자라는 이유를 내걸고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출석을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무위원회가 종합감사 때 추가로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끼워팔기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대표로 노출하는 등 불공정에 따른 침해, 그리고 물류센터 작업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와 관련 책임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 사태에 더해 롯데카드 해킹사고와 관련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할 예정이다. 김 회장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 모두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 피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에 더해 롯데카드 해킹사고와 관련해 조좌진 대표와 MBK파트너스의 윤종하 부회장도 증인 명단에 올라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정현호 부회장의 불공정 행위 의혹, 구글 황성혜 부사장이 불공정 의혹 등으로 증인 출석자 명단에 올라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을 온라인 플랫폼 정보보호 실태 증인으로 소환했고, 이 외에도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조만호 무신사 대표,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 등이 소환될 예정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산업재해 및 임금체불 등이 이유다.
도세호 SPC 대표는 SPC삼립 시화공장 기계 끼임 사망사고와 관련 출석 예정인데,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인 허영인 회장이 빠진 것에 대해 봐주기 식 증인 채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용직 제도개선 대책 미흡으로 쿠팡CFS 정종철 대표도 출석 예정이다. 특히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현장과 관련 올해에만 4명의 사망사고를 낸 포스코E&C의 송치영 대표와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우정 대표가 우선적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국토교통위에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8개사 대표들이 출석 예정이다. 현대건설 이한우 사장, 대우건설 김보현 사장, DL이앤씨 이해욱 회장, GS건설 허윤홍 사장, 롯게건설 박현쳘 부회장, HDC현대산업개발 정경구 사장을 비롯해서 금호건설 박세창 부회장과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송치영 포스코E&C 대표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국토위에도 출석할 예정이다.
특히 이한우 현대건설 사장은 가덕도신공항 수주 포기 배경과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공사와 관련 집중적인 질의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 노동자 집회 및 책임경영 관련 현대차 울산공장 하청업체 정리해고 및 고용승계 논란과 관련 책임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관저 공사를 현대건설이 진행했고, 가덕도신공항 포기에 더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형 사망사고가 계열사에서 일어난 만큼 이에 대한 책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해킹 사고를 일으킨 김영섭 KT 대표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380여 병의원을 상대로 금품 및 향을 등 리베이트를 뿌리면서 자사의 신약을 처방하도록 유도한 대웅제약의 윤제승 CVO(비전최고책임자)는 증인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봐주기 식 국감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배임 및 횡령 그리고 부당대출로 고객의 돈을 함부로 다루고 있는 시중은행장이나 회장들이 증인 명단에서 빠져 이재명 정부 역시 모피아(과거 경제기획원 출신 모임으로 마피아를 빗댄 표현)에게는 어쩔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정무위 국감에서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전임 회장의 일가에 대한 700억원대 부당대출과 임직원 횡령사고 1위의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의 임종룡 회장과 김건희 집사게이트에 연루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의 임 회장은 지난 윤 정부에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항복하고 물러날 정도로 모피아의 핵심 인물이고, 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은 그룹사 다수가 불공정 및 불법행위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의 집사인 김예성 씨가 연루된 IMS모빌리티에 30억원을 투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금융권 회장들은 같은 시기에 열리는 IMF(국제통화기금)와 WB(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해외출장을 불참 핑계로 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가 정쟁으로만 얼룩지지 않고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을 해소시키는 진정한 국정감사가 되려면, 로비력과 협상력이 떨어지는 만만한 증인들만 세울 것이 아니라 권력과의 고리가 있는 관련자들까지 불러 실상을 알려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국정감사가 될 것이다”면서 “특히 금융지주 회장들이 항상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금융기관을 건전화시키고 우리나라 금융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