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장은 4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사진=자료사진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되면서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지난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투자심리를 크게 떨어트렸고, 그 외에도 국제유가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을 크게 떨어트렸다. 반면 달러에 대한 불안감으로 금값은 다시 4000달러대로 올라섰다.
지난 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반발하면서 “2주 후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날 필요가 없어 보인다”면서 “오는 11월 1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중국 제품에 대해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요 소프트웨어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트럼프가 관세폭탄을 선언한 가장 큰 목적인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미국이 얻어낸 것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양국간 막판 협상을 앞둔 진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SNS에 글을 올린 후 뉴욕 증권시장에서 다우지수는 1.9%, 나스닥은 3.56% 각각 내렸고, 월가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32% 폭등해 지난 8월 1일 이후 2개월 여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20선이 다시 무너져 21.66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도 떨어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24% 떨어진 배럴당 58.90달러를 기록했고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11만5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12월 선물이 4000.40달러로 다시 4000달러대에 진입했다.
미중 두 나라는 그동안 무역협상을 위해 4차례 고위급(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중국의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간 협상을 이어오면서, 두 번에 걸쳐 90일씩 무역협상 기간을 연장해 최종 협상 마감 시한은 오는 11월 10일이다.
처음 90일 연장은 지난 5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이뤄졌고, 2차 90일 연장은 1차 연장 만료일인 8월 12일 직전인 7월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3차 협상에서 이뤄졌다.
최종 무역협상 만료일 딱 한달 전인 1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재 선전포고를 한 셈이고, 무역협상 만료일인 11월 10일 이전인 11월 1일부터 추가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봐 그 동안 양국간 진행된 협상 마무리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나라간에는 지난 4월 트럼프 관세폭탄 선언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대해 145%, 중국은 미국에 대해 125% 관세를 선언한 바 있지만, 지난 5월 1차 무역협상에서 상호 115%씩 유예한 상태인데 결국 11월 1일부터 당초 관세대로 부과를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일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자석과 기타 희토류 원소를 중국이 조용히 대량으로 확보해 일종의 독점적 위치를 형성했다"고 비난했다. 전 세계 국가를 인질로 잡고 관세폭탄을 부과하고 터무니없는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가 중국을 향해 “전 세계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공격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중국의 희토류는 미국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 정제 과정의 90%, 자석 제조의 93%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희토류를 독점 공급하는 나라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AI산업을 비롯해 반도체, 국방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고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미국 산업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단순히 중국 내에서 제조된 제품뿐 아니라, 중국산 원료나 기술이 사용된 역외 생산품까지 제한하기로 하고 사마륨, 디스프로슘, 가돌리늄 등 7종의 희토류 원소를 비롯해 사마륨-코발트 합금, 산화 디스프로슘 등 이들 원소를 기반으로 한 합금과 산화물을 통제 대상에 넣었다.
이들 품목을 해외로 수출하려면 ‘이중 용도 물자 수출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하며 이들 희토류가들어간 제품을 외국에서 생산해 거래할 경우도 중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 한 달을 남겨놨고, 이달 말에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간 정상회담이 예정돼있는 마당에 튀어나온 양국간의 강경자세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불과 일주일 여 전인 10월 2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미국을 대표해 중국 부총리와 무역협상을 이끄는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APE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별도 회담이다”면서 "두 정상이 직접 대면해 향후 무역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엄청난 온도차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막판 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관세를 현재보다 크게 낮추려 하고 있고, 미국은 당초 부과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이미 미국은 이번달 말에 있을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미국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핼러윈데이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소비시장에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속셈으로 희토류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는 여기에 최소한 30%의 추가관세만이라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양국간에 막판 힘겨루기가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는 기존의 관세에 더해 지난 4월 트럼프가 기본관세 10%에 펜타닐관세 20%를 합한 총 3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이 30%의 추가관세를 계속 관철시키려고 하고, 시진핑은 펜타닐관세 20%를 없애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추가 기본관세 10%에 더한 펜타닐관세 20%를 어느 정도 조정하느냐를 가지고 막판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관세폭탄 선언을 한 지 6개월 여 만에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와있고, 최종 합의를 위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만큼 조만간 양국간의 최종 합의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