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제21대 대통령선거가 한창 진행중이다. 표심을 얻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던 반값아파트 공약이 이번 선거에서는 안보인다. 정말 다행이다.
과거에는 무수히 많은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었는데 이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라기 보다는 서로 심판하겠다고 하는 진영싸움 선거로 흘러가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한동안 반값 등록금, 반값아파트, 반값OO 등 반값시리즈가 선거 때만 되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야만 유권자의 시선을 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반값 공약들은 따지고 보면 반값 아닌 경우가 허다했다.
반쪽아파트를 포장하여 반값아파트의 전도사처럼 앞장섰던 분도 계셨고, 심지어 정당이 아닌 시민단체가 반값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고 하면서 짝퉁 토지임대부주택이 반값아파트인 양 들고 나와 시민들을 헷갈리게 한 적도 있다. 또한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에 반값아파트 공급계획을 내라고 요구한 적도 있었다.
반값 주장 중 진짜 반값은 서울시립대에서 반값등록금을 도입한 것이 유일한 예일 것이다. 그러나 시립대에서의 반값 등록금도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 보니 일부 입학생들은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한 경유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반값등록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허탈한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반값이라는 공약이 보이는 것은 김문수 후보의 반값 월세만 보인다. 수도권의 기숙사 수용률이 18%에 불과한 만큼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 용적률·건폐율 완화, 리모델링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값 월세존’을 지정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반값 월세존’을 통해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면 대학생은 낮은 월세로 혜택을 보고, 원룸주들은 자산을 증식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정당의 후보가 국가가 대학가 월세 시장까지 개입해서 반값으로 월세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자유시장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주장인 것 같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공공주택은 임대주택이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적금을 납입하듯 주택 지분을 차곡차곡 늘려 20~30년 뒤 내 집으로 만드는 ‘적금 주택(지분적립형주택)’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식을 도입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만약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약으로 채택한다면 수분양자가 맘껏 거주한 후 공공에 다시 환매하여 저렴주택으로 재공급하고, 토지임대료는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 정도만 반영하여 공급하는 '진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공급되길 기대한다(기본주택 분양형 참고).
그리고 주택법령을 개정하여 지금처럼 수분양자가 시세대로 전매하고, 감정가격으로 토지임대료를 산출하는 '짝퉁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당장 폐기처분했으면 한다.
이젠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주택정책을 계층별, 소득별로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정책을 소득별로 구분해 저소득층에게는 임대주택, 중산층 이상에게는 자가 보유를 유도하는 정책을, 청년·신혼부부에게는 공공임대주택 또는 장기적으로 자가를 소유할 수 있는 정책을, 중장년에게는 공공 또는 민간분양주택을, 노년에게는 고령자복지주택과 공공형 시니어 타운 등을 제공하는 맞춤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반값이라는 단어가 주는 달콤한 유혹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던 시대는 끝났다. 유권자인 국민이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후보자들의 선거 공약을 분석할 정도로 현명해졌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