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양 받아서 빌라에 입주했는데 갑자기 빌라와 바로 인접한 곳에 현장을 개설하고 공사를 한다고 해서 물어보니 지하철 환기구 공사를 한다고 해요. 너무 황당한 상황입니다”
“주택과 인접한 곳을 공사판으로 만들어놓고는 안전시설도 허술하고 마을 중심을 가로지르는 진입로로 화물차가 하루 수십대 지나다니면서 주민들 불편과 특히 아이들 안전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동네가 엉망이 됐어요. 소음과 먼지는 말할 것도 없고 생명에 위협까지 느낍니다”
월곳-판교선 복선전철 9공구가 지나는 의왕시 학의동(학현마을) 1000여 명의 주민들은 주거 환경이 엉망이 된 것은 물론이고 생존권이 박탈된 상태라면서 거리로 나섰다.
학현마을에 들어서는 월곶~판교선 환기구 공사 반대를 위해 주민들이 교대로 조를 짜서 공사현장 진입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주민들은 환기구가 이 곳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환기구 설치 장소를 이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9일 방문한 월곳-판교선 복선전철 의왕 학현마을 환기구 설치공사 구간 현장은 10여 명의 공사 반대 시민들이 공사차량 진출입로 입구에서 차량 앞을 가로막으면서 공사 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다. 공사 반대를 요구하는 시민들은 대부분 직장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교대로 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시위 주민 외에도 시공사인 금호건설의 신고로 의왕시 경찰서에서 10여 명의 경찰이 시위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시위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면서 직원들 대부분이 철수한 듯 보이지 않았다.
시위에 나선 주민들은 공사와 관련된 정보 없이 빌라에 입주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지하철 공사를 하게 된 것과 환기구 시설이 빌라와 바로 인접한 곳에 설치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면서 정상적인 생활권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백운호수에서 학현터널로 이어지는 왕복 2차로는 하루 수십대의 공사차량이 오가는 도로인데 이 마을 아이들이 백운호수초등학교·덕장초등학교·덕장중학교로 오가는 유일한 통학로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곳 학현마을은 2019년까지 그린벨트지역이었기 때문에 녹지로 묶여있다가 2019년 그린벨트가 풀리면서 2020년부터 빌라들이 들어선 새로 조성된 마을로 현재 1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있다.
지하철 공사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가 2017년에 이뤄졌는데, 환경영향평가 당시 새로 조성되는 마을의 규모나 생활환경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됐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주민 대표인 안수만 씨는 “그동안 인허가권을 가진 의왕시,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 시공사인 금호건설 등이 공사에 대한 홍보가 거의 없어 주민들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현재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에 환기구 이전을 요청해놓은 상황인데, 환기구 이전이 안될 경우에는 공사에 대한 안전조치를 마련해줄 것과 공사장 진입로가 현재 마을 중앙을 통과하게 돼있는데 이것을 외곽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30일 현재 주민들의 요청에 대해 국가철도공단이 협상에 응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문제해결이 될 지는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민원과 관련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이 어제 저녁 연락이 와 사업단장과 30일 저녁 8시에 협상을 위한 자리를 갖게 됐다”면서 “일단은 공사 반대 시위를 어제 밤부터 철수했는데, 본 공사 외에 안전펜스와 방음벽 공사에 대해서만 합의한 상황이고 본 공사는 향후 협상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금호건설 공사 관계자는 “주민들과 발주처 간에 협상이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사 관련 안전조치와 공사차랑 진출입 도로 조성 등은 이미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사장 주변은 안전펜스나 방음관련 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절개지 토사유출로 인해 주변 배수시설 등이 막히는 등 주민 안전위협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현마을 한 주민은 “앞으로 환기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사가 완공된 이후에도 지하철 차량 소음 등으로 주민들이 겪는 정서적인 불안요소도 큰 문제다”고 우려했다.
이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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