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승 CVO(최고비전책임자), 고 윤영환 대웅제약 창업자의 3남으로서 2018년 욕설 및 갑질 파동으로 회장에서 물러났다가 2022년 윤 창업자가 별세하면서 전문경영인체제로 바뀌면서 CVO로 복귀. 이번 리베이트 사태로 회장 복귀설이 나오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이 국내 380개 병원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건보노조)이 정부와 경찰이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실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진정성 있는 수사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건보노조는 지난 2일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는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다!!』란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신약개발을 통해 국민건강을 돌봐야 하는 제약사가 금전적 이익만을 우선시해 보건의료의 공정성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에 대해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건보노조는 불법 리베이트의 문제점에 대해,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들면서 특히 의료비 상승과 환자 부담 가중을 지적하고 나섰다. “리베이트가 반영된 약제의 경우 환자의 본인부담금 증가와 전체 의료비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하면서 “202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의약품비용이 무려 27조원에 달한다면서, 매년 7.8%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한 의사가 환자의 상태보다 리베이트를 많이 제공한 제약사의 약을 우선 처방할 경우 환자는 부작용이나 약물 중독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제네릭(복제의약품) 약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유는 리베이트중심의 영업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폭리 구조로 인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은커녕 최소한의 연구조차 필요 없는 리베이트 중심 영업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입찰제와 개별 약가협상 등 공급자 간 가격경쟁을 통한 약가제도 개선에 나서야 하며,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상품명처방과 성분명처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분명처방을 할 경우 상품명 처방에 따른 불법리베이트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힘과 동시에 엄정한 처벌을 물어야 하고, 보건당국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재명 정부와 국회에 대해서도 의약품 유통 및 처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도록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대웅제약 리베이트 사건은 대웅제약에 근무경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공익신고자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2년 간 대웅제약 불법 리베이트 영업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해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 하면서 밝혀지게 됐다.
대웅제약 영업사원 100여 명이 병의원 380여 곳에 신약처방을 요청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상급자에 대한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된 내용이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지만, 해당 관할인 경기남부경찰청이 성남중원경찰서에 사건을 배당했는데, 성남중원경찰서가 올해 4월 불입건 종결한 사건이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성남중원경찰서는 거액의 리베이트 대상으로 지목된 병원과 의사가 아닌 성남시의 개인병원 의사들 10여 명을 조사하고는 사건을 마무리해 봐주기식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건 관련 언론보도 후 이 사건은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이 나서서 수사를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건보노조의 지적대로 제약사들이 신약을 위한 연구는 뒷전이고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에만 집중하면서 의료 및 제약업계 전체 물을 흐리면서 국민건강을 담보로 엄청난 뒷거래 먹이사슬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대웅제약의 경우 2024년 매출 1조4227억원 중 판매관리비가 4149억원에 달해 매출 대비 29.16%였는데, 판매관리비 중 37.79%인 1568억원이 리베이트나 로비성 경비로 쓸 수 있는 지급수수료였다. 지급수수료가 거의 영업이익과 맞먹는 매출 대비 11.02%에 달했다.
여기에 판매관리비 중 126억원에 달하는 여비교통비를 비롯해 광고선전비, 운반비, 판매촉진비, 문헌제작비, 외주용역비, 접대비 등까지 합하면 접대성 경비는 약 2500억원까지 늘어난다.
제약사들이 영업에만 치중하면서 본업인 연구개발은 뒷전이다 보니 매년 지급수수료는 큰 폭으로 느는데 반해 연구개발비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 7년 간 지급수수료는 1.37배 늘어난 반면, 연구개발비는 53.08% 증가에 그쳤다.
대웅제약은 이번 사태에 대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검증이 완벽하지 않은 약품이 리베이트를 통해 환자에게 처방되는 구조에 대한 해명으로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의 의약 관련 부처와 기관들, 제약업체들, 병원과 의사들, 모두의 실체를 밝히고 빠른 시간 내에 개선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직 제약사 대표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영업능력이 기업의 능력이라고 할 정도로 영업을 통해 회사의 이익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 과정에서 한 때 정부가 뇌물 수수 의사 명단을 공개한다고 했지만 결국 공개하지 못한 배경에는 제약업계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나 기관조차도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러한 물밑 먹이사슬을 없애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