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관련 지난 5월 15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이재명 후보 49%, 김문수 후보 27%, 이준석 후보 7%의 지지도 결과가 나왔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선거철이면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합니다. "A후보 지지율 40%, B후보 지지율 35%"와 같은 헤드라인 등은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중요한 오류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투표 의향'과 '후보 지지'를 동일시하는 문제입니다.

질문은 '투표', 보도는 '지지'

최근 보도된 뉴스를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5월 15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도한 여러 언론사의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도가 49%,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지지도는 27%,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지지도는 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여론조사에서 질문한 내용은 매우 다릅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일부터 사흘 간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내일 대선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입니다."

즉, 조사는 '투표 의향'을 물었지만, 보도에서는 이를 '지지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의 전환은 단순한 어휘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투표 의향'과 '후보 지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입니다.

'투표 의향'과 '후보 지지'의 차이

'투표 의향'은 선거일에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행동적 의도를 의미합니다. 이는 다양한 동기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 차선책으로서의 선택 (그나마 덜 나쁜 후보라서)

● 전략적 투표 (제3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 항의성 투표 (기존 정당에 경고를 주기 위해)

● 외부 압력이나 권유에 의한 투표

● 기권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의한 소극적 선택

반면 '후보 지지'는 후보의 정책, 이념, 가치관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와 호감을 내포합니다. 지지는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평가에 기반한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 둘을 혼용하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왜 이 차이가 중요한가?

이러한 해석상의 오류는 여러 문제를 야기합니다.

1. 후보 지지기반의 과대평가

'투표하겠다'는 응답을 모두 '지지한다'로 해석하면, 후보의 실제 지지기반이 과대평가됩니다. 소극적 선택이나 전략적 투표까지 모두 적극적 지지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즉 많은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당선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개인적 지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2. 유권자 의사의 단순화

유권자의 복잡한 정치적 판단과 동기가 '지지'라는 단어로 단순화됩니다. 모든 투표 의향은 확고한 지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3. 정치적 양극화 심화

모든 투표 의향을 지지로 해석하면, 사회가 실제보다 더 양극화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중도적 입장이나 소극적 선택의 뉘앙스가 사라지고, 사회가 강한 지지자들로만 구성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유권자들의 복잡한 정치적 판단을 단순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4. 선거 예측의 왜곡

'지지'와 '투표 의향'의 혼동은 선거 결과 예측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투표율이 중요한 변수인 선거에서, 지지 강도와 실제 투표 가능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지 못하면 예측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당 지지도(민주당 42%, 국민의힘 28%)와 후보 투표 의향(이재명 49%, 김문수 27%)의 차이는 이런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더 정확한 여론조사와 보도를 위한 제안

우선 질문을 분리해야 합니다. 여론조사에서 '투표 의향'과 '후보 지지'를 별도의 질문으로 분리해야 합니다.

● 다음 선거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예정입니까?

● 어느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가장 지지하십니까?

NBS의 조사에서 투표 의향과 별도로 ‘지지 강도’를 질문한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지만, 이것이 보도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투표 의향'과 '지지'의 개념적 차이도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원래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실제 질문 내용을 직접 인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제목은 ‘투표 의향’인데 본문에서는 다시 '지지도'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단순히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넘어, ‘왜 그 후보에게 투표하려는가’에 대한 후속 질문을 포함해야 합니다. "정권교체 57%, 정권재창출 32%"와 같은 결과는 유권자의 투표 동기를 일부 보여주지만, 더 세분화된 질문이 필요합니다.

'투표 의향'과 '후보 지지'의 차이는 단순한 의미론적 차이가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 과정에서 유권자의 의사가 어떻게 해석되고 반영되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2025년 5월 15일의 NBS 조사 보도는 이러한 개념적 혼란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조사는 분명히 "내일 대선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었지만, 언론은 이를 "이재명 후보 지지도 49%"로 해석했습니다. 이러한 보도 관행은 선거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왜곡시키고, 정치적 담론의 질을 저하시킵니다.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러한 개념적 차이를 인식하고 더 정확한 표현과 해석을 사용할 때, 우리는 유권자의 진정한 의사를 더 잘 이해하고, 더 건강한 민주주의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독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