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안양공장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던진 라면값 지적은 “라면값이 어떻게 2000원까지 갔느냐”는 단순한 의미의 발언을 넘어, 서민들의 일상식품인 라면값이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 라면회사들이 영업이익은 대폭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라면값은 오히려 대폭 올려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자신들의 배만 채운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의 지적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곧바로 이어진 탄핵으로 권력 공백이 생기자, 그 틈을 이용해 라면값을 올린 해당 기업들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개월 만에 1%대로 낮아졌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두 달째 4%대에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콕 짚은 라면값은 1년 전보다 6.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9%의 세배 이상을 기록했다. 가공식품 평균 상승률인 4.1%보다 50%나 높았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주요 3사는 지난 2022년 하반기에 라면값을 대폭 인상한 데 이어 올해 3월 농심에 이어 오뚜기도 라면가격을 기습 인상해 장바구니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 2022년 9월 농심이 라면가격을 11.3%라는 큰 폭으로 인상하자, 이어 11월에 들어서면서 나머지 기업들이 라면값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11월 1일 팔도가 9.8%, 11월 7일 삼양식품이 9.7%, 11월 10일 오뚜기는 농심과 같은 수준인 11%를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3월과 4월에 농심과 오뚜기가 라면값을 또 인상했다. 11%라는 큰 폭으로 인상한 지 2년 여 만에 또 올린 것이다. 나머지 기업들도 인상을 조율 중이던 가운데 대선이 겹치면서 인상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공백기인 올해 3월 농심이 17개 라면과 스낵을 평균 7.2% 인상했고, 오뚜기는 이어서 4월에 16개의 라면 제품을 평균 7.5% 인상했다.

이들 회사들은 2년 여 만에 거의 20% 올린 셈이 된 것이다. 생활필수품 치고는 이해할 수 없는 인상 폭이고, 정부당국은 어떤 이유로 인상을 허용했는지 배경에 의문이 든다.

특히 오뚜기의 경우 가장 많이 팔리는 진라면에 대해서는 평균 인상률보다 훨씬 높은 10.3%를 올리는 꼼수를 부렸다. ‘갓뚜기’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농심의 경우 가장 많이 팔리는 신라면에 대해 5.3%로 평균 인상률보다 낮게 책정한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 농심이 ‘농심라면’이라는 과거 내놨던 라면을 고급화하면서 값을 올려 재 출시하는 등 라면 회사들이 신제품 출시를 통한 물타기 가격인상 수법도 동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인상요인이 발생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실제 이들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서 가격을 인상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특히 올해 3월과 4월 라면 및 스낵 가격을 올린 농심과 오뚜기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전년 4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났다.

농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61억원으로 전분기 204억원에 비해 2.75배 늘어났고, 오뚜기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75억원으로 전분기 236억원에 비해 2.44배 늘어났다.

삼양식품 역시 올 1분기 실적이 전분기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340억원으로 전분기 877억원 대비 1.53배 늘었다. 라면가격을 올릴 하등의 이유가 없고 오히려 라면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영업이익은 대폭 늘었는데도 라면값은 7% 이상씩 올리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물가에 시달리는 국민 호주머니를 턴 격이 됐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2000원짜리 라면은 농심과 오뚜기가 주도하고 있다. 농심은 컵라면 중 신라면툼바, 신라면블랙, 신라면건면, 짜파게티더블랙, 너구리 큰사발 등의 편의점 가격이 1천800원이다. 신라면블랙 봉지라면은 1천900원이다.

오뚜기 제품 중에선 2천원짜리 컵라면이 진짬뽕, 열치즈라면, 짜슐랭, 보들보들치즈볶음면 등 10종에 가깝다.

소비자단체의 한 전문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밀이나 대두 등 라면의 주 원료 국제가격이 내려가고 있고, 생산 과정도 기계화 비중이 높아져 원가상승 요인보다는 인하요인이 더 커진 상황에서 오히려 가격을 내려야 할 판에 권력공백기 틈을 타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가격 인상효과를 노리는 것은 명백한 ‘꼼수 배불리기’에 해당된다”면서 “지난 6개월 동안 아무리 대통령 자리가 공백이었다고는 하나 대행 노릇을 한 한덕수 전 총리나 최상목 전 부총리가 서민 물가를 챙기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할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