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올해 3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크게 악화됐다.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나빠져 그야말로 돈 안되는 헛장사를 한 셈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실적은 표현 그대로 ‘어닝 쇼크’라고 할 수 있다. 매출은 2조547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23억원으로 전년 3분기 영업이익 1902억원 대비 67.2% 급감했다. 어닝 시즌이란 말에서 어닝(earning)은 벌어들인 수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업이익을 말하는데, 대우건설은 이 어닝에서 쇼크를 받은 것이다.
원인에 대해서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율 상승이라든지 일시적인 원가 반영이라는 이유를 내놓고 있지만, 현재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으로 넘어간 지 3년이 채 안된 시점이어서 시사점이 크다.
■정원주 회장 책임론
2021년 12월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의 경영진 책임론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대개 기업 합병에서 첫 2년은 허니문기간으로서 합병 시너지로 인해 실적도 좋게 나오고 양 측 사람들끼리도 협력관계가 유지되지만, 2년이 지나면서부터 진짜 시너지 효과가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실적이 말해준다.
과거 2006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지만, 2008년부터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적으로 상황이 나빠지면서 결국 인수 2년 6개월 만인 2009년 6월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재매각에 나선 바 있다.
실적 부진에 대한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책임은 경영자의 몫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최고경영 책임자는 정원주 회장이다. 물론 그룹 회장인 정창선 회장이 있지만, 일단 큰아들인 정원주 회장에게 맡긴 상황이어서 제 1차 책임자는 정원주 회장이라고 봐야 한다.
■정 회장 작품인 2조 규모의 ‘그랑 르피에드’가 발목
대우건설 인수 초기 때부터 정원주 회장은 본인이 오래 전부터 함께 어울렸던 부동산 시행사 대표들의 의견을 잘 듣는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특히 시행사인 미래인의 정주영 회장과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주영 회장이 시행하는 대전 서구 둔산동에 짓고 있는 고급 주거용 오피스텔인 ‘그랑 르피에드’ 사업에 정원주 회장이 참여하면서 대우건설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랑 르피에드’는 옛 홈플러스 자리를 시행사인 미래인이 개발에 나선 프로젝트인데, 처음 현대건설에 제안을 했지만, 현대건설이 사업성이 전혀 없다는 판단으로 거절한 것을 미래인의 정주영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정원주 현재 대우건설 회장에게 제안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119㎡(36평형)과 169평형(51평형) 두 개의 대형 평형 하이엔드 오피스텔인데, 총 가구수는 832가구다. 119㎡ 평균분양가가 16억원 정도이고 169㎡ 평균분양가는 35억원이어서 832가구 규모 전체를 놓고 보면 사업비 전체는 2조원을 넘는다.
처음 현대건설에 제안했을 당시 땅값만 해도 5000억었다고 하는데, 대우건설로 사업 파트너가 넘어가면서 땅값 계산이 더 올라갔다는 말도 있다.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이 이 사업에 발을 담글 무렵 아버지인 정창선 회장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말이 대우건설 내에서 나왔을 정도로 시작 당시부터 위험 프로젝트로 낙인이 찍혔던 사업이다.
2023년 4월 분양한 이 단지는 현재 계약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비는 물론 PF 이자부담을 대우건설이 고스란히 져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책임준공뿐만이 아닌 공동 사업자 형식으로 들어가있기 때문에 사업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우리저축은행에 이 사업 관련 2500억원의 채무보증을 선 바 있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채무보증 규모는 14조7723억원이다.
최근에 정원주 회장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대우건설이 큰 손실의 늪에 빠진 것을 알고 “앞으로는 사업 제안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할 정도로 이 사업은 골치덩이가 돼있다.
■백 사장 작품인 ‘용인푸르지오원클러스터’도 리스크
현재 대우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주택사업에서 발목을 세게 잡고있는 사업은 정원주 프로젝트로 불리는 대전 둔산동의 ‘그랑 르피에드’ 외에도 경기도 용인에서 추진하고 있는 ‘용인푸르지오원클러스터’ 사업도 있다. 이 사업은 백 사장 프로젝트로 불린다.
이 프로젝트의 시행사는 황 모 시행사 대표인데, 대우건설 출신으로 현재 대우건설 백정완 대표와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한 연차가 비슷한 각별한 사이다.
이 공사는 총 3600가구가 넘는 대형 단지인데, 세 차례 나눠서 분양에 들어가면서 지난 8월 1차로 1600여 가구를 분양했다. 결과는 대 참패로 이 단지 역시 초기분양율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조직분양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 황 모 시행사 대표가 백사장을 통해 책임준공 및 시공사로 대우건설에 요청했지만, 당시 중흥그룹 회장인 정창선 회장이 사업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추진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 사장이 책임을 진다고 하면서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사 역시 규모가 1조원에 달하고, 나머지 2, 3단계 분양분까지 합하면 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자칫 대우건설을 끌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대전의 ‘그랑 르피에드’와 용인의 ‘용인푸르지오원클러스터’ 등 회장과 사장이 각각 물고 들어온 대규모 사업 두 개로 인해 회사는 수천억원을 날릴 판이다.
이 외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여러 현장들의 미분양으로 손실을 보고 있지만, 특히 이 두 프로젝트는 회장과 사장이 직접 개입한 프로젝트들로서 경영자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는 측면에서 업계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이 합병을 해 어떤 시너지를 내느냐는 실력과 운도 필요하지만, 기업을 살리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인수한 사람이나 인수당한 사람이나 회사를 위한 선택이 아닌 개인을 위한 선택을 한다면 상생이 아닌 상극의 인연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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