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월 3일 세운지구 개발과 관련 일타강사로 나와 추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지나치게 성과 위주의 행정을 펼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장관을 물리치고 당선이 된 이후 1년여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39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본인이 생각한 구상을 속도감 있게 펼치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가 있기 전인 4월 21일 ‘서울 녹지생태 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해 종묘 일대 건축물에 대한 높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세운지구 규제해제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6월 39대 서울시장이 당선된 직후인 10월에는 세운지구 재정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세운지구 개발을 본격화시켰다. 그리고 2023년 3월에는 세운4지구 계획변경을 요청하고 같은해 10월 용적률 2배 인상을 결정하면서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경관 훼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행정 절차를 거쳐 올해 7월 서울시는 도시재정비위원회를 열어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요구한 용적률 상승안을 의결하고, 10월 서울시는 최고 높이 145m에 용적률 1094% 내용을 담은 세운지구 재정비 촉진계획을 결정공시 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와 오 시장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훼손해 유네스코로부터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국가유산청, 시민, 전문가, 여당과의 전쟁을 치르게 됐다.

그 과정에서 관련 민간기업이 특혜 시비에 휘말리게 됐고, 자칫 참여 기업들이나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볼 위기에 놓였다.

종묘 주변인 종로 일대는 조선 500년 역사의 심장으로서 여러 궁궐을 비롯해 문화유산의 중심이다. 이러한 지역을 재개발하는 것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특히 고층빌딩이 한번 들어서면 같은 규정을 빌미로 우후죽순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게 돼 일대는 문화적 가치를 크게 훼손당할 수도 있다.

AI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사진을 가지고 시야를 가렸네 안가렸네 차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준이 아니라, 조선시대 문화와 유적의 가치가 훼손되는지 아닌지를 우선 따져봐야 하는데, 그 과정이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운지구 토지주들이나 근처 시민들의 의견만 가지고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종로 일대는 종로구의 영역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문화유산 심장인 만큼 서울시민 모두와 어떻게 보면 그곳을 아끼고 있는 전 국민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화유산 주변을 개발하는 것을 불과 몇 년의 행정절차를 통해 추진하려고 하니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의도가 의심을 받는 것이다.

일본 후쿠오카의 명소인 ‘커널시티하카다(Canal City HAKATA)’란 재개발 건축물이 있다. 준공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오카 관광 코스 중 한 곳으로 이곳에 하이야트 호텔을 비롯해서 각종 공연장, 문화공간, 쇼핑공간 그리고 사무공간도 들어간 종합 건축물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방직공장 중 하나인 카네보(Kanebo) 방직공장이 있던 자리였는데, 1970년대 초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넓은 부지는 공터가 됐다. 하카다역과 상업지구인 텐진과의 사이어서 개발가치가 있었지만 후쿠오카시와 사업 시행자인 후쿠오카지쇼는 도시의 미관을 살리면서 방치된 땅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20여 년에 걸쳐 주변을 설득하고 구상한 끝에 1996년 4월 건축물을 완성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일대 지역인 나까스를 흐르는 나까가와강의 흐름을 살리기 위해 건축물 안으로 180m 길이의 인공 운하를 만들어 물의 흐름을 살렸다. 주민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도 이 건물 뒤 나까가와강 옆으로 수백개의 하카다라면을 파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서 있어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종묘 일대는 일본 후쿠오카의 커널시티하카다보다 훨씬 까다롭고 민감한 지역인데 불과 몇 년의 시간을 가지고 추진하려고 하니 더 센 반발력이 생긴 것이고, 이런 상태로 추진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명 책임지고 해결될 상황이 아닌 중대한 사안이란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버스도 졸속으로 추진해 화를 불러들였다. 오 시장은 2023년 3월 느닷없이 한강버스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강르네상스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강행해 계획을 발표한 지 2년 6개월만인 올해 9월 18일 첫 운항을 개시했지만, 고장과 불편함으로 인해 운항중단이 밥먹듯 하는 사태를 빚었다.

계획과 준비, 시행 모두 졸속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금은 수심에 대한 대비책이 빠져 최저수심 2.8m이하 지점의 경우 배 걸림 현상으로 배가 멈추는 사고가 15차례나 발생했다고 한다. 겨울과 봄철의 갈수기에는 배 운항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불편한 접근성과 환승, 잦은 고장으로 인한 안전 위협, 교통약자 외면, 거북이운항으로 출퇴근 불가, 예산낭비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게 된 것은 역시 다양한 의견 수렴과 동의 및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없이 졸속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대형 국책사업 중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지금도 도마위에서 칼질을 당하는 이유는 당대에 테이프커팅을 하겠다는 욕심으로 졸속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운하든 4대강 정비든 시간을 가지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우선 시범적으로 한 곳만 실시했다면 지금에 와서 천덕구러기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든 시장이든 도지사든 모두 당대에 뭔가를 이뤄 보여줘야 한다는 이상한 욕심이 자원을 낭비시키고 애물단지를 만들고 있다. 역사에 길이 남는 걸작을 만들기 위해 “나는 발의를 했다”, “나는 설계를 했다”, “나는 첫 삽을 떴다”, “나는 테이프 커팅을 했다”라는 말을 모두 다른 사람이 할 정도로 시간과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데 다들 조급한 것이 화를 부르고 있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오 시장이 처음부터 대권에 욕심이 있다 보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대통령 시절 4대강 같은 굵직한 사업으로 이미지를 확산 시겠다는 욕심을 부린 것 같은데, 그때와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한만큼 시민과 국민들 의식도 달라졌다”면서 “특히 대장동 사건 이후 지금은 생색내기 위한 졸속 행정의 경우 국민들의 반감을 사게 되고 의심을 받는 시대가 된 만큼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행정은 절대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