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의 허영인 회장. 지난 5월 19일 시화공장에서 윤활 작업을 하다 사망한 50대 여성근로자가 사용한 윤활유 용기가 공업용 윤활유 용기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SPC

SPC삼립의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또 도마 위에 올라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근로자들의 잇단 사망사고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SPC삼립 공장에서 공업용 윤활유 용기가 발견돼 제빵 과정에 공업용 윤활유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다.

지난 16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 당시, 사고 근로자가 사용했던 윤활유 용기가 시중에 판매 중인 금속 절삭유 용기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근로자, '공업용 금속 절삭유' 용기 사용...근로자는 사망위협, 소비자는 생명위협

현재 경찰은 이 용기와 내용물을 확보해 국립과학연구원에 성분 분석 의뢰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종 결과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빵 기계 옆에 공업용 윤활유 용기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5월 19일 새벽 3시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라고 불리는 기계에 윤활유 작업을 하던 도중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로 숨진 바 있으며, 문제의 용기는 사망 근로자가 당시 사용했던 윤활유 용기로서 시중에 판매 중인 금속 절삭유 용기와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속 절삭유란 절삭 가공 작업을 할 때 공구와 절삭 작업 재료 간의 마찰열 발생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공업용 윤활유로서 주요 성분은 염화메틸렌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이 같은 성분은 흡입 시 두통과 어지럼증, 접촉 시 피부에 염증 등을 각각 일으킬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되면 간이나 신장 손상, 신경계의 이상, 심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SPC삼립은 용기만 금속 절삭유 용기를 사용했을 뿐 안에 담긴 내용물은 인체에 무해한 식품용 윤활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SPC삼립의 해명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SPC삼립의 주장대로 인체에 무해한 윤활유를 사용했다면, 공업용 윤활유 용기가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용기를 왜 사용했는지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도 SPC삼립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고 보고, 현장에서 확보한 금속 절삭유 용기 안에 담긴 내용물의 정확한 성분을 확인 중이다.

만일 공업용 윤활유 용기에서 금속 절삭유가 일부라도 발견될 경우 SPC삼립은 기업 경영에 최대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회사가 보이고 있는 오리발 내밀기 식 해명 태도 역시 국민 기만에 해당돼 전국적인 불매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전사적인 모럴해저드 지적...회장은 재판중, 임원들은 복역중

SPC삼립은 근로자들의 연이은 사망사고와 함께 허영인 회장의 노조파괴 행위, 고위 임원들의 검찰 뇌물제공 및 수사정보 빼내기 등등의 범죄행위로 실형을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SPC삼립의 근로자 사망사고는 지난 5월 19일 50대 여성 사망사고 이전에도 무수히 많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사망사고는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윤활유 작업을 할 때 기계 작동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명백한 작업규칙 위반에 해당되며 이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외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지난 2022년 10월에는 계열사인 SPL 평택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를 섞는 기계에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는데, 다음 날에는 기계를 흰 천으로 가려둔 채 공장을 가동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바도 있었다.

당시 '노동자의 피 묻은 빵은 먹지 않겠다'는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결국,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샤니 성남공장에서도 40대 남성 노동자가 손가락이 기계에 끼여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3년 8월에는 50대 여성 노동자가 샤니 성남공장에서 빵 반죽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터졌다.

이 외에도 여러 공장에서 다수의 작업자들이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SPC그룹은 안전불감증은 물론 인명경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SPC삼립 그룹의 총수인 허영인 회장은 2024년 4월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들의 노조탈퇴 지시 배후로 지목돼 구속된 바 있고,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재판 중이며, 지난 4월 30일 44차 공판에서 허 회장 측 변호인이 법정에 나온 증인과 별도로 접촉한 것이 발각돼 허 회장에 대한 ‘보석 허가’ 조건 중 하나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SPC삼립 백 모 전무가 검찰 수사관에게 뇌물을 쓰고 SPC와 허영인 회장에 대한 수사정보를 캐낸 혐의로 진행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받아 복역중이다.

6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수사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 수사관 김 모 씨는 징역 3년에 벌금 1500만원 추징금 443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 "엄정 수사로 사고원인 명백히 규명해야"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 후보 때 SPC삼립의 50대 여성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 그룹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목숨을 걸고 일터로 가는 세상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되며, 정부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서 반복된 산재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SPC 계열 평택 제빵공장에서는 지난 2022년 10월에도 노동자 사망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노동환경과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회사 대표이사가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서 사과를 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또 유사한 사고가 반복 발생한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오늘날 SPC삼립이 제빵업계 1위에 올라서다 보니 오만해진 모습을 보이면서 여러 곳에서 허점이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는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기업문화에 뿌리내린 결과일 수 있고, 임원이라는 사람들이 검찰 수사관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수사정보를 빼내는 쌍팔년 식 경영방식을 하면서 산업계 전반을 욕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