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월라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번 추석 연휴 직전 워싱턴을 방문해 러트닉과 협상을 가졌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11일(한국시간) 환율은 지난 2일 대비 27.00원 오른 1427.00원에 마쳤지만, 오후 기준으로 NDF(Non Delivervable Forward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 1433.50원까지 치고 올라가 외환시장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환율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화는 대한민국 시장에서만 거래되기 때문에 한국 외환거래소가 문을 닫았을 때는 공식적으로 거래가 되지 않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간에는 국제 은행간 선물환 외환거래가 형성되면서 차액결제용 환율의 움직임은 이뤄진다.

이 NDF 시장에서 환율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미 환율이 위험수위인 1400원을 훌쩍 넘어서 올해 5월 수준으로 4개월 만에 올라선 데 이어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지난 9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100%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우리 환율에 영향을 미쳤지만, 환율 고공행진 추세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추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말 1400원대로 올라선 환율은 추석연휴가 시작된 후 NDF 시장에서 10월 3일 새벽 1404원을 기록한 후 주말을 지낸 6일 1405.2원, 7일 1408.1원, 8일 1413.9원, 9일 1421.35원을 기록했는데 이미 8일 장중에는 1427.58원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길어야 2~3일 오르거나 내리게 되면 차액 실현으로 다시 내리거나 오르는 것과는 달리 이번 원화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글로벌 우려가 외환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환율이 위험수위를 넘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원인으로, 첫번째 대미 무역협상 리스크를 들 수 있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25%의 관세를 15%로 낮춰주는 대신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보유고 약 4160억달러인 한국의 입장에서 외환보유고의 85%에 달하는 달러를 내줄 경우 즉시 외환위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트럼프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거부를 할 경우 관세 25% 적용에 따라 대미 무역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어차피 달러 유출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에 환율 불안요인이 생기게 된다.

다음으로 일본 자민당 총재로 선정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일본 총리에 당선될 경우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6년 간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유지했던 공명당이 결별을 선언해 20일경 중의원에서 뽑는 총리 선거에 변수가 생겼지만 여전히 총리 1순위인 다카이치가 극보수 성향을 보이면서 일본 엔화가치를 떨어트리는 정책을 쓸 경우 원화가치 역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반해 실세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환율 역시 크게 오르고 있다.

다카이치는 금리인상을 반대하면서 현재 일본이 저금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내릴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와다나베 부인들 자금이 세계 시장에 풀리면서(엔캐리 트레이드) 엔화가치는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럴 경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경쟁력도 떨어지고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의 트럼프에 이어 일본도 극보수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경제 측면에서 한미일 공조는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으로 우려가 된다.

유럽 각국의 재정적자도 환율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해 재정적자가 심해지고 있는 유럽 나라들이 기축통화인 유로화를 찍어 재정적자를 메우려 하면서 기본적으로 통화량 증가 현상이 글로벌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축통화국들이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내면서 화폐가치를 전반적으로 떨어트리면서 통용가치가 떨어지는 비기축통화국 화폐가치를 더욱 떨어트리는 것이 환율을 올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달러가치가 달러인덱스(DXY) 기준으로 98로 나타나 기준치 100에 근접해 안정적인 보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기축통화에 대한 가치비교이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해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화폐가 유동성 과다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통화간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비기축통화는 더욱 변동성이 심하고 가치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환율이 오르게 되면 달러 기준 투자에 대한 원화규모가 당연히 커지게 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게 돼 금리인하보다는 오히려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경기둔화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올 4분기 금리인하 정책을 펴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하락하는 원화가치를 해소시키기 위해 부동산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 안 그래도 뜨거워진 부동산 시장 투자열풍이 들 불처럼 번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미국을 상대로 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국내 경제정책 만이라도 준비하고 시장을 정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우리 정부는 과연 어떤 대안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