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종합병원 380개를 상대로 리베이트를 통한 편법영업을 한 배경에는 일년에 수천억 단위를 리베이트 관련 비용을 쓸 수 있는 제약회사들의 회계상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해 리베이트 성격으로 지출한 비용이 최소 1568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4227억원 대비 11.02%에 달했고, 리베이트 비슷한 성격으로 쓴 비용은 일년간 총 2000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까지 나오면서 이러한 관행을 눈감아주는 정부의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있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은 1479억원이니까 리베이트 성격의 지급수수료 1568억원보다 더 적었다. 일반적인 기업이었다면 영업이익은 2000억원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최근 한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데, 앞서 진행된 성남중원경찰서의 부실수사 의혹까지 겹쳐 공권력의 비호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광역수사단을 통해 재수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지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제약사들의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하는 전방위적인 로비 이면에는 잘못된 제약업계의 영업방식 관행을 눈감아주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은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합법적인 선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약사법상 신약판촉활동은 적법하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목적으로 사용되는 금액규모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약회사들이 이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지 대웅제약의 재무제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웅제약은 2024년 매출 1조4227억원인데, 판매관리비가 4149억원으로 매출 대비 29.16%였다. 판매관리비 중 주로 용역의 대가인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나 로비 비용을 포함한 지급수수료는 1568억원이었다. 급여·복리후생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 중 37.79%가 지급수수료로 나간 것이다. 전체 매출 대비로는 11.02%였다.
판매관리비 중 여비교통비 역시 126억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의사들에게 교통 관련 편의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높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황인 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2024년 매출은 300조8709억원이었는데, 그 중 판매관리비는 81조5827억원이고, 지급수수료는 8조8077억원이었다. 지급수수료는 매출 대비 2.93%였고, 판관비 대비해서는 10.79%에 불과했다.
대웅제약의 지급수수료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였다. 2018년 661억원, 2019년 1085억원, 2020년 1294억원, 2021년 1267억원, 2022년 1318억원, 2023년 1432억원, 2024년 1568억원으로 지난 7년 간 1.37배 늘어났다.
판매관리비 중 리베이트 유관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급수수료에서 광고선전비, 여비교통비, 운반비, 판매촉진비, 문헌제작비, 외주용역비, 접대비로까지 확대할 경우 리베이트로 쓸 수 있는 비중은 훨씬 더 늘어난다. 지난 7년 간 평균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약회사의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비는 지난 7년 간 별로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의 연구개발비는 2018년 1119억원, 2019년 1094억원, 2020년 1152억원, 2021년 1272억원, 2022년 1636억원, 2023년 1716억원, 2024년 1713억원으로 지난 7년 간 53.08% 늘어난 데 그쳤다.
연구에 집중해서 좋은 약을 개발해야 하는 제약사가 본래 핵심 임무인 연구개발에는 소홀하고 의사와 병원에 리베이트나 향응을 대가로 영업에만 혈안이 돼있었다는 증거다.
이번 대웅제약 리베이트 제보 사건은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의 일부를 드러낸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약업계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오래 전부터 의료계와 제약업계와의 잘못된 비리연결고리가 지적돼왔던 상황에서 이번 대웅제약 리베이트 제보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약업계와 함께 의료계도 정화가 돼,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엄중한 책무를 담당하는 분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약업체들은 연구개발보다 우선의 매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병원에서 신약약품을 채택해주냐가 회사 영업의 생사를 가를 정도인 만큼, 제약사들 모두가 온통 영업에 올인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심해지다 보니 무리한 영업방식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품도 제공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