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이재명 깎아주기 김문수 모두 재정에는 엄청난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여 대선 이후가 걱정이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2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경제정책을 큰 틀에서 보면 퍼주기와 깎아주기의 대결로 보인다. 과연 표는 퍼주기에 몰릴 것인가 아니면 깎아주기에 몰릴 것인가?
이러한 현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통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참으로 흥미롭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사회’ 구상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본이라고 하니까 설렁탕의 특이 아닌 기본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특의 개념을 갖는다.
이재명의 ‘기본사회’는 국민 생애주기별 소득보장, 공공의료 강화, 전국민 돌봄 확대, 공공주택 확대, 공교육 개혁, 노동시간 단축, 교통·정보 접근성 보장 등 8개 분야의 특별 메뉴를 가지고 있다.
아예 기본사회 국가전담기구를 설치해 국민들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돌봐주겠다는 것이다. 다분히 사회주의의 포장지인 복지를 내건 정책들이다. 달콤한 말이지만 엄청난 예산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퍼주기 공약이다.
김문수 후보는 퍼주기를 자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깎아주기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경기 부양의 방안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원은 선별적으로 필요한 곳에만 하고 나머지는 세금을 깎아줘서 자생력을 키워 생산욕구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1%로 낮추고, 상속세율도 최고 50%에서 30%로 인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 외에도 규제철폐를 위해 별도의 기관을 설치해 부동산을 포함한 각종 세금을 깎아줘 감세로 인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경제가 스스로 활력을 찾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두 정책이 결을 달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국가 재정에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 공약들이다.
퍼주기를 하려면 그만큼 세금을 거둬들여야 할 것이고, 깎아주게 되면 재정이 부족해져 현재 퍼주는 것마저 모두 끊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두마리 토끼 모두 재정에는 악영향이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이 져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미국 트럼프의 감세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은 관세폭탄과 감세 두가지였는데, 최근 미국 공화당의 감세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감세안 이면에는 바이든 시절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안)보조금 같은 퍼주기 예산 삭감이 포함돼있다.
트럼프 감세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미국은 앞으로 10년 간 3조80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한국 돈으로 5320조원이나까 우리나라 일년 예산의 8배가 넘는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최고의 기축통화국이어서 재정 부족분을 국채를 발행해 해외로 나간 달러를 거둬들이면 되지만, 국경을 넘어서는 법적으로 사용이 불가한 원화를 가진 우리나라는 재정적자를 무엇으로 막겠다는 것인지…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제인데,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감세를 하는 등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해 국가 경제를 꾸리는 시카고학파의 이론을 따르고 있고, 민주당은 각종 경제수단을 통해 공급이 넘칠 경우 정부가 개입해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을 주장하는 케인스학파의 이론을 따른다.
즉 공화당은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민주당은 퍼주기라는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두가지 모두 재정에는 엄청난 부담이 되다보니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는 총 36조2200억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5경원을 넘는 수준이 됐다.
우리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퍼주기 정책은 미국 민주당 정책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깎아주기는 미국 공화당 정책을 많이 닮았다.
경제학파에서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케인스학파는 역사적으로 영국의 게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적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1929년 미국의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의 기반이 된 이론이다. 그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알려진 아담스미스의 자유시장주의가 경제이론의 근간이었다. 케인스학파 이론은 현재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등이 이어가고 있으며 진보 세력의 경제적 이념이다. 하버드 대학교를 세운 존 하버드는 게임브리지대 출신으로 하버드대가 있는 곳의 지명도 게임브리지다. 존 하버드는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최초로 이주한 102명 중 한 명으로서 청교도인이었다.
반면 1970년대 글로벌 경기침체를 맞아 케인스 이론에 반대해 나온 것이 시카고학파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대표선수인 시카고학파는 시카고대학교를 비롯해 펜실베니아대, UCLA 등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웠다. 시카고대학교는 미국 석유왕인 록펠러가 인수해 키운 대학교로서, 록펠러가 사업을 하면서 세금에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감세 경제이론을 근간으로 한 시카고학파가 탄생한 배경이 된 대학교다. 미국 보수 세력의 경제적 이념으로서 케인스학파 이전의 자유시장원칙주의를 새롭게 발전시켰다고 해서 신자유주의학파라고도 부른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 트럼프가 하버드대학교 유학생들을 쫓아내는 등 하버드대학교와 엄청난 갈들을 겪고 있는데 이 배경엔 시카고학파와 케인스학파 간의 이념 다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유추가 가능할 것 같다.
문제는 미국 보수와 진보가 한편에서 정권을 잡으면 깎아주기, 다른 편에서 정권을 잡으면 퍼주기를 반복하면서 미국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재정적자에 빠졌고, 급기야 최근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도를 108년 만에 처음 강등시키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우리나라도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부채를 합하면 연간 GDP의 2배 수준인 6000조원에 이른다. 정부부채비율은 GDP의 54% 정도지만, 기축통화국을 제외하면 선진국 평균보다 높고,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올라가 59%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와있다. 비교국가들의 평균치는 내려가는 것과 반대로 악화된다는 어두운 전망치다.
다음 대통령이 할 일은 퍼주기도 깎아주기도 아닌 경제위기 극복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정 상황이 퍼주기도 깎아주기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 사람 모두 참 큰일을 낼 사람들이다.
오히려 존재감 없는 현재의 이주호 대통령 대행 체제가 나을 수 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아담스미스의 고전주의 경제학 이론인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시장원리가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나을 듯도 싶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가 참으로 걱정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