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삼성이 근래 기술력에서 밀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을 보여줘야할 때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술의 삼성이라는 초일류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가운데, 글로벌경쟁기업들의 거센 도전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한국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힘이 약화된 가장 큰 배경은 지난 33년 간 글로벌 1위의 점유율을 유지했던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미국 마이크론이 바짝 따라 붙는 등 삼성전자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자 기술의 근본이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세계 D램 시장의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1위로 36%, 다음이 삼성전자로 34%, 3위는 미국의 마이크론으로 25%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처음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1위에 등극했다. 세계 D램 시장은 이 세 기업이 삼분지계(세 개의 기업이 시장을 나눠 갖는 것)를 보이고 있어, 현재까지는 심각한 상황은 아닐 수 있지만, 문제는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의 약진이다.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있는 CXMT가 현재 5% 이내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10% 대의 시장점유율까지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삼성전자에 가장 크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기업은 마이크론으로 두 회사 간의 D램 점유율 격차는 지난 2023년 17%에서 2024년 9%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CXMT까지 추격을 가세할 경우 삼성전자의 주력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게 될 가능성이 높고 현재 시장 점유율 2위 자리 유지도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등외로 밀려날 우려까지 점쳐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이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사업부를 신설해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면서 저사양 HBM을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는 물론 고사양 HBM을 만들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5세대인 HBM3E의 양산에 이어 6세대인 HBM4까지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고사양 D램에서의 기술 장벽으로 당장은 추격을 허용할 가능성이 낮지만, 삼성전자의 경우는 당장 마이크론의 추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HBM사업부 신설을 통해 마이크론은 △클라우드 메모리(CMBU) △코어 데이터 센터(CDBU) △모바일·클라이언트(MCBU) △자동차·임베디드(AEBU) 등으로 사업부를 재편했고, 이 중 MCBU는 HBM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사업부다.

마이크론은 또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의 공장 2곳을 인수해 HBM 생산능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10조원 규모 HBM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일본 히로시마 공장도 내년 중 가동될 예정이다.

중국 화웨이의 심상치 않은 행보도 삼성의 목을 쥐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대체한다는 목표로 자체 AI 칩을 개발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칩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WSJ은 화웨이가 자사의 최신 AI 칩 '어센드(Ascend) 910D'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중국 기술 업체들과 접촉했으며, 이르면 5월 말에 첫 샘플 제품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WSJ 소식통은 화웨이의 이 AI 칩이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H100'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갖출 것으로 화웨이 측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엔비디아의 저사양 제품인 H20까지만 수출을 허가했다가 최근 H20마저도 수출을 금지시켰다.

이 와중에 화웨이가 H100을 개발했다면, 세계 AI칩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엔비디아는 날벼락을 맞게 되는 것이다. 제2의 딥시크 쇼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가 H100 개발에 성공했다는 얘기는 관련 반도체인 HBM을 개발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주력 D램 대상국인 중국이 더 이상 삼성전자의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화웨이의 H100 개발이 사실이라면, 엔비디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역시 피해가 예상되지만 직격탄은 삼성전자가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여 년간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경쟁사들에 이어 카피 제품을 만들던 중국 기업들에게까지 밀리게 되면서, 자칫 삼성전자가 설 자리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총괄인 전영현 부회장은 HBM에서의 잇따른 실패에 대해 ”삼선전자 본원의 기술인 D램에서 경쟁력을 잃었음”을 시인하면서 “향후 기술력을 되찾겠다”고 공개 사과를 하고 나선 바 있다.

오늘날 삼성전자를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운 D램의 실패를 최고 부문장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서 삼성의 기술 기반이 흔들린 것을 인정한 셈이다.

1983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의 도쿄선언을 통한 반도체 사업 시작, 그리고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한 품질 강조로 이어온 삼성전자의 기술 신화가 바람앞의 등불 형국이다.

지난 3월 이재용 회장의 비상경영 선언과 함께 강조한 ‘사즉생’이 있었지만, 삼성전자 임직원 전체의 긴장감과 비장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나타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사즉생’ 정도의 압박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닌 심각할 정도로 곪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미 굳어버린 관료주의가 회사 내 조직간 개인간의 이기주의로 굳어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를 다시 살린다는 생각과 함께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오늘날 삼성전자의 어려움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관료주의의 고착화가원인이라고 보는데, 몸집이 비대해지다 보니 각 조직과 개인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패거리 문화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이건희 회장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이재용 회장은 사법리스크를 겪는 와중에 조직은 조직대로 관료주의에 깊숙이 빠졌기 때문으로 이제 이재용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때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