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콜옵션에 실패한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 롯데손보 증자에 JKL파트너스가 참여할 지가 시장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먹튀논란으로 인한 홈플러스 회생 신청에 이어, 또다른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이 후순위채 상환 불발에 따른 신용하락 위기에 빠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롯데손보가 2020년 5월 7일 발행한 표면금리 5.0%의 900억원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조기상환) 행사에 대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조건 미충족으로 승인을 거부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읽게 됐다. 금감원은 보험업 감독규정상 롯데손보가 콜옵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보험업 규정상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킥스, K-ICS)이 150% 이상일 경우에 콜옵션이 가능한데, 롯데손보의 킥스는 지난해 말 154.6%로 이번에 900억원 콜옵션 행사를 할 경우 바로 150.0% 밑으로 내려가게 돼 승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롯데손보의 킥스는 더 내려가 지난 3월 기준 150% 미만으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져 콜옵션 조건에서 더욱 멀어진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콜옵션을 하기 위해서는 롯데손보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증자를 하거나 신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이 있지만, 두 방법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지난 2월에 롯데손보는 이번 5월 콜옵션을 위해 후순위채권 발행을 시도한 바 있지만, 금감원이 롯데손보의 증권신고서 부실을 이유로 발행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이 밝힌 거부 이유는 증권신고서의 재무수치와 투자위험요소 기재 내용 부실이었지만, 실제로는 롯데손보의 내부사정이 상당히 부실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로 알려졌다.
실제 롯데손보의 경영상태는 매우 위험한 상태다.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2019년 이후부터 나빠지기 시작해 특히 지난 3년 간 실적은 업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기자본은 2022년 1조8030억원에서 2024년 7942억원으로 2년 간 거의 3분의1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은 2023년 3754억원에서 2024년 311억원으로 12분의 1토막, 순이익도 2023년 2856억원에서 2024년 242억원으로 역시 12분의 1토막 났다.
부채비율은 2023년 1045%에서 2024년 1856%로 급격하게 악화됐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1위의 삼성화재 부채비율은 450%, 2위인 DB손보는 600%, 현대해상화재는 900%다.
이번 콜옵션 거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지급여력비율(킥스)을 경과조치전 기준으로 2023년 174.8%에서 2024년 125.8%로 크게 악화됐고, 경과조치후 기준으로도 지난해 말 기준 154.6%로 1년 전 213.2%에서 크게 후퇴한 기준치 150.0% 수준으로 내려왔다.
자산의 효율적인 운영현황을 보여주는 ROA(자산수익률)은 0.16%로 1년 전 1.8%에서 크게 낮아졌고, 주당순이익인 PER는 2.60배에서 1년 만에 25.82배로 투자위험 군에 들어갔다.
주가는 2024년 6월 28일 4090원을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5월 9일 1580원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저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추가로 후순위채를 발행할 경우 고율의 표면금리를 내세워야 하고 그럴 경우에도 수요자가 없을 경우 회사 상황은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신종자본증권 형식의 증자가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 경우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JKL파트너스가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과연 JKL파트너스가 추가로 돈을 넣을 지 여부가 관심이다.
현재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에서 서서히 손을 떼는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후순위채 콜옵션 무산이 가져올 시장의 불신을 생각하면 어쩔수 없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발을 더 담글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이미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콜옵션 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에 이번에 콜옵션이 무산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어 앞으로 후순위채 발행은 물건너간다고 봐야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계속 돌아오는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이다.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인 2020년부터 현재 롯데손보는 총 13번에걸쳐 총 8100억원의 후순위채와 2번에 걸쳐 총 46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표면금리는 이번 5월 8일 콜옵션 대상 900억원이 5%로 가장 낮고 나머지는 6% 중반대에서 7% 중반대로 비교적 고율의 금리를 책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롯데손보는 금감원과 각을 세우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뾰족한 대안을 만들 수 없어 시간이 갈수록 시장의 신뢰만 잃고 이에 더해 사모펀드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여론만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 채영서 선임애널리스트는 “이번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연기는 신뢰도 저하로 인해 자본시장 접근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조기상환 연기의 직접적 영향보다 그 원인인 자본적정성 저하가 신용도상 더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자본적정성 하락압력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급여력제도강화가 2027년까지 예정되어 있고, 시장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자본적정성은 현 수준 대비 더욱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가 기업을 운영·지배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다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의 한 전문가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 상당수가 대주주이익에만 몰입되면서 문제점이노출되고 있는데, MBK파트너스 문제와 함께 사모펀드에 대한 문제를 점검·검토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JC파트너스가 인수한 MG손해보험도 인수 2년도 지나지 않아 부실금융사로 지정돼 현재 파산 기로에 놓여 있는 등 사모펀드 투자사의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