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 주장에 대해 '절대' 디폴트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하고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온통 21대 대통령선거에 빠져있는 동안 미국은 ‘디폴트’ 논쟁 속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국무장관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간의 진위공방으로 시끄러웠다. 과연 미국이 디폴트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갈 지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6조2200억달러의 국가부채에 매년 이자만 해도 1조1500억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미국의 상태에 대해 다이먼 CEO가 미국의 엄청난 국가부채에 더해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키는 과도한 정부 예산 구조를 지적하면서, “뉴욕증시에 채권으로 인한 균열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일종의 미국 디폴트(Default, 채무 불이행)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미국 디폴트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베센트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경고 궤도에는 있지만 결코 벽에 부딪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미국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정작 베센트 장관이 디폴트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서 불안함을 진정시키려는 베센트의 의도와는 달리 디폴트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행히 미국 증권시장은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이번 주 전화통화 가능성으로 인해 다소 상승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재정적 심각함은 향후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다이먼이 말한 디폴트와 베센트의 디폴트는 약간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베센트가 말한디폴트는 일반적인 의미로서 완전히 파산을 선언하는 의미로 쓴 것으로 보이고, 다이먼이 말한 디폴트는 기술적 디폴트(Techinical Default)로서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의회가 정한 부채한도를 넘어선 일종의 셧다운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정부는 의회가 정한 부채한도(Debt Ceiling) 내에서 채권을 발행해 재정을 보충하도록 돼있는데, 의회가 이 부채한도를 늘려주지 않을 경우 국채 발행을 못하게 돼 재정 파탄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미 의회가 정해준 부채한도는 36조1000억달러인데, 미국 국가부채는 이미 올해 1월 이 한도를 넘어섰고 현재 미국 국가부채는 36조2200억달러에 달해 한도를 훨씬 초과한 상태로서 엄밀히 말하면 기술적 디폴트 상태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다이먼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고, 이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예산을 확장예산으로 짜 부채증가 가능성을 더욱 높여 부도 가능성까지 우려한 것이다.

최근 국가효율부장관을 맡았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미 행정부를 떠나면서 트럼프의 확장예산에 저주를 퍼부은 배경도 바로 엄청난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확장예산을 짠 것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 기술적 디폴트에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미국 행정부가 재정을 대규모로 풀면서 정부부채가 급증해 당시 부채한도 22조달러를 한참 벗어난 28조달러에 달했지만, 결국 2021년 9월 하원이 부채한도 상향 법안을 통과시켜 기술적 디폴트 가능성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2023년에도 급증한 부채로 인해 기술적 디폴트 경고가 나왔지만 그해 5월 28일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 간에 2년 간의 부채한도 인상에 합의하면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그 때 합의한 2년 한도가 올해 5월이고, 부채한도 인상 관련 의회의 증액절차가 시급한 상황이 됐다.

현재 미 행정부가 제안한 국가부채 한도 상향 법안은 오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 진행되는 하원에서 처리가 돼야 하는데, 트럼프는 이번 부채한도 상향법안에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함께 패키지로 묶어놨기 때문에 하원은 부채한도 상향과 함께 2026년 정부예산안을 함께 처리해야 하는 부담에 빠져있다.

부채한도만 따로 떼 내서 반대를 할 수 없는 구조로서, 부채한도 상향에 반대를 할 경우 내년 예산안도 처리가 안돼 행정마비가 예상되고, 그럴 경우 행정마비의 책임을 의회가 져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베센트 장관이 디폴트 가능성을 일축한 배경으로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 시도와는 별도로 ‘4D체스전략’을 들고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4D체스전략이란 체스게임에서 앞으로 벌어질 예상 수들에 대한 대안 수를 말하는 시간 개념이 들어간 게임 방식으로, 미국 국가부채에 대한 미래 해결방안을 의미한다.

베센트가 가장 믿는 부채 해결 전략은 관세를 통해 들어오기 시작하는 세수와 감세를 통한 GDP증가, SLR(보완적레버리지비율) 완화, 연준의 국채 매입 등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감세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높다. 감세로 인해 10년 간 약 2조7000억달러의 세수 펑크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보다는 SLR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금 비율인 SLR은 5%로 돼있는데, 이 의무조항을 아예 없애거나 2%로 낮춰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살 수 있게 한다는 계산이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BOA,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등 미국 6대 은행의 SLR을 현재 5%에서 2%로 낮춰줄 경우 당장 1조8000억달러의 여유자금이 생기게 돼 국채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연준이 미국 국채를 사줄 경우 미 행정부의 적자 고민은 상당수 해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트럼프와 파월 연준 의장 간의 만남에서 이 부분이 거론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진정한 디폴트는 아니지만 기술적 디폴트라도 선언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엄청난 충격에 빠질 것이고, 그 여파는 글로벌 증권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8월까지 이어질 미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 심의 추이를 주시해야 할 이유다.

이기영 기자