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정감사는 늘 있어온 정치적 쌈박질이 갈수록 태산으로 가는 상황에서, 경제 관련 국감은 10.15부동산대책과 관련한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세번째 부동산대책은 첫번째 대책인 6.27대책을 더욱 강화시킨 것으로 수요억제 차원을 넘어 수요말살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구에만 적용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시킨 데 이어 풍선효과를 방지할 목적으로 경기도 12개 시·구로까지 확대시키면서 수도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지역은 모두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함께 적용 받는 3중 규제지역이 된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재산권이 당장 제한을 받으니 “생존권 침해다”고 반발하고 있고, 지정을 피해간 지역은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지정된 지역 이외의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21일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시장과의 싸움에서 이긴 경우가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은 크게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2025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야간 부동산 대책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날린다”는 식으로 “투기 잡다가 시장 날리겠네”라는 공격에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해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충분한 준비가 되지 못한 정책이라는 민 낯을 드러내고 있고, 여당이 역성을 들고 있지만 그럴수록 민심만 돌아 세우고 있다.
압력솥의 압축된 공기는 바늘구멍 만으로도 폭발이 될 수 있듯이, 이재명 정부 들어서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의외의 구멍을 통해 폭발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일단 불이 붙은 부동산 시장을 이어받아 출범 하자마자 부동산 시장과의 싸움을 하게 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처럼 이 정부 역시 부동산 시장을 너무 쉽게 봤고, 준비가 되지 못했고, 시장을 만만하게 생각하다 보니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나 차관도 비전문가를 앉히는 문재인 시즌 2를 스스로 열었다.
그동안 세 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크게 반발력이 생겼다. 이제는 지자체장까지 규제지역 지정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들이나 구민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 의왕시의 김성제 시장은 집값이 오히려 떨어진 의왕시에 3중 규제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정부를 향해 지정 철회를 정식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 대책 주무 차관인 국토교통부 이상경 차관이 “시장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발언을 해 수도권 규제지역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됐다.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전체를 흔들게 됐다.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잡기 위해 고강도 수요 억제책을 쓴 고위당국자로서 지나치게 안일한 발언을 한 것으로, 국민들이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
압력솥 안의 압축 공기가 돌파할 구멍이 생긴 것이다. 안 그래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민여론에 분출구를 만들어준 셈이다.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진압에 나섰지만 이미 차관이 뱉은 말은 국민들 가슴에 깊이 박혀버렸다. 해명과 사과가 오히려 박힌 못을 더 세게 두드리는 결과가 되고 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에서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최고위원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기에 이 차관의 배우자가 지난해 7월 경기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를 33억5천만원에 매입했는데, 이 아파트에 14억8천만원의 전세보증금이 채무로 신고돼 있어 ‘갭투자’ 의혹까지 제기됐다.
부동산 발 민심 이반이 시작됐다고 보여진다. 부동산 시장은 한번 불이 붙으면 스스로 불을 키우고 옮겨가는 속성이 있어서 당분간 어떠한 대책으로도 불길을 잡기 어려운 속성을 지녔다. 강력 수요억제책으로 매수가 끊기면 임대차시장이 끓어오르고, 그 끓어오른 압축 공기가 집값을 올리고, 지방으로 번져간다.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시장이 죽으면 분양시장도 위축되면서 결과적으로 공급이 줄어들어 수급불균형이 심화된다. 그러면 진짜 문재인 시즌2의 재판이 된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지적에 대해 여당과 야당 구분하지 말고 귀담아 들어 반영할 것은 반영하고 더 강화시킬 것은 강화하는 지혜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만큼 투기꾼을 잡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애매한 실수요자의 재산권을 뺏는 것은 사회주의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부동산 비전문가 장관과 차관을 빠른 시간 내에 전문가로 바꿔줘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 때 김현미 장관을 떠올리고 있다. 여기에 주무 차관도 부동산 비전문가인데다 부적절한 발언과 갭투자까지 겹쳐 이미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다른 장관들은 보은인사나 선거용 인사를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경제관련 특히 부동산 관련 장관은 절대적으로 전문가를 써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라도 자리에 맞는 인물을 앉혀 정상적으로 시장이 유지되면서 정부와 국민이 모두 바라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유도하기 바란다.
골든타임은 항상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가장 적기는 지금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