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 포레스트 2단지에는 지난 6월 27일 '공간복지홈'이라는 색다른 공간이 생겨났다. 공공임대주택 내 미임대되거나 미분양된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복합 커뮤니티 거점공간으로, 주민들이 함께 식사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공간복지 모델이다.

다산 포레스트 2단지는 고령자복지주택 116호 포함 총 928가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이지만 주변에는 3,600여세대의 분양아파트도 공존하고 있다. ‘공간복지홈’은 식사·휴게공간, 판매 공간, 모임 특화 공간, 주민 체험공간, 옥상정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산38국수’는 3,8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하며, ‘오늘도가게’는 입주민이 오픈채팅을 통해 반찬과 생필품 등을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유공간이다. 공간복지홈 사업은 GH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외부 사업자를 공개 모집해 운영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2년 계약에 최장 10년 동안 운영하며, 단지 내 주민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되었다. 죽어있는 공간을 사람이 모이게 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사람이 자원이다. 사람이 많이 온다는 것은 많은 이벤트가 형성되고 그 만큼 중심적인 '장소성'을 구축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가들이 아무리 무대를 만들고 연출을 하려고 해도 사람이 오지 않으면 그 공간은 죽은 공간이다. 결국에는 사람이 공간을 완성하기 때문이다.(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2018, p274)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장소이다. 장소가 만들어지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모일 목적지가 될 만한 가게나 랜드마크 건물이 필요하고, 사람이 정주할 식당이나 카페가 필요한 것이다.(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2018, p280)

임대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공간복지홈이 가지는 의미는 마이클 샌들이 이야기한 다음 문장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시민사회에서 여러 계층이 섞이는 기관들은 갈수록 감소하고, 부자들과 가난한 이들이 평소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공유하는 삶을 위한 시민적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해야 한다. 건강 클리닉이나 대중교통에서든, 공원이나 휴양장소에서든, 지역 자치 시설이나 공공 도서관에서든, 아니면 스포츠 경기장에서라도 사람들이 우연히 마주칠수 있게 해야 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계층이 무심코 어우러지게 하면 우리에게 공유성을 되새기게 하는 습관과 태도, 기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어떤 프로젝트에도 이런일이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모으고 상호 책임감과 소속감을 배양할 공공장소와 공동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Michale J. Sandal & Thomas Pikkety, 기울어진 평등 2025, p102)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