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이다.(2025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 2021.9. 개정)

서울시가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초기 단계에 직접 개입하여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인허가 절차를 통합·단축하는 공공지원 계획으로 이 제도의 핵심 목표는 주택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과 공공성 및 사업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한다.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은 사업준비단계인 기본계획의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은 광역지방정부가 조합설립 및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준공까지는 기초지방정부가 인허가 관청이니 당연히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9월 7일 국토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대책이 나오고, 정비사업의 단계별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최대 3년을 단축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시는 기다렸다는 듯 '신속통합기획1.0'의 5.5년을 뛰어 넘어 6.5년을 단축하겠다는 '신속통합기획2.0'이라고 명명된 한강벨트 및 강북지역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사실 1년을 더 단축한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1.0버전과 2.0버전이 달라진 것도 없고, 다만 국토부의 9.7대책이 공급계획이 불분명하다는 비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한강벨트에 31만가구를 2031년까지 착공하겠다는 내용을 첨언해서 발표했을 뿐이다. 그러나 서울시 역시 자치구별 구역별로 구체적인 목표치가 아닌 한강벨트에 198천호(강남3구 75천호 포함), 나머지 112천호는 그외 22개 자치구에 구역별로 배분된다고 한다.

국토부의 9.7대책에서도 수도권에 2030년까지 135만호 착공하겠다고 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공공택지 공급확대 및 조기화 37.2만호, 도심내 주택공급 확대 36.5만호, 민간 공급 여건 개선 21.9만호, 유휴부지 및 노후 시설 재정비 3.8만호, 기타 정비사업외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을 통해 35.6만호를 공급한다고 했다. 차별화된 서울시 만의 구체적인 물량의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애매 모호한 것은 9.7대책이나 매 한가지다.

2021년 9월 발표된 '신통기획 1.0'이 어디에 어떻게 실행이 되었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신통기획2.0'을 발표한 것이다. 신통기획2.0을 발표하려면 신통기획1.0의 성과가 어땠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 버전을 발표한다고 하는 것이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밑도 끝도 없이 민간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높여 한강벨트와 강북지역에 집중적으로 주택 3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실행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레토릭(rhetoric)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부동산의 매매수요는 금리인하, 가구수 증가, 소득 증가, 특정지역의 호재요인 등이 있다면 즉시 발생하지만 공급은 즉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부동산의 수요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니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순차적으로 주택공급이 될 예정이니 구매욕구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다.

주택공급론자들이 흔히 빠지는 자가당착 중의 하나가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되면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된다는 주장이다. 신통뿐만 아니라 방통한 기획이라도 최소 12년이상 소요되는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주택공급은 단기적인 공급효과는 없다. 물론 지금부터 준비해야 10년뒤에 공급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서울시 정비사업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신통기획으로 1차 21곳, 2차 23곳, 수시 62곳, 기존구역 23곳으로 총 129곳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착공된 곳은 기존구역을 신통구역으로 둔갑시킨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인 을지로 3-6지구(최초 구역지정 1977.6.29, 건설부 고시 제123호)와 공평 15,16지구(최초 구역지정1979.9.26, 건설부고시 제285호) 두 곳만 현재 착공되었다.

1970년대 후반에 구역지정된 곳으로 공평15,16지구는 2019년 당시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의 '도시·건축 혁신 시범사업' 1호로 선정한 곳이고, 을지로3-6지구는 2022년 4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곳을 신통기획으로 포장한 것이니 실제로는 착공된 곳이 한 곳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빵공장의 빵은 아니지만 마치 금방이라도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은 주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개발된다고 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신통기획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왕에 추진되고 있는 민간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숟가락을 얹어 지역민의 표심을 받는 데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해당지역의 저렴주택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높은 분양가 등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느껴 삶의 터전을 떠나게 되고 재정착률(평균 27.7%, 서울연구원)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동일 평형으로 입주한다고 해도 추가부담금이 최소 수 억원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반길 사람이 있을까 싶다.

신통기획이 주택공급이나 주거안정을 위한 수단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propaganda)로 여겨지는 것은 재개발·재건축 전후의 표심변화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선거에서는 신규로 지역의 주택 매수시장에 진입하는 계층 보다는 거주하고 있는 소유자의 표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다음 표는 서울시 주요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전후의 선거 결과(정당 지지도 변화)를 비교 정리했다. 각 수치는 서울시선관위 개표자료와 2024~2025년 중앙·지방선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한 종합 추정치이다.(Perplexity AI 도움받음)

재개발 재건축 전후의 정당 지지도 변화

재개발이 활발했거나 완료 단계에 접어든 지역일수록 보수 정당 지지가 6~9%p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며, 반면 재개발이 정체된 지역은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요약하면, 재개발은 서울의 ‘도심 진보벨트’를 일정 부분 보수화 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거주자가 연령·소득·주택소유율 등을 매개로 나타나는 정치 성향의 재편으로 봐야 할 것이다.

혹여 부자동네인 강남에서는 보수정당이 우세하니 우리동네도 강남스러워지기 위해 보수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천민적 정치성향을 부추길 목적이라면 신통기획 3.0도 조만간 나올 듯 하다. 단기적 주택 공급대책은 기존주택의 유동화에 있고, 중장기 주택 공급대책은 물론 재건축·재개발로 대표되는 정비사업과 공공택지의 신규주택의 건설이다.

신통기획을 새로운 유형의 주택공급 수단처럼 주장하는 것은 한강버스가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신통기획은 '정치적 프로파간다(propaganda)'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 10.15대책은 주택 공급대책이 아닌 금융 및 수요 억제 정책이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