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기에 고금리 상품으로 내몰리는 서민

-3분기 가계부채 역대 최대인 1913조8000억원으로 18조원 증가…주담대 증가가 원인
-10월 말 카드론 잔액 42조2201억원으로 한달만에 5332억원 증가…평균 이자율 14.4%
-이달 27일 입주일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앞두고 잔금대출 중단으로 입주대란 예고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1.21 09:58 의견 0
이달 27일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로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에 따라 대출옥죄기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잔금대출도 막히면서 입주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3분기 말 기준 1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대출을 중단시켰다. 실수요자들 등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3분기 가계부채가 1900조원을 넘기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증가율 역시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총액 기준으로 관리하다 보니 실수요자 등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민원이 확산되고 있다.

대출 옥죄기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고이율이 적용되는 카드론이 급증하면서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기에 더해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이 막히면서 투자수요가 아닌 실수요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다음주인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의 잔금대출 길이 막혀버리면서 입주대란이 벌어지게 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단지에 필요한 잔금대출 규모를 3조원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까지 확정된 5대 시중은행의 대출한도는 9500억원 수준으로 필요한 수준의 3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에 따라 풍선효과로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렸던 새마을 금고도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을 철회하기로 해 이 단지의 잔금대출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됐다.

이런 분위기는 신협중앙회나 농협중앙회 등 상호금융권에까지 확산되면서 정부의 대출옥죄기로 시작된 잔금대출 중단으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옥죄기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 3분기 급증한 가계부채가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인 2분기 말 대비 18조원 늘어났다. 분기말 기준 역대 최대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증가폭 역시 2021년 3분기의 35조원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가계 빚은 올해 1분기에는 전분기 말 대비 8000여 억원 감소해 진정기미를 보였지만 당시에도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담대 발 가계부채 증가는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주담대 증가액은 2분기 16조원에서 3분기 19조4000억원으로 상승폭을 키웠다. 반면 정부의 대출옥죄기로 인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은 3분기 말에 3조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지난 3분기부터 서울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35주 연속 상승행진을 벌였고, 주택거래량도 크게 증가하면서 주담대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의 경우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월과 2월에는 2000건 대에 머물다가 3월과 4월에는 4천건 대에서 5월 5183건 6월 7665건에 이어 3분기인 7월에는 올해 최고치인 8991건을 기록했다.

다시 8월부터 거래량이 줄기 시작해 9월 거래량이 4951건으로 크게 후퇴하면서 주담대 증가폭도 다소 감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수요자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가계부채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주담대 등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의 대출 옥죄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대출규제 풍선효과가 카드사로 옮겨 붙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10월 말 카드론 잔액이 42조2201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였던 8월 말(41조 8310억원) 수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 전 41조6869억원에 비해 5332억원 늘어난 것이다. 역대 최대규모였던 지난 8월 말의 41조8310억원보다도 3891억원 더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말 기준 NH농협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연 14.4%에 달했을 정도로 금리가 높은 편이어서 카드론 수요자들의 이자부담이 만만치 않은 형편이다.

특히 현금서비스 잔액이 6조6669억원에서 6조8355억원으로 1686억원 늘어났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이자율이 더 높게 책정된다.

결국 은행권의 대출규제 강화가 풍선효과로 나타나면서 이자율이 훨씬 높은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여전히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도가 강해지면서 대출 실수요자들이 위험성 있는 고금리 상품으로 내몰리고 있고, 잔금대출까지 옥죄면서 아파트 입주율도 떨어지는 등 서민 실생활에 어려움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면서 “결국 서민들이 고율의 대출상품으로 몰리면서 서민 삶은 더욱 위험수위에 다가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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