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롯데건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계단 강등했다. 사진=롯데건설

국내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17일 건설사 도급순위 8위인 롯데건설에 대한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시키는 등 건설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건설업계 7월 위기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사유는 첫째, PF보증 규모 감축에도 PF우발채무 부담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 둘째 분양실적 및 이익창출력이 저하됐다는 것, 셋째, 계열 및 금융시장 상황에 따른 재무적 변동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롯데건설은 2022년 하반기부터 확대된 PF보증 관련 유동성 리스크를 유동화증권 매입펀드 조성등으로 감축시켜왔지만, 2025년 3월 말 연결기준 PF보증 규모가 3조6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및 보유유동성 대비 과중한 PF우발채무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급사업 PF보증의 상당부분을 미착공 사업장이 차지하는 가운데 지방 및 수도권 외곽, 홈플러스 개발사업 관련 PF보증이 손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PF보증 3조6000억원 가운데 수도권은 4675억원으로 23%에 불과하고, 나머지 77%가 지방에 몰려있고, 특히 미착공 프로젝트에 대한 PF보증이 전체의 66%인 2조707억원인 것으로 나타나 PF우발채무 리스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의 경영성과가 올해 들어 급격하게 악화된 것도 신용등급 강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7조8632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1695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조7935억에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영업이익률 0.2%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2.2% 대비 10분의 1토막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채비율은 205.8%로 지난해 말 196.0%에 비해 다소 악화됐지만, 2022년 264.3%, 2023년 235.3%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PF보증에 대한 부담은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안고 있는 공통사항이기 때문에 롯데건설 신용등급 강등의 결정적인 원인은 롯데그룹의 재무적 리스크가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강등 사유 중 하나로 롯데그룹 주력사들의 실적 부진과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특히 롯데건설의 대주주로서 44.0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적자행진이 길게 이어지면서 롯데건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도 12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회사는 2022년부터 대규모 영업적자 행진을 벌이면서 유동성 비상이 걸렸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 2024년 8941억원 등 지난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2조1310억원에 달한다.

결국 롯데건설 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경영악화가 롯데건설 신용등급 강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현재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HD현대그룹과 공동으로 투자해 운영하고 있는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운영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HD현대그룹의 자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60%와 40%씩 지분을 투자해 만든 HD현대케미칼에 대해 일부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산단지 내의 자체설비를 통해 11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대산공장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통합하고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 또는 현물을 추가로 출자하는 방안이다. 통합운영이 성사될 경우 인건비, 시설관리비 등 고정비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통합 논의가 결실을 맺을 경우 롯데케미칼의 경영 부담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석유화학 업계에 불어닥친 중국발 악재를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롯데케미칼 발 롯데건설 경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도급순위 58위인 신동아건설을 비롯해 100대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건설사들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 7월 위기설을 앞두고 10대 건설사인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건설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의 김상수 수석애널리스트는 “PF우발채무 관련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에도 롯데건설이 보증한 PF유동화증권 등의 원활한 상환 또는 차환 여부, PF우발채무의 실질적인 감축 규모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우호적인 외부환경과 수익성 저하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요 예정 주택사업장의 사업 추진 상황 및 분양실적, 원활한 영업자산 회수 여부와 공사원가 부담 통제 수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