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를 부지런히 찍어내 유동성이 넘쳐 환율상승의 원인을 제공한 한국은행. 사진=수도시민경제 DB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바로 "시장을 이길 수도 없고, 시장을 이기려고 해서도 안 된다."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진행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어느 곳이나 암(暗)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진짜 가격은 바로 암시장에서 형성된다. 북한에도 장마당에서 진짜 가격이 이뤄진다.
'머리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좌파사회주의 성향의 학자들은 가격 설정을 통해 시장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격은 대부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하지만, 실질금리에 영향을 끼치는 건 통화량이다. 돈이 풍성해지면 금리가 내려가고, 돈이 메마르면 금리가 올라간다. 과거 한국경제에서 두자릿수 금리가 있던 것은 급속한 고성장 사회에서 너나없이 돈을 빌리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좌파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시장도 가격규제, 거래규제로 안정시킬 수 있다고 착각한다. 바보 중의 상바보다. 지금 거래가격은 물론 전월세시장까지 들썩이는 건, 주택공급이 부족해서인데 이재명 정부는 그걸 모른다. 민주당을 좋아하는 무주택자인 개딸과 가붕개들은 부동산 규제를 찬성하는데, 언뜻 보기에 모든 규제가 유주택자를 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이 불어올라 홍수가 나면 자신들이 먼저 빠져 죽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지금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원달러가 1470원을 넘어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때 환율이 1365원 수준이었다. 6개월 가까운 시간에 무려 9.3% 가량 원화값이 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 말에 의하면 "국민 재산이 무려 9.3% 날아갔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과거 IMF 시절 환율 폭등을 기억하는가?
이러한 자본의 ‘탈(脫)한국’ 밑바탕에는 정치·정책의 불확실성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 불확실성을 낮추려면 정책 일관성이 핵심”이라며 “정책이 자주 바뀌거나 갑작스럽게 부동산 거래를 중단하는 식의 조치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 국내 자금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최근 부동산·노동·투자 분야에서 법과 제도가 수시로 바뀌며 정책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런 잦은 정책 변경과 경제의 정치화는 불확실성을 키워 자본 이탈과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누구도, 특히 말 많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누구도 여기에 대해 잘 언급하지 않는다. 아니, 이게 뭔지 모를 만큼 실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환율이 기름값, 각종 물가, 교통요금 등 전방위로 국민의 삶을 압박하고 특히 청년층, 서민층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모른 결과다. 달러 유출을 초래한 한미관세협상의 여파이기도 한다. 그들의 삶이 무너진 뒤에 누구를 원망할까?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