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의 부실, 전세시장 불안 확산

-HUG 올 1월 자본금 10조원으로 늘려놓고 7000억원 증권 발행…금융위 제동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위변제 규모, 2023년 3조5544억, 올해 9월까지만 3조 이상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1.04 08:28 | 최종 수정 2024.11.04 08:39 의견 0
서울 강북의 빌라촌 전경,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금 대위변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자금이 고갈돼, 올 초 자본금을 10조원으로 늘린 이후 지난 달 말 7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금융위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연말까지 1조원의 자본금 확충이 없으면 보증업무가 중단될 우려가 있어 전세시장 불안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자본확충을 위해 채권발행을 추진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부실에 빠진 HUG가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달 말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HUG는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절차를 추진했지만, 금융위원회가 “관계부처 간 추가협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은 이례적이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제동을 걸면서 HUG의 자본확충 계획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HUG의 전세금반환보증 발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전세시장에 혼란이 예상된다. HUG의 보증 규모는 자기자본의 90배가 한도인데 현재 보증규모가 130배를 넘어섰기 때문에 자본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제동을 걸고 나선 가장 큰 이유로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30년 이상의 영구채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성격상 부채임에도 자본으로 처리되면서 회계상 혼선이 올 수 있다는 점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가 연 4.1%로 높아 손해보험사를 포함한 타 보증기관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경우 이보다 금리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 우려됐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명지대학교 한문도 교수는 “HUG는 공공기업으로서 신용도가 높은 AA인데 일반 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업들은 신용도에서 HUG보다 낮기 때문에 발행 금리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는 등 HUG의 발행 금리가 기준이 되다 보니 금융당국이 부담을 크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HUG 입장에서는 2022년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여파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이 급증해 현재 운영 자금이 고갈된 상황이어서 향후 발생하는 전세 사고에 대한 보증업무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HUG가 지난 2023년 대위변제액으로 발생한 규모는 3조5444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그 규모가 더 늘고 있는 추세로 9월 현재까지만 해도 3조220억원이 발생했고 연말까지 3조9911억원으로 추산된다.

HUG의 대위변제금액은 전세사기 피해 구제가 본격화된 2023년부터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에 이어 2023년 3조554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9월까지 벌써 3조원을 넘겼다.

문제는 회수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자금 고갈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23년 회수율은 8%로 나타났는데,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집주인의 재산을 처분해 어느 정도는 회수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통계에 반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소위 대위변제액으로 지출된 후 구상채권이 발생하는데 이 구상채권이 2021년까지는 자산으로 분류가 됐지만, 2022년부터 자산에서 빠지면서 회계상 부실이 더 커지게 된 만큼 자본금의 90배까지 보증한도가 정해진 HUG의 자금여력이 더 악화된 것이다.

구상채권이란 보증사고 발생으로 지급한 보증금 가운데 담보자산 매각이나 구상권 등의 행사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과거 10년 경험률을 기초로 산출한 값을 말한다.

HUG는 지난 2022년 구상채권에 대한 규정이 바뀌면서 당해 감사보고서에서 부채와 자본에서 각각 2481억원, 8446억원 줄어들면서 재무제표상 자산은 기존보다 1조927억원 줄어들게 됐다.

2023년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금 대위변제규모가 지난해 말 급증하면서 자본금 고갈에 빠진 HUG의 보증 업무를 지속시키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주택도시기금법을 제정해 1월 자본금을 당초 5조원 한도에서 10조원으로 늘려줬다. 국토교통부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 주식 3억5964만7546주를 HUG에 현물출자하면서 HUG가 이를 바탕으로 8억주 유상증자 한 것이다.

지난 국토교통부의 현물출자로 국토교통부의 HUG에 대한 지분율은 70.25%에서 89.2%로 늘어났다.

2023년 12월 3839억원과 올해 2월 7000억원 증자에 이어 최근 1년 사이 세번째 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5조원을 늘려놓은 상황이어서,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금융당국과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자금투입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 만큼 HUG와 정부의 부담만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세 보증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집값의 변동성인데, 아파트도 그렇지만 전세사기 피해의 주범인 빌라 및 다세대의 경우 시세 및 공시가 변동성이 더 큰 것이 원인이고, 이런 취약성을 이용하는 의도적인 전세사기범에 대해 HUG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치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평택대학교 부동산학과 오세준 교수는 “근본적으로 전세제도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주택 임대차 구조이다 보니 참고할 만한 선진사례가 없어 모든 경우를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주택 매매시장에 비해 전세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크고 HUG의 보증 기능은 전세시장의 변동성에 매매시장의 변동성까지 겹쳐지다 보니 관리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고. 한편으로는 모든 전세 관련 피해를 HUG가 책임져야 한다는 현재의 구조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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