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삼립 회장

잊을 만 하면 제빵 기계에 근로자가 끼어 손가락이 잘리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고를 반복해대는 국내 제빵업계 최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SPC삼립이 제빵기계용 윤활유에서 인체 유해한 물질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리발 전략으로 일관해 정부의 철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5월 제빵기계에 대한 윤활작업 하던 50대 근로자 사망사고 관련 공장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섰는데,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면서 봐주기식 조사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식약처는 시흥경찰서와 식약처 직원 6명을 투입해, 지난 5월 사고를 낸 경기도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의 제조과정 전반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섰다. 점검 목적은 제빵 과정에서의 위생관리를 비롯한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인데, 정작 엄밀하게 조사해야 할 안전관련 규정과 수칙, 그리고 현장에서의 안전수칙 이행여부에 대해 집중해서 조사를 벌였는 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당시 사망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식품용 윤활유에서 염화메틸렌과 이소프로필알코올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나온 만큼, 윤활유에 이 물질에 왜 들어갔는지 그리고 공업용 윤활유 용기가 왜 빵 제조기계 옆에 놓여있었는지, 공업용 윤활유 용기에 식품용 윤활유를 넣어서 사용했다고 하는데 과연 진실인지를 명백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한 조사 쟁점이다.

염화메틸렌은 중추신경계질환, 심장독성 등을 유발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이소프로필알코올은 소독제 원로로서 중추신경 기능을 떨어트려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절대적인 인체 유해물질이다.

국과수는 이러한 발암물질 발견을 발표하면서, “검출된 양이 적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러한 발표 태도 역시 문제점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생명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유해물질이 발견됐는데, 검출된 양이 적고 많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과수 역시 SPC봐주기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번 유해물질 관련 정식 수사는 국과수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고발하고 그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미 국과수나 경찰의 태도가 ‘SPC일병 구하기’에 나선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 결과 역시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국내 제빵업계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빵 유통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SPC삼립의 불량은 국민건강 안전에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이나 국과수 그리고 식약처들의 엄격한 조사 및 처벌과는 별도로 소비자들 역시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불매운동에 인색한 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오죽하면 한국의 소비자들은 스스로 ‘호갱’이 된다는 말이 있다.

소비자 주권을 스스로 지키는 행동을 보여줘야만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도덕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불매운동을 펼칠 필요가 분명하다.

수많은 근로자가 상해를 입고, 생명을 잃는 작업환경을 만들면서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의 도덕적인 타락에 더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는 인체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악덕기업인 SPC삼립에 대해 정부와 소비자 모두가 엄격한 처벌과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 당국은 먹이사슬의 일부로 충분히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정말로 ‘호갱’이 되는 것이다.

1925년에 창업해 2002년에 문을 닫은 일본의 유제품 기업 ‘유키지루시 유업’은 한때 일본 유제품 8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식품기업이었지만, 2000년 일부 소비자들이 이 회사의 우유를 마시고 식중독에 걸리면서 사건이 확대돼 결국 2년 후인 2002년에 폐업을 했다.

이 회사는 1955년에도 초등학생들에게 제공한 우유로 인해 900명의 학생들이 식중독에 걸린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여러 정황상 이해될 만한 실수로 간주돼, 회사 폐업까지는 가지 않고, 이 후 이미지를 회복해 연 매출 14조원의 일본 최대 식품회사로 성장을 했었다.

그러나 2000년 발생한 1만4000명의 식중독 사고 시 이 회사의 경영진의 안일한 태도는 결국 전국적인 불매운동으로 번져 회사를 폐업에 이르게 했다.

당시 이 회사의 CEO인 아사카와 테츠로 사장은 오리발 전략으로 일관했다. “해당 우유와 식중독의 연관관계는 증명된 바 없다”, “기계 하나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그 기계는 이미 가동 중단됐다”, 여기에 더해 “저도 지금 한가하게 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심지어 "황인종은 우유에 탈나는 유전자가 어느 정도 있다"등의 변명으로 순간의 위기를 넘기려다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면서 결국 회사는 문을 닫게 됐다.

아무리 조심해도 어쩌다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SPC삼립의 이어지는 근로자 사망사고를 비롯한 끼임 사고는 분명 인재이고, 인명경시와 근로자를 생산도구로 보는 것이다. 현재 허영인 회장도 노조 탄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더 나아가 인체 유해물질을 사용한 것도 밝혀졌다. 명백한 국민건강 훼손이고 소비자 우롱이다. 강력한 철퇴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우리 스스로 ‘호갱’이 돼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