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대통령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반미 시위는 모른척 하고, 반중 시위는 때려 잡겠다고 하니 반미 성향을 지닌 운동권세대, 전교조세대는 더욱 기고만장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미국의 힘, 미국의 실력, 미국의 내면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양키 고우 홈'을 외치는 대한민국 좌파들의 정신승리법이 여기에서 엿보인다.
2024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경제 규모 비교를 보면 미국이 28조 1700억달러이고 중국은 18조 2700억달러로 아직 미국 경제규모의 65%에 불과하고, 중국을 제외한 3위부터 11위까지 즉 독일 일본 인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를 모두 합쳐야 28조3800만 달러로 미국보다 간신히 많아지는 게 진실이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유럽 5대 강국을 합쳐도 15조5800만 달러로 미국의 55%에 불과하다. 유럽 정상들이 모두 모여도 트럼프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게 바로 이런 경제력 차이 때문이다.
2017년 4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마틴 펠드스타인이 꼽은 미국이 강한 요인 10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기업가 정신을 북돋는 문화다. 미국인들은 창업하고 이를 키우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위험(risk)을 감수한다. 실패에 대한 벌칙이 거의 없는데 학생들도 이런 기업가적 꿈을 키운다. (한국에는 반기업 문화가 만연하고 학생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둘째, 기업가 정신을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이다. 창업을 지원하는 벤처 투자자도 많으며, 기업가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소규모 은행들이 7천개가 넘는다. (한국에서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담보 대출에만 연연하고, 금융당국은 규제에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 하느라 바쁘다)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대학들이다. 미국 대학은 기초과학부터 실용 기술까지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접속하려고 노력한다.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영입한다. (한국 대학은 정부 지원금 타내기에 바쁘고, 교수들은 실력 쌓기는 뒷전인 채 정부 용역을 따거나 한 자리 차지하려고 정치권을 기웃거린다)
넷째, 유연한 노동시장이다. 미국 민간분야에서 노조 조직률은 7% 미만이며, 공기업도 거의 없다. 근무와 고용 조건이 유연하니 기업들은 인력 조절을 자유롭게 하면서 혁신하기 쉽고, 근로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쉽다. (한국에서 정부는 민노총 눈치 보기가 바쁘며, 성과연동보수제 문화의 정착을 정부가 오히려 막는 등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동개혁이 실종된 상태다. 이재명정부 들어서 노란봉투법까지 통과됐으니,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많은 젊은이들이 사기와 거짓말에 속아 동남아로 가는 것 아닌가?)
다섯째, 인구 증가다. ‘이민국가’인 미국은 젊은 인력들도 많고 실력과 꿈이 있는 다른 나라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관용성을 보인다. 미국은 가족 중심의 문화도 강하다. (한국은 극심한 개인주의에 따라 가족의 중요성을 상실한 상태이며, 대통령마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다며 ‘초저출산 문제’를 거의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여섯째,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권장하는 문화다. 미국에서 주당 근무시간은 180시간 이상인데, 특히 두뇌를 쓰는 고연봉 사무직 근로자나 임원 등은 정해진 근무시간 자체가 없다. (한국은 실력도 쌓지 못하면서 어쭙잖게 워라밸을 외치는 젊은 직원도 많고, 이를 부추기는 대통령과 경제참모들이 있다.)
일곱째,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다. 미국은 풍부한 셰일 석유를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뤘다. 외국으로 나갔던 미국 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일자리 늘리기’에 몰두하는 트럼프 이전 오바마 정부시절부터 본격화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인 2010년부터 2016년1월까지 1600여 기업이 미국으로 복귀했으며, 미국에 제조업 일자리 약 80만 개와 간접고용 240만 명이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셰일 혁명’으로 상징되는 에너지 비용의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 원전을 통해 값싼 전기를 사용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이라는 희대의 코미디극을 벌이면서 공정이 10% 진행된 원전 2기의 건설 작업을 중단시켰고, 계획된 원전 4기는 백지화했다. 원전 관련 기업들이 많은 부산과 창원 일대에 일자리가 사라지며 곡소리가 났고, 앞으로 전기료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또 태양광 얘기나 하고 있으니 환장할 일이다.)
여덟째, 유리한 규제환경이다. 미국 규제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유럽 등에 비하면 기업에 부담이 매우 적다. (문재인정부는 규제완화가 곧 대기업 봐주기로 인식하는 듯하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타다’를 공격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내년부터 정부가 강제로 기업에 특정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지정감사제’를 도입하는데, 삼성전자 등 대기업 23곳이 먼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기업을 믿지 못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인데 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의 대통령 코드 맞추는 모습이 눈물겹다)
아홉째, 미국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의 지출을 모두 합쳐도 국내총생산(GDP)의 38% 수준으로 유럽보다 현저히 낮으며 민간에 대한 간섭이 적다.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는 재정 지출 늘리기와 세금 더 걷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걷은 돈을 정치인과 관료들이 마음대로 지출한다. 여기저기 세금을 퍼붓더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장과 동장 수당까지 높인다고 한다)
열 번째, 주 정부끼리 경쟁하게 하는 분권 정치다. 미국은 50개 주(state)가 있는 연방국가인데, 사실상 50개 주가 자체 입법부 행정부 사법을 지니고 있어 일개 국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주끼리 경쟁하고, 소비세의 경우 주마다 다르다. 기업 규제의 강도도 주마다 달라 기업들이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곳으로 기업을 이전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애틀에 있는 것은 빌 게이츠가 고향을 떠나기 싫어서인데, 아마존이 제프 베조스의 고향인 앨버커키(뉴멕시코주)를 떠나 시애틀로 간 것은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어 정보통신 인프라가 훌륭하고 인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지자체들은 겉으로는 기업 우대한다면서 속으로는 중앙권력 눈치만 보고 기업 뜯어먹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지자체들이 대기오염을 유발한다며 제철소에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기업인들은 지방에서 사업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펠드스타인이 10가지 설명을 들면서 내린 결론은 ‘기업이 강한 나라가 경제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업가 정신을 억압하는 나라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쇠퇴하고 결국 망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기업가 정신보다는 재벌 개혁을 얘기하고, 대기업은 갑이며 서민·개인주주·중소기업은 을이란 이분법적 관점을 작동시킨다. ‘반기업-친노동’을 한다며 근로 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위험 외주화 방지법을 밀어붙였다.
펠드스타인은 “정부가 노동 조건과 채용에 간여하지 않아야 일자리의 진출입이 쉬워져 노동자들이 직장을 찾기 쉽고 회사들이 혁신을 이루기 쉽다”고 봤는데 이런 주장은 아예 무시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엉터리 정책을 ‘J노믹스’라고 말한다.
경제성장이 멈춰 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큰 문제는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치현실을 국민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