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15개구 구청장,부구청장들이 22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관련 공동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에 3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발이 극심하면서 벌써부터 땜질 식 손보기가 시작된 분위기다.

이번 10.15부동산대책은 서울 25개 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시·구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은 것인데, 이로 인해 이들 지역에서는 기존 LTV 70%가 40%고 줄어들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없는 실거주 의무 규제에 묶이면서 전세매물도 사라져 실거주자들이 갈 곳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10월 15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규제는 20일부터 적용하다 보니 규제 전 집을 사야겠다는 매수세가 불붙는 바람에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역대 최고 상승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20일 기준으로 조사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를 보면 서울 전체 평균은 0.50% 올라 2013년 조사 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강벨트인 광진구 1.29%, 성동구 1.25%, 강동구 1.12% 등이 1% 이상 상승률을 보였고, 이어서 양천구 0.96%, 송파구 0.93%, 마포구 0.92% 올랐다.

경기도의 과천과 분당도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과천은 1.48% 올랐고 성남 분당구는 1.78% 올라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분당구를 기준으로 연간 복리로 계산하면 100%가 훨씬 넘어간다.

반면 이번 규제에 함께 묶여 집단 민원이 나오고 있는 경기도 안양 동안구는 0.55%, 용인 수지구는 0.41%, 수원 영통구는 0.33% 상승에 그쳤다.

이번 10.15부동산대책은 서울 한강벨트와 경기도 과천, 분당 등 급등지역의 집값을 잡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들 지역들이 중점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급등지역과 다른 지역까지 한데 묶어서 동일한 규제로 묶어버리면서 이들 지역 이외의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정부가 한발 빼기 시작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민심 달래기용 처방으로 풀이된다.

다급해진 정부가 실수요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보여준 땜질처방이라는 비판과 함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23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또는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10.15부동산대책을 통해 수요억제책을 그것도 집값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내려간 지역까지 적용하면서 주택 공급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재초환 폐지·완화 문제를 당정이 논의한 적 없다”며 거리를 뒀지만 부동산 문제가 수도권 지방선거의 뇌관으로 꼽히는 만큼 폐지 여부 자체는 추후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9·7 대책 후속 과제를 속히 입법하고 수요에 부합하는 주택공급 대책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후공공청사개발특별법, 학교용지개발특별법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은 23일 한 방송사에 출연해 “지금 어느 때보다 공급이 중요한데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의미에서 (재초환) 완화와 폐지에 대해 말하는 의원도 많다”며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만 하면 얼마든 결정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고 밝혀 재초환 완화에 대해 길을 열었다.

시장 반발이 극심해진 주택담보대출인 LTV에 대한 조정 방안도 내놨다.

10.15부동산대책 이틀 후인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규제지역에 적용되는 LTV 40%에 대해서도 일괄적용이 아닌 서민·실수요자 대출의 경우 LTV 60%, 정책대출 LTV 55~70% 등 다양한 비율을 적용한다고 보완한 내용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강경기조에서 한발 물러섰다.

당초 10.15부동산대책에서 규제에 묶인 지역에 대해 주담대 LTV 비율을 40%로 낮췄는데, 서울 유력 지역과 경기도 과천, 분당 외의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가 완화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운영 중인 자체 서민·실수요자 대출의 경우 부부합산 연 소득 9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8억원 이하, 무주택세대주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LTV 40%가 아닌 60%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도 40%가 아닌 44~70% 적용을 받는다고 밝혔다.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부동산시장의 생리를 무시하고 수요억제를 통해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책에 모아지고 있어서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는 투기세력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수요자들로서 주택 구입 과정에서 전세에서 작은 집을 장만하고, 거기에서 좀 더 넓은 집으로 이동하는 주거사다리가 있는데 이것을 투기세력으로 몰고 강경책을 쓰게 되면 당연히 시장은 반발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수많은 부동산대책이 나왔는데 그 중 상당수는 기존에 나온 대책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대책이었고, 그들 대책 간에 충돌이 일면서 약발이 떨어지고 부작용만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으면 주택 공급은 전혀 할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정부가 부동산 관련 사업이나 수요 자체를 투기로 간주하고 단속에만 주력하니 누가 주택을 공급하겠나. 아마 다음에는 보유세 인상 카드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지에 따라 역풍이 크게 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