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5300억원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현대건설은 대통령 선거 3일 전에 급작스럽게 수주 포기를 선언했다. 공사기간이 적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내건 이유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유착으로 수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를 피하기 위한 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국토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됐던 상법개정안의 재 입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업계에 긴장감이 확대되고 있다. 상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들은 대주주의 이익과 함께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는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기업쪼개기나 무리한 증자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 몇몇 기업들 중심으로 긴장의 끈을 당기는 분위기고, 여기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문제 삼았던 안전소홀 기업들 중심으로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별로 기상도 변화와 차이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법 개정안 조기 처리 예상에 따라 모든 기업들 긴장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뒤 곧바로 윤석열 정부에 의해 폐기된 ‘상법 개정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지난 5일 민주당 오기형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의를 반영해 상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다”고 밝혔다.

새 상법 개정안에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변경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지난번 당론에는 없었던 ‘3%룰 개정’도 포함됐다. 3%룰은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 등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상법 규정이다. 그간 대주주가 3% 초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분 쪼개기’ 등 방법으로 주식 일부를 특수관계인에게 양도하는 ‘대체방안’을 써왔는데, 이번 개정안에는 이를 방지하는 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오는 13일 원내지도부가 구성된 후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든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됐다.

특히 소액주주 가치를 훼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했던 몇몇 기업들에 대한 제제 가능성이높아져 재계에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편법 경영권 상속” 지적한 한화그룹 등 도마 위헤

지난 4월 대규모 증자를 발표하고 1조3000억원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을 시도한 한화그룹이 그 첫번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 전에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와 52%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 보유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해 편법증여 의혹을 받았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최근 어떤 상장 회사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다. 같은 날 모회사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다"며 "그런데 오늘 모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면서 한화그룹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주가는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니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위 상장회사가 얼마 전 자녀 소유 회사에 지분 매매 대가로 지급한 돈이 증여세의 재원이 될 거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러니 '자본 시장을 현금 인출기로 여긴다'는 주주들의 비판에도 할 말이 없다"고 역설했다.

한화에 더해 과거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과 지난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시도,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추진, 빙그레 지주사 전환 시도 등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그동안 안전사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만큼 안전사고를 낸 기업들 역시 공격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 생명 경시한 SPC삼립, 부실시공으로 땅꺼짐 사고 낸 포스코이앤씨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SPC다. 지난달 20일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경기도 시흥 SPC 삼립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면서 "SPC 계열 평택 제빵공장에서는 지난 2022년 10월에도 노동자 사망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노동환경과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회사 대표이사가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서 사과를 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또 유사한 사고가 반복 발생한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서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1일 발생한 광명 지하철 현장 붕괴사고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를 줬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사고와 관련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12·3 내란 사태 이후 무안 항공기 참사, 경북 의성 산불, 강동구 싱크홀 등 사고가 이어져 걱정이 크다”면서 “이번 사고의 경우, 전날 기둥 균열이 발견됐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는데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안전 관리 감독 체계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건설현장 붕괴 및 안전사고 발생 기업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권 후광으로 대표에 오른 KT와 포스코그룹 수장들

포스코그룹과 KT 등의 수장 교체도 예상된다. 2023년 9월 LG유플러스에서 옮겨온 KT의 김영섭 대표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실 이관섭 실장 형의 친구로 알려진 인물로서 정권의 줄을 타고 내려온 대표적인 낙하산이란 지적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실의 입김으로 되다 보니 김 대표 취임 후 검사출신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KT에 자리를 잡았었다.

당시 이용복 법무실장, 주의정 감사실장, 허태원 컴플라이언스 추진실장, 김후곤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등의 검사 출신들과, 임현규 부사장, 최영범 스카이라이프 사장,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 등 윤석열 정권 정치계 인사들이 대거 KT에 자리를 잡았다.

최악의 경영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장인화 회장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취임한 지 1년 여 지났지만, 본업인 철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과 동시에 비 철강부분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그룹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22년 4조8500억원, 2023년 3조5314억원, 2024년 2조1730억원으로 매년 1조원 이상씩 줄어들었다.

산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에서의 후광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장 회장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생각으로 민주당 핵심 인사들에게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해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진다.

■가덕도 신공항 수주 포기 선언한 현대건설의 윤 정권 유착 여부 등

가덕도 신공항 수주 포기를 선언한 현대건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10조원이 넘는 공사를 수의계약 했는데, 현대건설과 윤석열 정권과의 유착에 따른 수주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계약상 정해진 공사기간으로는 공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공사 포기를 선언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공사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안가 보수작업을 비밀리에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와 유착의 고리가 형성됐고, 그 결과로 공사를 수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갑작스럽게 정권이 바뀌면서 수주 배경 관련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통령 선거 3일 전에 서둘러 수주 포기를 선언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견해다.

현대건설이 늦게라도 수주를 포기해 연결고리를 끊으려 하겠지만, 윤 전대통령 부부에 대한 특검이 진행되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현대건설의 어려움은 현대그룹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관저나 대통령이 쓰는 안가 공사를 현대건설 당시 윤영준 사장 선에서 결정해 처리할 만한 것이 아니고, 그룹 최고 책임자인 정의선 회장이 개입돼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공사 수주 질서를 파괴하는 입찰 담합에 대해서도 칼 끝이 겨눠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고양 창릉 아파트 건설공사 입찰에서 한신공영, 진흥기업, 흥화건설, 동문건설 등 4개 중견건설사가 사전에 입찰 가격을 조율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와 같은 입찰 담합 등 뇌물 사건 관련해서도 깊이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