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루머로 돌았던 롯데그룹의 위기설이 현실화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증권가에 돌았던 루머에는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12월 초에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고, 실제 지난 월요일인 18일 주요 롯데계열사는 증권시장에서 폭락 수준을 보였다.
이어서 롯데그룹에서 공시를 통해 그룹의 유동성위기는 전혀 근거없는 루머일 뿐이며 음해성 루머 유포자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21일 오후 롯데그룹 리스크의 가장 큰 진원지인 롯데케미칼이 기한이익상실을 통보 받게 되면서 루머의 내용대로 롯데그룹이 위기에 봉착했다.
이날 21일 롯데케미칼은 제 60-3회 외 무보증사채 기한이익 상실 원인사유 발생 사실이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공고되면서 그룹 유동성에 초 비상이 걸렸다.
해당 사채의 사채모집위탁계약서 제2-3조(재무비율 등의 유지)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원리금지급의무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EBITDA /이자비용(연결기준, 3개년 누적분 평균치) 5배 이상을 유지하여야 하나, 2024년 3분기 기준 해당 비율을 미충족하여 기한이익상실 원인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사채권자집회 진행 경과, 유동성 대응부담 상승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024년 3분기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 운임 상승, 미국 ECC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413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은 -6600억원이며,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2년 이후 2차전지 소재업체 인수, 해외 생산설비 신설로 차입부담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이자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이자비용: 2021년 852억원 → 2023년 3789억원, 2024년 3분기 3197억원).
2024년 9월 말 연결기준 차입금 잔액은 11.0조원으로, 회사채 잔액은 2.3조원이며, 이 중 기한 이익 상실 원인사유가 발생한 제52회~제60회 회사채 잔액은 약 2.0조원이다. 이 중 2025년과 2026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각각 7550억원, 6550억원이다.
기한이익상실 원인사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채권자는 사채권자집회 결의(출석한 사채권자 의결권의 2/3 이상과 미상환잔액의 1/3 이상)에 따라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
기한의 이익이 상실될 경우 해당 사채 이외의 다른 사채의 기한이익 또한 상실된다. 단, 사채권자집회 결의 또는 미상환 잔액의 2/3 이상을 보유한 사채권자의 동의가 있다면 기한의 이익상실 원인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재무비율 유지 조건 등 사채관리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펑가는 지난 6월 26일 회사채 정기평가 시 실적 부진 장기화, 대규모 투자로 인해 확대된 재무부담이 단시일 내 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 등을 반영하여 동사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또한 3분기에는 상반기 대비 영업적자가 확대되었으며, PRS 계약을 통한 미국법인 FI 투자 유치(약 6600억원) 외 자산 또는 사업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성과 또한 가시화되지 못하며 신용도 하향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롯데케미칼의 기한이익상실은 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그룹이 지난 18일 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루머에 공시를 통해 해명했지만 시장의 의심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공시와 해명을 통해 화학부문 실적 악화 등으로 그룹 현금창출력이 저하되고 차입금이 증가하고 있다. 건설부문의 과중한 PF보증도 부담이라고 밝히면서 그룹 특성상 우수한 입지의 부동산도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며칠 사이에 상황이 급냉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재편이나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이행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실제 그룹이 직면한 유동성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나 롯데건설이 안고있는 PF리스크에 대한 대응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해명이 없어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 담당자는 “가시적인 자구안 실행성과가 나타나지 못할 경우, 실적이 부진한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 각 계열사의 실적 추이와 함께, 구체적인 자구계획과 이행성과, 이를 통한 시장신뢰 회복 여부를 중점 모니터랑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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