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고 비트코인 역시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번 한 주 글로벌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군 두 가지는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4조달러를 돌파한 것과 비트코인 최고가 갱신 행진을 들 수 있다.
엔비디아의 상승세가 미국 뉴욕증시를 이끌면서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를 역대 최고로 끌어올려놨다면, 비트코인을 뜨겁게 달군 배경에는 다음주부터 미국 하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크립토 법안들이라고 할 수 있다.
7월 14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미국 하원에서는 지니어스법(GENIUS Act), 클래리티법(CLARITY Act), 루미스법(LUMMIS Act),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감시 중단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 등 암호화폐 관련 법안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인데,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만큼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한달 여 전부터 이들 법안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 상승세가 시작됐고, 이러한 다수의 법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다음주를 크립토위크(Crypto Week)라고 부르고 있다.
이 법안들의 주요 핵심 내용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그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자유롭게 전략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지니어스법은 이미 미국 상원에서 지난 5월 20일 통과 돼, 현재 하원에서 논의중인 법안이다. 이 법안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허가제, 자금세탁 방지 의무화, 소비자 보호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데 표면적으로는 규제법으로 보이지만, 발행자나 운영방식을 정했다는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진입시켰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법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증권과 구분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하고, 발행자는 연방이나 주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발행량 100%에 해당하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설정해야 한다.
결국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국채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시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재정적자의 유일한 돌파구라고 할 수 있어, 이 법안은 우선적으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클래리티법은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와 규제체계를 명확히 해줌으로써 암호화폐 시장의 장애물을 치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21세기 금융혁신 및 기술법(FIT21)’에 따라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보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엄격한 규제를 해왔지만, 클래리티법이 통과될 경우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규정해 그동안 담당해왔던 SEC가 아닌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서 관리하면서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이 클래리티법은 그동안 SEC와 갈링하우스의 리플사와의 오랜 소송전이 계기가 돼 나온 법안이다. 약 4년에 걸친 소송전에서 최근 리플사가 승소했지만, 아직도 몇가지 소송이 더 남아있어, 클래리티법이 통과될 경우 SEC와 리플사 간의 소송전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2월, SEC는 리플사와 경영진을 상대로 리플이 '미등록 증권'인 XRP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하여 막대한 자금을 불법적으로 모집했다고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갈링하우스는 “리플이 발행하는 XRP는 특정 국가 화폐를 대체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상품일 뿐 투자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서왔다.
갈링하우스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후원금을 가장 많이 낸 인물 중 한 명 이다. 갈링하우스승소 이후 리플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서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법안으로 암호화폐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도 앞으로 발행하지 못하게 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감시 중단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 연준은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최근까지 수십억원을 들여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 발행을 준비하다가 포기해 국고를 낭비한 바 있다.
이러한 법안들과 함께 올라있는 루미스법은 지난 2024년 7월 공화당 소속의 상원의원인 신시아 루미스가 최초 발의해 2025년 3월 수정 발의된 법안으로,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도 공약으로 비트코인을 석유와 같은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고, 그동안 의회의 벽에 부딪쳤지만 다음 주 하원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통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와 일부 주정부는 범죄 관련 압수된 비트코인에 대해 처분 대신 일부 보유할 수 있게 돼있지만, 루미스법이 통과될 경우 연방정부는 정부 예산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을 시장에서 매수해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안은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향후 비트코인 100만개를 사들여 전략자산으로 삼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 ‘비트코인법’으로도 불린다.
비트코인을 뜨겁게 만들고 있는 또 다른 배경으로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갈 경우 시중에 유동성이 많아지면서 비트코인 매수자금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될 경우 유동성은 더욱 확대돼 발행 한도가 마무리단계에 있는 비트코인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암호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암호화폐 투자 전문매체 더모틀리풀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약 4년 주기의 사이클을 반복해왔는데, 현재 주기 상 폭락기를 앞두고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 매체는 각 사이클은 축적기, 급등기, 버블, 폭락의 네 단계로 구성되는데, 핵심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2024년 4월 19일에 발생했으며, 이로부터 12~18개월 후인 2025년 10월 전후가 조정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에는 비트코인 4년 주기를 넘어설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 그러한 과거의 루틴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있어, 향후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 추이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