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심볼로고. 사진=대웅제약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란 속담이 있다. 마땅히 커야 할 것은 작고, 오히려 작아야 할 것이 큰 경우를 꼬집는 말인데, 사회 곳곳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니까 나온 속담일 것이다. 최근 밝혀진 대웅제약의 병원 상대 리베이트 사건은 주객이 전도된 비정상적인 기업경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정부당국, 관련 단체, 병원, 제약업계 간 짬짜미가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대웅제약이 자신들의 신약을 종합병원에 납품하기 위해 관련 의사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공익제보자의 제보를 통해 공개된 것인데, 리베이트로 사용할 수 있는 비용 규모가 연구개발비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던 것이다. 배꼽이 배보다 큰 기이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리베이트 성격으로 지출한 비용은 최소 1568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4227억원 대비 11.02%에 달했고, 리베이트 성격으로 쓴 비용을 다 모아보면 일년간 총 2000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까지 나오면서 이러한 관행을 눈감아주는 정부의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은 1479억원이니까 리베이트 성격의 지급수수료 1568억원보다 더 적었고, 제약회사가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하는 주인 격인 연구개발비는 1713억원으로 지급수수료 수준이었다. 지급수수료 이외의 리베이트성 비용까지 합할 경우 위상은 손님으로 격하된다.

구체적으로 대웅제약의 재무제표를 살펴보자. 대웅제약은 2024년 매출 1조4227억원인데, 판매관리비가 4149억원으로 매출 대비 29.16%였다. 판매관리비 중 주로 용역의 대가인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나 로비 비용을 포함한 지급수수료는 1568억원이었다. 급여·복리후생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 중 37.79%가 지급수수료로 나간 것이다. 전체 매출 대비로는 11.02%였다.

판매관리비 중 여비교통비 역시 126억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의사들에게 교통 관련 편의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높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비정상적인 모습인 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2024년 매출은 300조8709억원이었는데, 그 중 판매관리비는 81조5827억원이고, 지급수수료는 8조8077억원이었다. 지급수수료는 매출 대비 2.93%였고, 판관비 대비해서는 10.79%에 불과했다.

대웅제약의 지급수수료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였다. 2018년 661억원, 2019년 1085억원, 2020년 1294억원, 2021년 1267억원, 2022년 1318억원, 2023년 1432억원, 2024년 1568억원으로 지난 7년 간 1.37배 늘어났다.

판매관리비 중 리베이트 유관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급수수료에서 광고선전비, 여비교통비, 운반비, 판매촉진비, 문헌제작비, 외주용역비, 접대비로까지 확대할 경우 리베이트로 쓸 수 있는 비중은 훨씬 더 늘어난다. 지난 7년 간 평균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상 2024년 판매관리비 4149억원을 기준으로 60%를 적용하면 리베이트로 쓸 수 있는 규모는 약 2500억원이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 증가폭은 지급수수료 증가폭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웅제약의 연구개발비는 2018년 1119억원, 2019년 1094억원, 2020년 1152억원, 2021년 1272억원, 2022년 1636억원, 2023년 1716억원, 2024년 1713억원으로 지난 7년 간 53.08% 늘어난 데 그쳤다.

연구에 집중해서 좋은 약을 개발해야 하는 제약사가 본래 핵심 업무인 연구개발에는 소홀하고 의사와 병원에 리베이트나 향응을 대가로 하는 영업에만 혈안이 돼있다는 증거다.

대웅제약은 엄청난 판매관리비 예산으로 의사들에게 직접적인 리베이트와 향응에 더해, 창업주의 손녀가 운영하는 재즈바에서 접대하면서 술을 팔아주고, 그룹 자회사인 리조트 역시 접대용으로 이용하면서 매출을 올려줬다.

비단 대웅제약만의 문제가 아닌 제약업계 전반의 문제로 보이고, 그러한 잘못된 관행이 뿌리 내린 데에는 정부의 비호가 있을 수 밖에 없어 보이는 측면에서 제약업계는 물론 관련 부처의 대 수술도 절실해 보인다. 제약회사의 로비 대상에 과연 의사와 병원만 있을까도 한번 따져봐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정부부처는 과연 자유로울까?

어쩌면 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는 정부 관련 부처들의 책임이 반 이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사건은 지난해 성남 중원경찰서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 4월 불입건 종결됐는데,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재수사하기로 했다. 당초에 이 사건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봐주기식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해당 경찰에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에는 의약마피아란 말이 있다. 제약업체, 병원, 그리고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등의 먹이사슬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러한 마피아 구조 일부분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부의 개혁과제 최우선에 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대수술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술의 잣대는 제약회사의 기본 의무인 ‘국민 건강’이라는 상식 이행여부다.

이기영, 펀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