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Vix, 공포지수 말고 ‘불안정지수’로 쓰자

이기영 승인 2024.08.10 09:33 | 최종 수정 2024.08.30 10:35 의견 0

최근 미국과 세계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증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지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공포지수는 일반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오르고, 오르면 반대로 떨어지는 반비례 관계를 보여준다.

지난 5일 미국 뉴욕 증시가 2년 만에 최대폭 하락하고 일본 주가는 사상 최대치인 12%가 떨어지자, 이 공포지수 역시 4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근래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공포감이 요즘 낮 최고 기온의 두배 가량까지 올랐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크게 흔들렸던 이 날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직전 발표한 7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그리고 6월 4.1%보다 높은 4.3%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여기에 일본 기준금리 인상도 한 몫 했다. 일본은 지난 7월 31일 기존의 0.10%를 0.25%로 한번에 2.5배 올렸다. 지난 3월 19일 -0.10%에서 0.10%로 큰 폭 인상에 이은 것이다.

이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현상이 본격화될 것에 대한 시장의 걱정이 미국 경기침체 걱정과 겹쳐지면서 시장은 일시적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날 투자자들의 불안을 표현해주는 공포지수 즉 Vix(Volatility Index)가 전날 23.39에서 65.73으로 42.34p 급상승했다. Vix 65.73은 뉴욕 증시에서 52주 최고치다. 52주 최저치는 올해 7월 19일 10.62다. 불과 보름 상간으로 연중 최저치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래 뉴욕 증권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뉴욕 증시를 끌고가는 주도주는 M7으로 일컬어지는 빅테크주들이다. 매그니시피센트 7개 종목인데,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애플, 아마존, 메타 등이다. 이들 주식들이 세계 증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결국 뉴욕 증시 공포감의 높고 낮음은 이들 주식에 대한 평가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뉴욕 공포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8월 5일 엔비디아 -6.36%, 테슬라 -4.23%, 애플 -4.82% 등 떨어지며 공포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포지수라고 하는 Vix가 주식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고 공포지수란 표현이 맞는 것일까?

Vix는 공포라는 말보다 단어의 뜻(Volatitlity) 그대로 변동성 또는 불확실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주가가 떨어져서 공포감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을 경우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즉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으로 전달 대비 0.2p 올라갔는데, 이것이 미국의 확실한 경기침체를 의미한다기 보다는 그 전에 나온 소비자물가지수가 여전히 높은 데 반해 안 좋은 고용지표가 나온 것에 대해 과연 미국이 침체에 들어갈 지 아니면 연착륙을 하게 되는 지에 대한 판단에 혼란이 생기고 그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를 당장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 집단이 있는가 하면, 이직 시그널이 부족하다면서 9월 이후 내려야 한다는 전문가 집단들의 엇갈린 주장들이 또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금리인상이 엔케리 트레이드를 청산시키고 엔 자금이 일본으로 과연 들어갈 지에 대한 의구심 또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로부터 시작한 AI열풍이 과연 거품이냐 아니냐도 불확실성을 높인다.

현재는 미국 실업률 상승 수치 발표 이후 3일 만에 나온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에 비해 16p 하락한 23만3000건으로 발표되면서 고용 불안요소와 함께 침체 불확실성이 진정됐다. 엔비디아 2분기 실적이 이달 말에 발표 예정이지만, 엔비디아 AI칩을 받아서 사업을 하는 클라우드 업체들의 실적이 좋지않게 나오면서 AI거품론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이 역시 불확실성이 적어졌다.

불확실성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말하기 때문에 거품이 걷힌 것도 불확실성 제거로 본다. 다만 일본의 금리인상 행진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어서 Vix 요동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미국 대선판도 변화도 역시 불확실성의 주범이 될 수 있다.

Vix가 연중 최처치를 찍었던 지난 7월 19일에도 엔비디아는 2.61%, 테슬라는 4.02% 떨어진 것을 보면 Vix는 주가 하락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미래 불확실성을 대변하는 지수라는 것이다. 기술 대장주인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지만, 이들 기업들의 독점적 위치가 점차 약해진다는 시장의 판단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진정돼 공포지수가 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즉 Vix는 주가의 등락 폭의 의존도 보다는 미래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따르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확실히 오른다는 것에 의견이 몰리거나 확실히 내린다는 것에 의견이 몰릴 경우에 Vix는 낮아지고, 반대로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의견이 크게 갈릴 때 Vix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어쩌면 불확실성은 공포감을 자아낼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그대로 공포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Vix를 공포지수라기 보다는 불안정지수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공포와 불안정은 큰 차이가 있다. 지난 8월 5일 미국 Vix가 연중 최고치를 찍을 때 공포지수가 폭등했다고 하니까 다음날 한국 증시가 쑥대밭 됐다. 공포감의 어감이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불안정은 불안정 요소가 제거되면 안정적이 된다는 기대가 있지만, 공포는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패닉에 빠트릴 수 있다.

시장 분석가들이나 언론에서 자극적인 표현으로 관심을 받기는 좋을지 몰라도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는 표현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일부 변동성지수란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상당수 언론이나 증시전문가들은 공포지수란 표현을 즐겨 쓰고 있다. 앞으로는 공포지수란 표현 자체를 없앴으면 좋겠다. 공포지수란 말이 더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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