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JCB)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 7월 31일 있을 JCB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8월 겪은 글로벌 블랙먼데이의 그림자가 꼭 1년 만인 올해 8월 4일 다시 드리워질 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시장은 나스닥 -5.5%, S&P500 -4.0% 등 크게 하락하면서 뉴욕시장 발 글로벌 증권시장에 1987년의 블랙먼데이 악몽을 재현시킨 바 있다.

이 여파로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증권시장도 파랗게 질렸는데, 2024년 8월 5일 월요일 한국 증시 역시 폭락 사태를 맞아, 코스피가 234.64p 하락(-8.77%)했다. 이는 2008년 10월 24일 금융위기 여파로 폭락했던 -10.57%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당시 뉴욕 증권시장의 모든 지수를 끌어내린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일본 중앙은행(JCB)이 7월 31일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해외에 널려있던 엔화들이 일본으로 회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JCB는 2024년 7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0.10%에서 0.25%로 큰 폭으로 인상했다.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1.5배 인상한 것이다. 일본 기준금리는 90년대 버블이 꺼지면서 소비가 급속하게 위축되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2024년 3월 19일 -0.10%를 0.10%로 플러스 금리로 전환한 후 4개월 만에 1.5배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꿈틀대기 시작한 원인은 20여 년간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던 일본의 물가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일본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풀린 유동자금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제로 수준의 일본 물가가 2022년부터 매년 2%대 상단을 유지할 정도로 물가불안이 이어졌다.

지난해 큰 폭의 금리인상 단행은 결국 3% 대까지 치솟을 기세를 보였던 물가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였고, 이러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해외에 나갔던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움직이면서 미국은 물론 특히 아시아에 있는 엔화가 움직여 글로벌 블랙먼데이를 불러왔던 것이다.

수조달러(약 4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일명 와타나베부인 자금)’은 과거 일본의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일 때 해외로 빠져나가 각종 금융상품과 투자상품에 들어가있었는데, 일본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투자상품과의 금리차가 좁혀지고, 한편으로는 엔화 강세(환율 하락)가 예상되면서 환차손을 회피하기 위해 일본으로 회귀하게 된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의 상황은 지난해 8월과 비슷한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어서, 올해 8월 첫 주의 월요일 역시 블랙먼데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선 현재 일본의 물가 수준이 지난해보다 더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5월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평균 대비 3.3% 상승해 지난해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고, BOJ 전망치인 2.2%와 차이가 크기 때문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현재 0.5%에서 최소 0.25% 올려 0.75%가 될 경우 현재 미국 기준금리 4.5%와의 격차는 4%에서 3.75%로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7월 4.4%의 금리격차보다 금리차가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고, 여기에 미국이 7월 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겠지만, 연준 의원들 상당수가 9월 인하 가능성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아져, 선물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현재까지는 큰 폭의 금리차이로 인해 엔화를 가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를 해왔지만, 일본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일본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환율 인상)해, 환차손이 발생하게 되고, 환차손 규모가 금리차익을 넘어설 경우 와타나베 부인들은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에 서둘러 엔화를 거둬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일본 국채 이자율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23일 현재 일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585%로 전일 1.500% 대비 0.085p 올랐다. 하루 만에 5.7%가 오른 것이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16일 1.586%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1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10년물 외에도 20년물은 1999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2.65%를 찍었고, 30년물은 역대 최고치인 3.20%까지 치솟았다.

특히 일본은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역사상 최초로 여당인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시바 정부가 서민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였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기존의 자민당 지지 세력이 창당 5년 밖에 안된 극보수인 참정당에 15석을 몰아줬는데, 이들 참정당 의원들은 일본의 물가가 고공행진을 할 경우 야당 쪽에 붙어서 이시바 정권을 무너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참정당이 보수세력인 자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어 참의원 전체 의석수 248석 가운데 자민당 101석, 공명당 21석에 15석을 더해줘 137석으로 과반을 넘어 내각을 유지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일본 경기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말을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다.

JCB의 우에다 총재는 지난해 7월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물가가 움직이면 계속해서 정책 금리를 인상해 간다”고 말한 바 있고, 당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2026년 3월까지는 금리를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7월 31일 회의에서 금리 인상은 확실해 보인다.

또 한번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증권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일주일 간의 선물시장 움직임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