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판사와 목수의 망치는 다르다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17 07:00 의견 0


김제동씨는 "국회의장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날은 오지 않는다. 노동가치론을 집대성한 애덤 스미스는 직업에 따라 소득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노동을 해도 같은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직업이 얼마나 존경받는가, 그 직업을 갖기 쉬운가, 얼마나 안정적인가 등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당신이 아들을 구두 제조공에게 보내면 아들은 거의 확실히 구두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들에게 법률 공부를 해서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될 확률은 기껏해야 20대 1이다"라고 설명했다.

애덤 스미스야 나중에는 노동가치론 대신 '노동+자본+지대'가 가치를 구성한다고 했으니 직업별로 노동의 가치가 다르다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론할 수 있다. 맞다. 그래서 카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으로 풀어보자.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오직 노동만이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노동의 가치가 모두 동등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사회적 필요 노동시간, 즉 사회의 표준적 생산조건, 평균적 노동숙련도, 평균적 노동강도 하에서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초보자가 4시간 동안 낑낑대고 만들어낸 물건의 가치가 장인이 한시간만에 뚝딱 만들어낸 물건 가치의 4배가 되는 게 아니다.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혁명 기간 홍위병들은 중국 전역에서 전통 문화재와 종교 상징물 등을 불태웠다. 차가운 머리 없이 뜨거운 가슴만으로 행동하는 맹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불러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노동가치론은 자본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데다가 수많은 상품마다 절대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현실 경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김제동씨는 한걸음 더 나가 국회의장과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갖는 세상을 바란다. 노동가치론을 알고서도 그리 주장했다면 황당하고, 모르고 주장했다면 난감하다. 모든 사람의 망치가 동등하게 인정받는 세상은 자본주의 사회는 물론, 공산주의 사회에도 없다. 자본주의는 망치의 가치를 시장이 정하고, 공산주의는 당이 정한다. 공산주의는 그래서 망했다.

코라시아,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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