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수술 필요한 PF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1.15 10:11 의견 0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지난 14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시장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규정을 강화하게 되면 수천가구 규모의 대형 개발사업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주택의 원활한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현재 10% 이내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브릿지론을 일으켜 개발사업을 하는 구조의 허술함이 부동산 시장 부실화의 요인이 되는 점을 감안해 자기자본 기준을 20% 이상으로 높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오히려 자기자본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여야 할 필요성도 있다. 대부분 외국의 경우 개발사업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정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의 경우 PF의 성격이 우리와는 다르다. PF에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담보대출 성격이 아닌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대출을 해주는 용어 그대로 PF다. 당연히 일정 기준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지급보증 등 개런티를 요구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기준으로 금융을 일으켜준다.

그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는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보다는 시공사가 누구냐 즉 책임준공을 약속한 곳이 어디냐를 보고 대출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의 신용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PF 허술함의 시작이다.

매번 경기가 어려워지면 불거져 나오는 부동산시장의 불안 요소 가운데 지금처럼 PF가 있었다. 이제 이 PF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작은 규모의 개발사업의 경우에야 자기자본금 20%나 30% 확보가 용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천억원 이상 규모의 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에 재무적투자자(FI)인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시행 방식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과 함께 공동시행을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시행에 앞서 엄격한 사업성 관련 타당성검토를 철저히 할 것이고, 사업성이 확보됐을 경우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업 실패 확률도 낮춰 시장 불안요소도 제거될 수 있다.

이미 대형 사회인프라인 SOC에는 금융기관과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대형 은행들이 공동시행자로 들어가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A의 경우 주관 시행사는 신한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SG레일이다. 2018년 GTX-A 사업시행자 선정 입찰에서 신한은행은 DL이앤씨, 대우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건설사가 주관한 컨소시엄을 물리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자금조달 금액 2조2000억원 중 1조2000억원을 신한은행을 포함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를 통해 조달했다.

금융사가 공동시행을 맡으면서 PF리스크를 확 줄였다.

GTX-C의 경우는 사업 주관사가 현대건설이지만, 공동시행자로 KB국민은행이 우리은행과 함께 들어가있다. 이 경우도 KB국민은행이 에쿼티의 상당부분을 부담하는 등 파이낸싱에 직접 나서서 자금조달을 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이번 PF 관리 대책에 은행과 보험사가 장기 임대 주택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재무적 투자자를 PF 사업으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우리나라의 PF는 무늬만 PF라는 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국가기간산업 등은 프로젝트의 사업 타당성을 따지는 데 수 년을 투입해 사업성을 따지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에 대한 수익을 확보할 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사업 구조를 가져간다.

개발사업의 PF에도 이런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이 사업 시행자로 나서서 담보대출과는 성격이 다른 PF답게 사업 성공여부와 이익 정도에 따라 투자 여부와 비용 산정을 하는 방식 도입이 필요한 것이다.

건설사에서 개발사업 몇번 해봤다는 경험으로, 시행사에서 시행 몇번 해봤다는 이력으로 시행사를 차려, 브릿지론을 끌어들여서 추진하는 한국형 개발사업 형태는 이제 접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렇게 저질러 놓고는 어려워졌으니 살려줄 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낯두꺼운 요구다.

지금까지 비전문과 비리가 결합해 만들어진 개발사업 행태로 인해 힘없는 고객은 호갱(호구+고객)이 됐고 시장은 망가졌다. 인허가권자인 공무원과 금융기관의 PF 담당자를 포함한 먹이사슬이 형성돼 온갖 비리로 인해 부동산시장은 오물시장이 됐다.

그 오물을 평당 수천만원에 분양하는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미래가 어두운 것이다.

PF를 포함해 부동산시장 개혁은 교육과 함께 국가 백년지대계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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