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의왕시 감사관실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 의왕시의회. 사진=수도시민경제 DB
경기도 의왕시의회가 민선 34년 만에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왕시의회가 투명 운영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 243개 기초의회 가운데 아직까지 감사를 받는 의회는 채 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기초의회 운영이 깜깜이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감사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의왕시의회가 감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해 시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시민경제 취재 결과 의왕시에 따르면, 의왕시 감사관실은 지난 10월 2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나흘 간 의왕시의회 사무국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의왕시의회 사무국의 회계감사를 주로 살펴보고 있는 가운데, 몇몇 제보에 대한 조사를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국의 회계운영을 원칙에 맞게 하고 있는 지를 주로 들여다 보는 가운데, 시의원들의 다양한 의혹에 대해서는 주체가 돼서 하기보다는 제보가 들어온 부분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의왕시 관계자는 “현재 나흘 일정으로 감사를 진행 중이며 우선적으로 사무국의 회계 등 자료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데, 시의원들의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사를 하기보다는 제보가 있는 경우 제보의 사실여부를 따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정에 있어서도 30일까지 나흘 간으로 정했지만, 조사 내용에 따라 일정이 부족할 경우 연장 조사도 가능한데 현재까지는 결론 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대한 공표는 조사 후 시의회의 이의신청 등 과정이 필요해 최종 결과 발표는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의왕시 관계자는 이어서 “조사 결과에 대해 시의회와 협의과정을 갖도록 돼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의신청을 받고 추가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린다”면서 “최종 감사 결과는 내년 초에나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답변했다.
현재 의왕시의회의 한 시의원이 본인과 본인의 부인이 몸담고 있는 기업체에 의왕시가 물량을 발주하는 전형적인 이해충돌 의혹이 일고 있고, 또 다른 시의원은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받았다는 의혹, 여기에 공공행사를 이용한 개인 홍보를 하는 선거법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의원, 황제출장으로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의원들 등 시민을 향한 해명이 요구되는 시의원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칫 위반하기 쉬운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일부 시의원은 윤리위원회에 제소돼 지적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그러나 이번 의왕시 감사관실의 감사 영역에는 이러한 시의원들의 의혹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감사 범위 밖으로 정하는 대신에, 제보에 따라 각각의 사안별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현재까지 어느 부분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의왕시의 시의회에 대한 감사는 처음 실시하는 만큼, 일단 감사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더 크게 두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회에 대한 비리와 탈법 행외가 극심한 것에 대해 이미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감사 권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섰지만, 현재까지 전국 절반 가까이의 지방의회가 감사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시에 대한 예산 심의권과 행정 감사권을 가진 시의회 감사가 쉬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의왕시의회에 대한 시의 감사는 감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감사결과 발표 시점이 내년 초라는 것에 대해 감사 일정이 너무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년 초에는 이미 지방선거전이 본격화하는 시점인데, 그 결과 발표 내용이 정치적인 공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감사는 내용에 충실하기 보다는 감사 근거를 남기고 향후 감사 전통을 세워 의왕시의회의 투명 운영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왕시의 한 시민은 “의왕시가 그래도 인근 지방자치단체들 가운데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시의회 감사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면서 “시청이든 시의회든 투명해지는 것은 시가 투명해지는 것이고 시민의 삶이 투명해지는 것인 만큼 이번 감사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의왕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